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정말이지 시간이 그렇게 안 갔다. 매일 달력 보고 언제 방학이 오나? 하고 세어보고 또 세어보아도 하루, 한 달 시간 지나가는 것이 어찌나 느리던지...。엄마에게 언제 방학이 되냐고 반복해서 물어보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였나?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던 선생님께서 나이 먹은 숫자만큼 세월이 빨리 간다고 하시며, 너희는 지금 10km로 달리는데 난 60km로 달린다. 눈 뜨면 한 해 지나가 있다. 라고 이야기해주셨는데 그땐 그 이야기 들으면서 정말 저럴 수 있나? 했는데 지금 나의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고 있다. 벌써 관상 칼럼을 시작하고 어언 6년이 다 되어가고, 필자 또한 관상이란 일을 업(業)으로 삼고 어언 5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고맙게도 참 많은 이들이 필자에게 다녀갔다. 한국에서 방문해 주신 분, 캐나다에서 오신 분, 동부에서 오신 분, 매년 찾아오시는 분, 매달 오시는 분 등등 벌써 이제 눈빛만 보면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상 공부를 한 것은 참 오랜 시간이었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필자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일이 필자에겐 정말 필연적으로 적성에 맞고 사람이 참 따뜻해지는 일이구나! 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을 보면서 나의 고뇌는 더 깊어졌고, 온종일 관상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매일 밤 꿈에서도 수없이 많은 사람의 관상을 보고 또 봤다. 사실 요즘도 꿈속에서 관상 보는 일은 반복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실 누군가가 필자를 찾지 않는 날에도 왠지 필자는 매일 관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힘들지 않다. 처음엔 이 모든 것들이 필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 일을 평생 하라고 누군가가 내게 끝없는 과제를 주는구나! 싶었다. 난 나를 이끌어준 스승이 없기에 오히려 매번 찾아와주는 이들과 꿈속에서 이어지는 관상 보는 일이 나를 성장 시켜줄 수 있는 고마운 스승이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필자도 매일 매일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한 것도 너무 즐겁고, 그리고 이런 능력이 필자에게 있다는 것도 감사하며 살게 되었다.

 처음엔 한국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위해 살아왔는데 관상일을 하며 살아간다고 핀잔도 듣고, 우려 섞인 걱정도 많이 들었다. 어떤 이는 필자가 하찮은 일을 한다고 걱정도 해주었고, 어떤 이는 사람 감정과 생각을 읽는 일을 하느라 너무 힘들겠다고 필자를 안쓰러워하며 인사해주고 갔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이들보다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는지 놀라워 해주는 분과 진작에 필자를 알았었다면 너무 좋았겠다고 하시는 분, 그리고 너무 고맙다고 머리 숙여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 일이 더 좋아졌다. 필자로 인해 얼굴이 행복해져서 돌아가는 이 들을 수 없이 보면서 난 평생 죽기 전까지 이 일을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갖게 되었다.

 한동안 정말 너무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관상일에 몰두하면서, 너무 잡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무언가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기분이 들어서 글을 쓸 수 없었다. 마음 한구석엔 늘 칼럼을 쓰기 위해 다시 돌아 가야지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는데 막상 내 생각 자체가 정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 글을 쓰기 위한 준비도 집중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마음속에 아쉬움만 남긴 채로 계속 주변만 맴돌았다. 언젠가 돌아가야지. 언젠간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쏟아내야지.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시간이 덧없이 흘러서 벌써 이렇게 되었다. 

 아직도 생각이 가득 차 있고, 이 일을 하는 동안 반복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수없이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주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가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한다. 필자의 칼럼을 열심히 읽어주는 독자분들과 그리고 칼럼을 읽어주면서 반복해서 필자를 찾아와주시는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실 가장 크다. 그리고 필자도 어쩌면 남들에겐 없는 독특한 능력으로, 조금은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관상 보는 업을 하는 사람으로써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칼럼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한다.

 사람들을 보면서 매일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종종 아주 오래전 나의 모습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나도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가끔 이 공부를 하면서 너무 거대한 산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점점 더 섬세해지고 예민해지는 나를 보면서 내가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런데 참 인생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조금 세상이 보일 때는 마냥 해맑고 즐겁기만 했었다. 그보다 조금 더 세상이 보일 때는 세상을 다 아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큰 세상을 보았을 때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듯 했는데, 막상 그것보다 점점 더 큰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니, 겁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아지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는 다짐만 늘어간다.

 예전엔 패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마냥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소중함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게 되었다. 당차고 어린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진중함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지 않았었을까? 라는 감사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딛어보는 중이다. 필자가 느낀 소중한 경험과 생각들을 시즌2에 전해보려고 한다. 오랜 시간 기다려준 독자들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전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먹게 해준 것에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