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의학관상술사) - 18
어렸을 때, 꽃을 한 송이 꺽어가지고는 꽃잎을 떼면서 '좋아한다, 안한다, 좋아한다, 안한다' 하면서 사랑 점을 보다가 '좋아한다'라고 나오면 참 그것이 또 얼마나 대단한 결과라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간혹 ''안한다'라고 결과가 나오면, 또 잎사귀가 많이 달려있는 이쁜 꽃을 찾아헤매다 꺽어와서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서 '좋아한다, 안한다' 하면서 열심히 꽃잎을 뜯곤 했다. 우리 엄마는 누가 널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그걸 꽃이 가르쳐주는대로 믿고 싶은 마음이 드냐며 철부지 딸을 타박했고, 나는 꽃이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정말 현실도 '좋아한다' 였으면 좋겠다는 행복감이 밀려와서 단순하게 그냥 믿고 싶었다.
눈치가 '있다, 없다'도 사실 엄밀히 따지면, 꽃잎이 점쳐주는 것 처럼 여겨지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누구는 나를 보고 '눈치가 있다'고 말하고, 어느 누구는 또 나를 보고 '눈치가 없다'라고 말한다. 어떤 상황에선 분명 눈치가 있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는 갑자기 눈치가 없어진다. 그래서 스스로 눈치가 좀 있는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가, 가까운 지인들이 넌 참 눈치가 없다고 하면 다시 또 없는 것인가? 긴가 민가 하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계속 든다. 그래서 차라리 꽃을 뜯어 자리에 앉아서 꽃잎을 하나씩 뜯으며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눈치가 있다, 없다, 눈치가 있다,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꽃잎 처럼 간단하게 믿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에서 정말 재미나는 과학 선생님이 계셨는데 교육 정책이 또 바뀌었다고 우리에게 앞으로 입시 대비를 이렇게 해야 한다며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적이 있었다. 우린 매번 바뀌는 입시 정책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고, 도대체 왜 우린 늘 실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느냐고 우리의 입장을 선생님께 주장했다. 선생님께서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친구들과 못 하는 친구들은 입시 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걱정안한다. 왜냐하면 잘하는 애들은 늘 잘하고, 못 하는 애들은 늘 못 하기 때문에 별로 크게 상관이 없고 너희들 처럼 '중간에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아이들'에게만 현실이 힘든 것이다. 라고 똑부러지게 설명해주셨다. 갑자기 우린 격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네' 너도 나도 수긍하며 스스로를 탓 했다. 용기있게 0점을 맞을 베짱도 없고, 그렇다고 모두가 우러러 볼 만큼 100점 맞을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했다.
눈치도 그래서 없는 사람들은 아예 '없다'고 스스로를 판단해 버리고 신경쓰지 않는다. 간혹 좀 멋진 분들은 솔직하고 간결하게 본인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전 눈치가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 제가 실수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발생하면 그냥 이야기 해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완전히 눈치가 없다라고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나름 눈치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지 판명이 불분명해 보이는 사람의 관상학적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우선 너무 특징적인 구분을 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필자는 이해가 쉽도록 눈치가 있는 사람을 간단하게 '상, 중,하'로 나누어서 설명드리고 싶다. 이번 칼럼 역시 필자가 그 동안 관상을 공부하며, 나름의 주관과 생각을 갖고 기술하는 부분이라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을 바탕으로 설명드린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리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유형 설명이기 때문에 최대한 오해 없이 들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그럼 첫번째로 '하'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눈치는 있지만 너무 티나게 눈치가 있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이 사람들은 마음의 의지는 확고하고 간결하다. '지금 저는 눈치를 나름 보고 있습니다만...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의 안쓰러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꽃잎을 떼서 확율을 보자면, 눈치가 있다는 3장, 눈치가 없다는 7장이 나올 정도의 확율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 놓고 눈 돌림의 빈도가 굉장히 높다. 자주 눈을 돌리고, 코를 씰룩 거리고, 손을 가만 두지 못 하고, 안면 근육이 자주 크게 움직인다. 감정에 비례하거나 혹은 반비례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움직임이 약간 부산스럽다. 그리고 종종 자주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듯한 자세를 자주 취한다. 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잡하게 사고하는 것을 싫어하고, 평소 눈치가 없는 것 같다는 핀잔을 종종 받았으나 이를 강하게 행동 수정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꾸 대 놓고 아주 강하게 눈치를 본다. 눈빛에 힘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예측하지 못 하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확율상으로 턱관절이 굉장히 약하거나, 턱 주변부로 근육 및 뼈대의 형성이 약한 사람들 중에서 이런 사람의 유형을 조금 자주 보았다. 크고 작고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얼굴의 균형과 대칭, 움직임에서 턱이 약간의 불편감을 보이는 듯한 사람들 중에 자주 목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추축하건데, 뇌신경 중에서도 얼굴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작용하는 신경들에 강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는데, 이런 분들은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것은 들리는 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집단 안에서 정체 불명의 소문이나 루머가 돌면, 거의 가장 마지막에 알아채는 유형이 많다. 안타깝게도 주변에서 미리 이 분들의 마음만 알아주신다면, 조금은 어렵지만 세상을 헤쳐나가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한 분들이라 많은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눈치가 있는 사람들 중에 '중' 유형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역시 꽃잎으로 예시를 들었을 때, 눈치가 있다는 5장, 눈치가 없다가 5장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의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과 함께 생활하는 분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눈치 보고 싶을 때는 귀신같이 보면서, 정작 필요할 땐 안 본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광대뼈 주변부위의 근육 모양이 선명하고 강하다. 그리고 호흡이 일반인들보다 약간 얕게 나타난다. 이 말은 즉슨,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선에서 광대뼈 주변부가 조금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주 가까이 근거리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거나 놀랄 만한 일이 있을 때 약하게 호흡의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순간에는 눈치를 챌 수 있었지만, 어떤 순간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몰랐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눈치가 있는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 한 부분에서 갑자기 한 번씩 나오는 돌출 행동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유형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교육과정이 변화하였을 때, 그 중심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서 변혁의 순간마다 나의 모습을 바꾸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간 정도의 학습 수준이었는데, 변화된 교육 개혁 때문에 갑자기 이득이 생겨서 예상치 못 하게 좋은 학교에 갔거나 혹은, 그 변화로 인해 평소 실력보다 훨씬 부족한 안 좋은 학교에 가거나 하는 유형처럼, 그래서 늘 같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도 늘 다른 모습이 튀어나온다.
주위에서 함께 생활하기 수월하려면, 그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과정'을 찾아주는 것이 가장 명확한 문제 해결 방식이다. 그러나 매번 매순간마다 변하는 것을 모두 하나씩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앉고 가야하는 유형이다. 모든 교육에서 동기부여와 자발적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해주는 유형으로 이런 분들은 본인이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에서는 놀랄 만큼의 눈치를 발휘하고, 불편하거나 지겹거나 짜증나는 일에서는 놀라울 만큼 눈치를 없애버리는 마법의 신공을 발휘한다. 사람은 참 공평하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유형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을 하라고 권해드리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기도 하다.
마지막, 눈치의 고수, 일명 무림 고수라고 할 수 있을만큼 눈치가 있는 사람들의 유형을 설명드리겠다. 이 분들은 꽃잎으로 따지면, 9장에서 10장은 모두 '눈치가 있다'라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환경, 장소, 시간에 갖다 놓아도 군더더기 없이 아주 정확한 행동만 하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무섭다라고 느껴질 만큼, 주변 상황 파악에 명수들이다. 총을 쏜다고 하면 백발 백중, 명장들만 한다는 그런 행동들을 초지일관으로 몰고간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지 않고, 들리는 것도 그대로 밎지 않으며, 오직 본인의 감각만을 믿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바로 눈치의 고수들이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람이 주변을 눈치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 한다. 사실, 알 수도 없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늘 조용하고 차분하며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사건을 조율한다.
분명 한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었지만, 교실 곳곳에 있는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갖고 움직이는지 대충 짐작을 하여 본인과 부딪칠 수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이런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똑똑한 얼굴을 갖고 있었던 아이들의 관상과 유사하게 콧망울 끝이 단단한 경우를 많이 보이며, 시선 처리와 눈빛이 정확하다. 그리고 좀 신기한 것은 표정 변화가 크지 않다. 주변에서 느끼기기에도 감정 기복도 크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대략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기업의 임원진, 혹은 면접관 같은 사람들에게 자주 보이는 관상을 갖고 있다.
분명, 난 그 사람 앞에서 딱 한 번 숨을 쉬었을 뿐인데, 그 사람은 이미 나를 알고 있다. 그래서 눈치의 고수는 쉽게 만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밖에서 대외적인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동화되면, 모두에게 적절하게 스며들며 사람들을 잘 맞추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맞춰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여 사람 관계에서 약간의 피곤함과 귀찮음을 느낀다. 그래서 쉽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좀 신기한 것은 이런 사람들은 '사람을 길게 바라보지 않는다' . 이것은 필자가 관상 공부를 오랫동안 하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좀 독특한 결과물인데, 어떤 사람도 결코 길게 바라보지 않는 모습을 정말 자주 보았다. 문제는 길게 바라보지 않고도 그 사람을 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분들이 보통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눈치를 키워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눈치만 전문적으로 연구해서 순간 파악력을 조사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는 필자로써 이 주제는 몇 년이 지나도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사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무생물'만 오고가고, 단순한 '일'만 움직이게 된다면, 눈치도 감정도 중요성이 그리 크지 않을 텐데 우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고 있고, 매 순간 너무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오고가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필자는 미국에서 살면 눈치보고 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주변 지인들의 인사를 들으며 미국으로 왔지만,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늘 눈치를 보고 살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이미 수긍하였다. 말이 통하면 통하는대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대로 필자는 오늘도 눈치를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빼었다가 하며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다. 굳이 고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재미를 느껴보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필자가 꽃잎을 뜯었을 때 늘 필자의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아량이 생기길 바라며 오늘도 깊은 고민과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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