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필자에게 관상을 보러 찾아오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손잡고 오시는 경우가 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여자 분들의 경우,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오시는 빈도가 조금 더 높다. 어떤 날은 연세가 70세 훌쩍 넘으신 분이 딸과 함께 손 꼭 잡고 찾아오셔서는 너무 긴장이 된다며 손을 바들바들 떨기도 하신다. 그냥 누군가가 나를 처음 보고, 나와 전혀 서로 아는 부분이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상황 자체가 긴장되기도 하고, 마음 떨리는 순간인 것 같다.

 이번에 오신 분은 저 멀리에서도 한 눈에 '아~ 저 분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나타났다. 굉장히 침착해 보이는 표정으로 필자에게 인사를 하신 후, 관상을 보기 위해 우선 어떻게 하면 되죠? 라고 물으셨다. 필자는 보통 처음 관상을 보기 시작할 때 양쪽 귀와 이마를 관찰하고 상담을 시작한다. 머리카락 혹은 모자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좀 더 다르게 얼굴이 보이기도 해서 짧게나마 관찰할 시간을 달라고 한 뒤, 관찰 후 상담을 시작한다.

 필자를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하시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필자가 대화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내 뱉는 이야기가 그 때마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실제로 필자가 생각할 때도 가장 강력한 느낌부터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그 분 얼굴 보자마자 든 생각은 ‘참 외로운 사람이구나!!’ 이 느낌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늘 사람과 가까이 해도 마음 깊이 느껴지는 외로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얼굴이신 것 같습니다. 외로움이 깊고 오래되셨어요.

필자의 첫 마디에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며, 당황하셨다. 제 얼굴 어디에 외로움이 보이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얼굴 전체적인 비율과 근육의 움직임, 세부적인 안면 근육의 선들에서 부분부분 외로움이 묻어 날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남 몰래 울었던 흔적이 눈가와 입술 주변에 나타난다. 그래서 미세하게 나타나는 주름과 근육의 움직임이 늘 밝고 많이 자주 웃던 사람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눈가에 수시로 본인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던 경험이 오래된 사람들이라, 감정적으로 자극 받는 이야기를 듣거나, 감동 받는 일이 생기면, 약 0.3초 정도의 시간 안에 눈가에 눈물이 안구의 1/2 혹은 1/3까지 빠른 속도로 차오른다. 사람의 몸도 습관화된 반사 반응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세포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 자주 보이던 패턴화 된 행동들이 그대로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외로움을 오래 겪었던 사람일수록, 혼자 마음속으로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감정과 생각이 많고 오래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술을 꼭 다물고, 최대한 턱 쪽으로 당겨서 입을 닫았던 행동들이 역시 자동 반사적으로 나타난다. 입술 끝부터 턱까지 근육이 동시에 당겨지고, 함께 흔들렸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외로움을 오래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묘하게도 냄새 혹은 청각에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할머니 냄새에 대한 추억이 오래되어 그 감정으로 외로움을 오래 느꼈던 사람들이 옆에 어떤 할머니가 지나가실 때 순간 포착적으로 할머니의 오래된 영양 크림 냄새를 맡게 되는 것처럼. 혹은 어릴 때 지나치며 들었던 작은 종소리가 그리워서 종소리 비슷한 소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 습관화 된 것처럼, 그런 특수 감각을 남보다는 조금 더 발달된 상태로 사용한다. 그래서 코 주변과 귀 주변 근육의 움직임이 미세하게나마 더 자주 세세하게 흔들리고, 강한 움직임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물론, 여러 사람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과학적인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으나, 필자의 관찰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그래서 얼굴을 딱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세부적인 움직임들이 대부분 조건 반사적으로 일어났고, 이 또한 습관화된 패턴으로 아주 오랫동안 일어났기 때문에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또렷하게 “나는 외로운 사람” 이라고 드러난다.

 이번에 오신 분의 사연은 그랬다. 어릴 적, 혼자 친척 집이 있는 미국으로 유학을 오셨단다. 부모님도 본인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진행된 일이었고 나름 만족하며 지냈다고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미국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일도 하고, 쭉 살게 되었다고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늘 자신과 마음을 교류할 사람이 없다고 느꼈고, 마음 속 깊이 외로움을 느꼈지만 그 누구에게 이야기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본인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늘 겁을 먹었던 사람 같았다. 엄격한 부모님에게 언제든 본인은 잘 지내고 있음을 보여줘야 했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자식이어야 했기에 어릴 때부터 감정을 자꾸 숨기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았다. 이제 점점 나이는 먹어 가는데 부모님 기대에 따라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이 겁나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분의 이야기였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무생물에게도 정(情)을 준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 하면, 만약 내가 연필을 너무 좋아하는데 딱 ‘그 연필’이 너무 좋으면 늘 그 연필만 찾고 그 연필을 쓸 때 마다 행복해 한다. 만약 내가 너무 좋아하던 ‘그 연필’이 사라지면,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어린 왕자 책에 나왔던, 장미 이야기처럼 그냥 딱 내가 사랑하던 ‘그 장미’에게 많은 마음을 주고, 스스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책 속의 ‘여우’와 '길들여짐'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처럼, 무생물, 생물 할 것 없이 ‘내 사람’혹은 ‘내 물건’이다 싶은 그 무엇에 진심으로 마음을 가득 담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제 변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을 줄 때마다 늘 많은 고민이 된다. 그 사람이 변하거나, 그 사람 마음이 변하면 아파질 본인의 마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여러 가지 많은 물건들이 있어도 외로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게 의미 있는 ‘그 연필’ 이어야 하는 것처럼, 의미와 함께 있는 그 무엇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감성과는 조금 다른 체계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본인의 마음과 뜻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날아다니는 작은 새, 아름답게 피어난 꽃에게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는 누군가의 감정에 대해 읽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쉬울 수 있다. 선천적으로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서, 원래부터 수학을 잘하던 친구들은 아주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 한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본인은 모두 다 느껴지는데 상대방이 하나도 느끼지 못 하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시 또 그 외로움을 올곧이 본인 스스로 다시 느낀다. 왜냐하면, 딱 본인만 아는 그 감성을 다른 이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로운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그 외로움의 깊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삶의 매 순간마다 불현 듯 촌각을 다투며 나타나는 외로움이 늘 있다. 배우자가 있고, 자녀가 있고, 부모가 있어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본인만 느끼는 그 외로움의 체계는 온전히 본인만의 것이다. 그냥 어느 순간, 찰나의 순가에 갑자기 외로움이 비집고 들어오면 온몸으로 그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그런 감각을 잘 느끼는 사람이고, 또 누구보다 쉽게 그 감정에 빠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냥 무엇을 하든 늘 자주 외롭다.

 관상학적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그리던가, 춤을 추던가, 노래를 부르던가, 사진을 찍던가, 글을 쓰던가 등등 본인만의 특별한 감성을 창조적인 그 무엇인가로 대체해서 표현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서 주로 혼자 작업하고, 혼자 표현한다. 혹은 예술적인 일을 하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을 취미로 많이들 갖고 있다. 요리를 만들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무언가 창조된 결과물을 보고 큰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승화시키는 무언가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고 필자 스스로 자주 생각한다.

 혼자만 들어가 본 세계가 있기 때문에, 남다르고, 깊고, 넓고, 신기하다. 물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마음에 칼바람이 들어오는 듯 외로운 기운도 공존하지만, 분명 남과 다른 사람임은 분명하다. 필자는 외로운 사람들의 관상을 볼 때마다 참 남과 다른 감각과 사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자주 느낀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남과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리고 남들과 비슷하게 꾸려나가는 일상이지만, 늘 조금 다른 일상들을 살고 있다. 임상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는 각 환자마다 ‘Case by case’ 라고 하며, 같은 진단명이지만 치료는 환자마다 달라진다고 한다. 각자 다 다른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 속 깊이 외로움을 느끼지만, 차마 그 외로움이 너무 멀리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필자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건네고 왔다. 가끔 필자가 하고 있는 ‘관상’일이, 꼭 100% 신뢰할 수 없는 일이란 걸 필자 스스로 알고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