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오래전에, 어디 유명한 사주를 봐주시는 분이 필자는 바다 건너 타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단다. 참 신기하게도, 정말 필자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필자에게 관상을 보러 오는 이들이 필자가 관상을 쭉 풀어서 설명해 주면 종종 예전에도 들어본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신기하게도 완전 처음 만나는 그들에게 운명의 기운이 얼굴에서 보이고, 필자는 그걸 읽어주면서도 속으로 종종 놀란다. 정말 팔자라는 것이 있구나.

 보통은 이런 공부 하는 사람들도 자주 스스로 의구심을 갖게 될 것 같다. 과연 운명이 있을까? 정말로 팔자가 있는 것인가? 필자도 오랜 시간 반복해서 갖고 있던 의구심이었다. 호기심 반, 능력 반, 관심 반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이 복잡하게 엮이게 되어서 필자도 이 일을 업(業)으로 삼게 되었지만, 필자의 조상 중에 사주에 정통하셨던 어른이 있었다고 한다.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건너 건너 들었던 것 같다. 가족들 대부분이 주역과 사주 공부를 하셨고, 외가 쪽으로는 언제나 꿈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던 외할머니가 계셨다. 이것이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팔자였는지 그것은 사실 알 수 없지만, 그냥 묘하게 뭔가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어릴 적부터 병약하고, 딱히 총명하지 않아 무엇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모친께서 사주를 보러간 적이 있었단다. 그곳에서 다른 인연은 들어오지 않고, 무조건 사람을 치유하고 공부하는 의료계통으로만 학업에 인연이 들어올 것이고 공부도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모친은 공부에 딱히 관심도 흥미도 능력도 없는 딸 아이가 무슨 재주로 의료계통 공부를 하나 했다는데 무슨 인연인지, 필자는 석사 두 개, 박사 한 개 모두 의료계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공부가 꽤 길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아마 공부는 계속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산다. 매번 내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요즘엔 사실 딱히 그 누구에게 필자의 운명이나 삶에 대해 물어본 적 없었지만 그냥 나의 팔자라는 것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독하게도 바뀌기가 어렵다. 팔자는 보통, 누군가를 만나서 꼬이든 풀리든 그것 또한 내 것이고 내 운명이다. 그것을 바꿔보려고 주위에서 갖은 노력을 하고, 심지어 굿을 하고, 부적을 쓰고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그 큰 축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다.

 종종 사주는 정말 좋지 않은데, 놀라운 관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올 때가 있다. 사실 뭐 거의 드물다고 봐야한다. 굉장히 드물게 간혹 온다. 그런 사람들이 관상을 보러 오면, 그 전날에 필자는 묘한 꿈까지 꾼다. 꿈 꾸고 만난 사람은 미국에서는 딱 3명이었다. 그 사람들은 사실 기운부터 다르다. 기세가 정말 남 다르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사주를 모두 이겨버릴 만큼 관상이 강하다. 필자가 연유를 물으면 하나 같이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죽을 만큼 노력해서 변했다’라고, 눈시울에 눈물이 가득 차오를 만큼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가 사실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하늘은 정말로 엄격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불공평하기도 한데 잔정이 많아서 죽을만큼 노력하는 이들에겐 기회를 주는구나. 싶어졌다. 그러면 지독한 팔자가 조금은 바뀌었다. 물론, 바뀌는 동안 쓰디쓴 고통과 아픔은 그 사람의 몫이 였으리라. 얼마나 힘들게 그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지 얼굴에 다 씌어있다. 오장육부를 끓어올려 모든 힘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또 쏟아내서 만든 모습이다. 박수쳐줘야 할만큼 대단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팔자를 약간 바꿀 수 있다. 그런데 팔자의 큰 틀은 너무 거대하고 커서 모든 것을 완전히 뒤집을 만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아마 우리 모두 운명의 수레바퀴 위에서 살고 있나보다.

 이 일을 하다보니, 체념이 쉬워졌고, 포기도 빨라졌다. 의지를 다지며, 운명과 싸우기가 이제는 점점 겁도 난다. 과연 나 같은 약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이들을 보면, 나도 뭔가 없던 힘도 이끌어 내서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요즘엔 그 모든 것들이 히말라야 산처럼 거대하게 느껴져서 숨을 몇 번이고 다시 고르고, 마음을 수 없이 다시 잡는다.

 운명의 수레 바퀴안에서 최대한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과욕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근면하게 사는 것이다. 내 삶을 만족하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되, 멈추지 않고 열심히 정진 하는 것. 물론, 내 그릇이 클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요즘엔 관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신 하늘에 무한 감사를 하고, 내 운명의 수레바퀴위에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하려고 노력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