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진 한국에서 경찰이셨다. 간첩잡는 내무부 치안본부 라고 하셨다. 1960년대 1970년대를 주름 잡으시던 호랑이같은 경찰이셨다. 난 아버지의 40대 후반에 태어나서, 아버지가 항상 할아버지같이 느껴 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무서웠고, 그 무서운 아버지가 너무 싫어서 피해만 다녔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술을 좋아하시고, 폭력적이고, 오빠와 나에게 폭언도 서슴치 않는 그런 분이셨다. 지금 생각하면 재능이 많으셨던 아버지가 시대를 잘못만나고, 활짝펴지지 못한 본인의 욕구불만을 배우자인 우리 엄마와 우리남매에게 풀곤 하셨던것 같다. 중학교때 까지 거의 알콜중독인 아버지에게 손찌검과 언어폭력을 당하곤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기분좋으실때는 좋은면도 많이 있으셨고 교양도 있으셨던 분인데, 간첩들 고문하던 직업에서 퇴직을 당하신후, 본인 화를 풀곳이 없으면, 엄마와, 오빠와 나를 종종 괴롭히셨었다. 

그런 아버지가 나를 따라 미국에 오셨다. 유학생으로 미국에 온 나를 왜 따라 오셨을까? 아버지가 따라오지 않으셨다면 내가 좀더 공부를 일찍 끝내고, 경제적으로도 일찍 안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었다. 일찍결혼해서, 유학생으로 공부도 해야했고, 일도 해야했던 그 시절 연로하신 아버지가 미국까지 따라 오셔서, 참 힘들게 하셨었는데, 건강이 점점 안좋아 지셔서 검사하셨는데 대장암 3기라고 하셨다.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하는 와중에 아버지가 암수술도 받으시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받으시고… 호랑이 같던 아버지가 몇년 병환을 겪으시면서, 약해지셨고, 결국 대장암 재발로 호스피스를 받고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내가 널싱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그쪽으로 돌리게 되었고, 호스피스를 받고 돌아가셔서, 

end of life care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지금의 내가 된것은 우리 아버지 덕이 크다.

어릴땐 참 무서운 아버지 셨는데, 어느새 늙어지셔서, 불쌍하게 여겨졌고, 아프다 아프다 너무 약해진 모습으로 임종하셔서 너무 죄송했다.

첫 벤츠를 타게되었을때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너무나 운전이 하고 싶으셨었는데, 내가 못하게 하니까 교회에서 한 청년을 몰래 포섭해서 운전면허를 따러 가려 하셨었다. 물론 나한테 들켜서 못하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벤츠 운전하시게 해드렸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세번째 벤츠, 여태 타던 벤츠중 제일 좋은 벤츠를 다시 타게 되었을때 또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운전하시던 모습이 선하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운전을 미국에서 못하게 해드려서 참 미안하고 아쉬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16년째 난 시니어케어 전문가, 임종간호 전문가가 되어서, 내가 아버지께 못다한 케어를 다른분들을 만나서 베풀고 있다.

아직도 색조화장을 선물하신 아버지의 그 마음이 잘 이해가 안가지만, 아버지가 보고 싶고

벤츠를 볼때 마다 독일차를 최고라고 여기시던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립고, 미안하다.

부모님 살아 계실때 많은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 좋아하시는 것을 많이 해드려야, 부모님 가시고 난후 덜 미안하고 덜 아쉬울것 같아서,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내 추억을 여기에 나누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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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실때 최선을 다해서 잘해드리고, 격조있는 삶을 사시다, 존엄하게 가시도록 도와드리는게 자식된 도리입니다. - - -한 호스피스 전문간호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