이 기사의 제목을 ‘압수수색 잘 받는 법’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런 제목을 붙일 수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다. '잘 받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자는 이번에 포렌식 작업 등에 대해 변호인을 선임해 함께 입회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적잖게 고심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기에는 신생 언론사로서 아직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사정에서 이 정도는 혼자 감당할 수 있겠다 싶어서 변호인 없이 혼자 갔지만 그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일련의 기사는 잘 받는 법을 알려주는 글이 아니라, 잘 받는 법이 어떤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민들레의 독자들이 이 글에 대해 많은 조언과 제언, 제보를 해 주기 바란다. 그러므로 이 기사는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언론이라는 민들레의 지향처럼 시민과 함께 만드는 기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 휴대전화 포렌식 선별 작업, 밤샘 13시간

기자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2층 조사실에 들어선 것은 15일 오후 2시 10분 경. 수사관으로부터 작업 종료 ‘선언’을 들은 것은 다음날 새벽 2시 55분이었다. 13시간이 조금 못 되는 시간이었다. 나의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장시간이었다. 기자가 나오면서 수사관에게 “이 같은 긴 시간의 작업이 간혹 있느냐”고 묻자 그는 “드물지 않다”고, 오히려 통상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그 13시간 동안 마치 나 자신이 옷을 발가 벗기우는 경험을 하는 듯했다. 나의 지난 몇 년 간의 현재와 과거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듯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되는 이들, 모임, 거기에서 오가는 대화와 메시지들이 모두 일거에 봉인을 뜯기고 드러났다.

물론 압수수색 대상이 된 민들레의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와 관련된 자료이니,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해 10월 29일 밤 이후의 자료로 한정됐지만 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시점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압수수색 영장 자체가 ‘모든’ 관련 자료라고 돼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내가 작업에 착수하면서 파일 검색에 들어가기 전에 키워드 검색을 해야 한다고, 나로서는 당연한 요구를 했지만 수사관은 영장의 그 ‘관련되는 모든’이라는 대목을 제시하며 모든 것을 봐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결국 이는 애초에 이 같은 ‘포괄 영장’을 신청(경찰, 수사팀장 노정웅 경정)하고 청구(검찰, 김영식 검사)하고 발부(법원, 김정민 판사)한 데서부터 비롯되는 문제였다.

현재 3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잦은 작동 이상으로 교체해야 했던 3년간인가 썼던 그 전의 휴대전화, 2개의 전화기에 저장된 수십만 개의 파일 중에 적어도 수만 개의 파일, 메시지, 사진, 다운로드 자료 등이 샅샅이 검색됐다. 작업 중간에 이의제기를 하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작업을 속행하자”는 수사관들의 ‘친절’도 사양하고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작업이 이뤄졌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그렇게 낮이 저녁이 되고 밤이 되고, 다시 새 날이 됐다.

2. 휴대전화 자료 복제 작업과 반쪽이 된 5일간의 일상

이에 앞서 기자는 1월 26일 아침 민들레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공덕역 르네상스타워 1층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수사관들에 의해 인근 파출소로 이동해서 기자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당하고 휴대전화를 압수 당했다. 이어 기자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곧바로 이어졌고 기자의 책상 서랍에 들어 있던 교체 전의 휴대전화도 압수 당했다.

이 2개의 휴대전화에 대한 복제작업은 5일 뒤인 1월 31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서울경찰청 본청의 포렌식계 참여실에서 이뤄졌다. 이 작업 과정에도 기자가 입회해 지켜봤다. 복제작업이 끝난 뒤 휴대전화를 ‘드디어’ 돌려받았다.

이 5일간의 시간은 휴대전화 없이 생활하는 게 얼마나 불편을 넘어 ‘장애’인가를 실감케 해 줬다. 휴대전화가 우리 몸의 일부가 돼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기자는 휴대전화를 비교적 최소한의 용도, 재래의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정도로 사용하는 데 불과하지만 내 경우가 이런 형편인데, 하루의 모든 일거수와 일투족의 기록이자 도구를, 타의에 의해 분리 당했을 때 사람들이 느낄 불편은 박탈감이나 상실감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보통의 불편이나 장애로만 그치지 않는 것은 한 인간의 삶과 일상의 적나라한 일지, 그것은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일정이나 지인들과의 대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일기장과도 같은 것을 타인의 수중에 내 주는 것의 불안과 굴욕이 되기 때문이다.

3. 휴대전화 압수수색 방식의 심각한 결함

내가 몸 담고 있는 언론사의 일과 관련된 공적인 일로 당하게 된 일이지만, 그러나 차제에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사람들의 심신에 대한 송두리째의 압수, 휴대전화의 압수가 아닌 한 인간의 일상에 대한 압수 방식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

나는 사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바란다. 그렇지 못하다면 통화와 메시지 기능 외에는 없는 수준을 휴대전화기 기능의 최대치로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시대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술의 첨단의 발전, 그로 인한 새로운 감시와 통제에 대한 법규와 제도가 성숙해지고 치밀해지지 못한 그 지체 현상을 이제라도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에,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사수하는 것이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그 말 자체로는 지극히 합당하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자기자신만을 위한 방어 논리로 삼고 있는 데서 궤변과 몰염치가 되고 있는, 법무부 장관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어느 검사 출신의 법률 전문가-합리적인 이치로서의 ‘법’ 전문가가 아닌 조문으로 형식화된 법규로서의 법률 전문가-와 같은 이들이 그런 일에서 누구보다 먼저 솔선하고 수범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