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face reader(의학관상술사) - 20
미국 뿐 아니라 대한민국까지 요즘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으로 여기 저기가 시끌 시끌 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미투 운동에 대한 기사들이 언론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필자가 왠지 모를 불편감과 불쾌감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들부터, 각 분야의 전문 영역을 휘어잡고 있던 사람들까지 너도 나도 고구마 줄기 케듯 나오고 있다. 이 사람들의 뉴스를 보다 보니 필자는 또 습관처럼 이들의 관상을 하나하나 다시 따져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사건들이 터졌지만, 왠지 모르게 또 권력의 힘으로 그리 크지 않은 죄를 받고 넘어갈 듯한 사람도 보였고, 분명 죄를 지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해결책이 1개도 보이지 않아서 지은 죄보다 더 한 벌을 평생 지고 가야할 것 같은 사람들도 보였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사람에겐 좋은 습관도 있지만, 나쁜 습관도 있다. 그런데 이 '습관'이라는 것은 정말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웃을 때마다 옆에 있는 친구를 때리는 습관이 있는 친구는 제발 때리지 말라고 친구들이 끊임없이 권유를 해도 웃음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하지 못 하고, 옆 사람을 데려다 놓고 때리고 있다. 말려도 소용 없다. 스스로 고치고 싶어도 참 그 것이 쉽지 않다며, 매번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또 저지르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죄를 지어서, 스스로 속죄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마음으로 다짐하지만 다시 또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죄를 짓게 된다. 이왕이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하지만, 또 다시 도돌이표 마냥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도돌이표에 종지부를 찍고, 정말 제대로 된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필자는 존경과 부러움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미투 운동에 기사화 되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 나쁜 습관의 굴레를 깨지 못 하고, 이렇게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되지 않았나? 필자는 생각했다. 어떤 이는 몰랐을 것이고, 어떤 이는 알았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그런데 참 이 굴레를 깨고 나온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반복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었다.
어렸을 때, 수학 시험지를 풀다가 연이어 동그라미를 받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소나기 내리듯 틀렸다는 표시가 연거푸 이어지면, 나도 모르게 금새 표정이 시무룩해 졌다. 시험 점수 하나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도 시험을 보게 되면 이왕이면 100점 맞고 싶은 마음은 나도 숨길 수가 없다. 그나마 그 수학 시험지는 '내 것' 이었다. 내가 맞으면 다 맞는 것이었고, 내가 틀리면 내가 틀린 것이었다.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물론 내 마음이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혼이 날 수도 있었지만, 어찌되었건 그것은 '나의 문제'였다. 끝까지 파고 들어서 풀었는데 정답이 나왔다면, 그것은 맞는 것이고, 틀렸다면 틀린 것이었다. 인생이 만약 수학 문제 같았다면, 열심히 풀어서 될 문제는 맞고, 정말 모르는 문제는 틀리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수학 문제는 적어도 풀이과정과 정답이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문제에 대한 점수 또한 결국은 내 것이니 삶이 조금 쉽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형화된 수학 문제도 참 이상한 것이, 찍었는데도 맞춘 문제는 언제나 맞는다. 그리고 열심히 풀었는데 틀렸던 문제는 또 여지 없이 틀려버린다. 그래서 우린 오답 노트를 만들었고, 수시로 틀린 문제는 정신 차리고 다시 풀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꾸중 들었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문제도 오답은 또 오답이 되는데,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이 보다 더 어려운 메커니즘을 갖고 나에게 반복된다. 내 생애 전체를 통 틀어서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일을 대표적으로 5개만 기억해내 노트에 적어보다보면 아마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 장소, 사람 등이 모두 다른 듯 보이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유형이 다들 좀 비슷하다. 마음아프고 힘들었던 일들은 더욱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오답 노트들의 문제들 처럼 정리하지 않고, 한 곳에 계속 쌓아두면, 또 비슷한 오답들이 내 인생에도 비슷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곤경에 빠지고,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상처 받고, 나도 모르는 일에 휘말리고, 마음 아픈 일이 생긴다. 사람은 매번 같은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 문제를 다시는 만들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보지만, 그 문제는 완전히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적어도 수학 문제는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를 오답으로 정리 놓고, 그에 맞는 풀이 방식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비슷한 문제는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삶에서 발생되는 오답의 문제들은 나와 관계된 모든 연결 고리의 사람들과 다각도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예측 불허로 일어나게 된다. 이런 유형의 문제들은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결합되어 그 때마다 또 다른 문제 처럼 다가온다. 내가 생각한 대처 방안이 상대방에겐 전혀 소용 없을 때도 있고, 예상치 못 한 곳에서 해결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고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래서 역시, 나 혼자만 잘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사람인(人)이라는 한문이 서로 기대고 기대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린 더불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답을 반복해서 찾게 되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같이 살게 되고, 삶을 공유하게 되니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다 같이, 함께, 같은 마음으로 잘해야만 문제 없이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생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반복해서 고민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연유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해 보고 주위에 조언도 구해보고 다양한 대처법을 써 보아도 해결이 힘들었던 사람들이 필자를 찾아오는 것 같다. 사실 장애물 없이 곧게 펼쳐진 고속도로를 편안하게 달리는 사람들 보다는 많은 고민과 가슴 앓이 때문에 필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어려움을 겪어 보고 고민을 많이 해 본 사람들은 나에 대한 분석과 조언에 대해 조금 더 많은 마음을 열고 귀기울여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아마도 고민의 깊이 만큼, 해결에 대한 열의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미투 운동 주자들 중엔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에 연루되어 곤혹을 치뤘던 사람도 심심치 않게 많았다. 그러나, 쉽게 넘어가는 방식을 알았고, 또 다시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듯 싶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늘 발생하는 비슷한 문제를 방치하거나 더 잘못된 길을 걷다보면 더 쉽게 꼬여져서 풀기 어려워 진다는 것을 깨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문제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영향권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 뿐 아니라 이를 접하는 대한 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도 참 마음이 아프다. 굴레의 쳇바퀴를 최대한 현명하게 해결해서 다음엔, 모두가 같은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길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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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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