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박사학위 첫학기에 여러 헬쓰케어 전문가들과 리서치 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당시 Johns Hopkins school of nursing 부 학장이 저와 한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가, 저에게 어떤일을 하고있냐고 물어서 저는 mobile physician, home health, hospice, palliative care 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너는 정말 중요한 일을 선택했다고 하면서 앞으로 시니어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헬쓰케어 시스템이 다 감당못할정도 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앞으로 실버쓰나미가 올거야. 헬쓰케어 시스템도 그것에 맞추어 환자의 증가를 기대하고 병원이나 재활병원 양로 병원들을 늘려나가야 하는데, 환자의 증가 속도가 너무빨라서 시스템이 그 속도를 따라 갈수가 없을거다!" 헬쓰케어 리서치를 하시는 전문가의 눈에 비친 베이비 부머의 폭발적 증가와 미국 헬쓰케어의 사회적 burden 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는 매일매일 경험합니다. 

미국 인구 연령별 그래프를 살펴보면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이젠 시니어로 진입해서 end of life care 를 받고 있는 시기가 왔습니다. 20년 30년 전에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가 석유도 30년 후면 고갈되고, 소셜시큐리티도 고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소셜시큐리티가 고갈 되지 않은 큰 이유중 하나가 65세 면 은퇴할줄 알았던 베이비 부머들이 70세 넘어 80이 가까이 되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베이비 부머들이 소셜시큐리티 연금에 기대어 살지않고 70세가 넘어서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베이비 부머들이 최고령 층으로 진입하는것이 10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또, 평균수명이 80이 안되던 20년 전과는 달리 80은 이제 노인이라 부르기도 죄송할 지경이며 90세 넘어 장수하시는 분들도 흔해 졌고, 100세 넘은 분들도 꽤 많습니다. 저희 회사에도 90세 이상이 흔하고 100세 넘으신 분도 5명이 넘습니다.

이런 실버 쓰나미 시대에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의료비지출을 막고 시니어들이 최대한 본인이 사는 공간에서 편안히 살아갈수 있을까 하는게 내가 매일 하는 일입니다. 

하루는 시니어 아파트의 메니져가 저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한 90세 가량의 어머님이 뒤로 넘어지셔서 뒷 머리에서 피가 나는데, 의식을 잃지 않으셨기 때문에, 병원을 안간다고 고집을 부리신다는 것입니다. RN 선생님과 같이 응급처치 도구를 챙겨서 어머님 아파트를 방문했더니 어머니가 의자에 앉아 계셨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저와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 오는것을 보시더니 사슴같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셔서, 선생님 저좀 도와 주세요. 그런데 저는 병원에 가기 싫어요. 병원에 안갈거에요. 죽더라도 집에서 죽게 해주세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상처를 보니 이미 피는 멎어 있었고, 그리 상처가 깊지 않아서, 꼬매지 않아도 될 정도 였습니다. 여차하면 꼬맬생각을 하고, suture kit 도 챙기고, 국소 마취연고도 가져 갔는데, 다행히 소독하고, 주변 머리카락 좀 잘라주고, 응급처치를 해드렸습니다. 

어머니가 90의 나이에도 너무나 예쁘시고, 사슴같은 눈망울과, 백설공주 같은 피부를 가지셔서, 어쩜 이렇게 예쁘실까 하고 감탄했던기억이 납니다. 제 손을 꼭 잡으면서, 저좀 도와 주세요, 저 병원안가게 도와 주세요. 하는데, 정말 차마 911 불러서 병원을 보낼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신경정신과 적인 증상이 없었고, 상처도 깊지 않아서, 홈헬쓰를 받으면서 상처 치료도 하고, 물리치료도 받으실수 있게 도와 드렸습니다. 병원 안가신다고 하셔서 집에서 mobile x ray 도 찍어보니 다행히 골절이 아무데도 없으셔서 4개월 동안 잘 케어 받으시고, 보행에 더이상 문제 없어서 홈헬쓰에서 퇴원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몇주후에 또 갑자기 도우미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어머니가 좀 이상하시다고 좀 와주시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가보니 어머니가 산소포화도가 80% 미만이셨습니다. 평소 폐에 문제도 별로 없으시던 분이고, 79~80%의 산소 포화도에도 숨을 그다지 헐떡이지는 않으셨읍니다. 다만 기운이 너무 없고, 어지러워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도 못가실 정도의 몸상태 였습니다. 산소 포화도가 너무 낮아서 일단 병원에 보내서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또 병원을 안가시겠다고 우기셨습니다. 이유인 즉슨 일년에 한번 오는 소셜워커가 내일 오기로 했기 때문에 그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그사람을 만나고 나서 내일 병원에 가시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님 숨이 너무 불안정해서, 밤에라도 돌아가실지도 몰라서, 따님에게 전화를 해서, 호스피스회사를 통해서 산소통과 병원침대등을 드리고 24시간 케어를 시작해 드리고, 그 소셜워커를 만나고 나서, 병원에가서 무슨 문제인지 검사를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그 소셜워커는 오지도 않았고, 전화도 연결이 되지 않아, 어머님을 잘 설득해서 병원에 보내 드렸습니다.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어머님 신장기능이 갑자기 투석을 해야 하는 상태로 나빠지셔서 온몸과 신장과 폐에 물이 차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투석을 받겠느냐고 물어봤지만, 따님께서 워낙 연로하신 어머님께 더이상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어머님 소원대로 집에돌아가서 편안하게 가시도록 결정하셨습니다. 

어머님은 하루만에 집으로 바로 돌아 오셔서 호스피스를 받으시고, 일주일도 안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오신 순간부터 간호사가 24시간 1대일 케어를 해드리고, 어머님 매일 주무시던 방에서, 계속해서 "고마와, 고마와" 하시면서 그렇게 편안하게 가셨습니다. 

환자들이 보통 돌아가시기 1년전에 의료비용의 90%이상을 다 쓰고 가신다고 합니다. 병원비나, 911등의 사회적 비용이 미국 전체 의료시스템을 위협할만큼, 어마어마합니다. 메디케어가 지속될지 걱정할 정도입니다. advance care planning 으로 연명치료를 불필요하게 받지 않도록 미리미리 신청해야 합니다. 베네핏보다 리스크가 더 크고, 삶의 질을 아주 나쁘게 하는 항암치료나 면역치료등을 85세이상의 고령의 환자에게 지속하는것은 하루빨리 중단해야 남은시간을 좀더 편안하게 사실수 있습니다. .

홈헬쓰나 호스피스는 환자가 병원을 가지 않고도 집에서, 의료적 도움을 받을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Mobile physician 일을 하다 보니, 환자가 홈헬쓰, 호스피스가 필요해서  원래 케어를 받던 주치의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면, 간혹 환자가 홈헬쓰 호스피스 받는것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쓰는 홈헬쓰 호스피스가 따로 있으니 거기에서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십니다. 이것은 불법입니다. 메디케어에서는 환자가 본인이 원하는 케어회사를 정할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홈헬쓰 호스피스 회사를 주치의가 결정할 권리가 없습니다. 환자가 결정하는 권리가 있고, 주치의는 호스피스를 받을지 홈헬쓰를 받을지 권고 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홈헬쓰, 호스피스 회사가 어떤 케어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협력하고, 감수해 줄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환자들이 메디케어, 메디컬에서 보장되어있는 혜택을 받으실수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합니다. 지역사회를 교육시키고, 시니어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소외된 사람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에게  내 손길이 닿을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시니어들의 케어는 시니어 한사람 한사람을 비지니스도구, 돈벌이 도구로 여기는 사람이아니라, 환자케어에 대한 소명의식과 봉사정신이 가득한 좋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