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정연 입니다. ^^



공지사항 등이 아직 완벽히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글은 안정적으로 올라오는 것 같아 첫 번 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컬럼 시작 전에 무엇을 적을 지에 대하여 노트를 많이 해 놓았는데... 솔직히 무엇을 적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적느냐도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망설이시는 분, 갖고 싶은 물건을 찾아도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반복하시는 분, 나는 언제 저렇게 멋진 식탁을 차릴 수 있을까 부러워하시는 분들과 함께 컬럼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 글이라는 것에서 많은 생각이 나뉘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처음 미국에 와서 새롭게 느낀 것 중에 하나, 바로 "초" 이야기를 하기로 정했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 정말 길 잃은 너구리 같던 시절... 언제나 쨍쨍한 어느날 오후... 제 친한 아가씨 친구가 놀러 왔습니다. 그리고, 너무 예뻐서 샀다며 건넨 것은........... 바로 무당벌레 초 였습니다.(--::) 밤알 크기에 아빠 무당벌레, 그보다 작은 엄마 무당벌레, 그리고 아주 작은 아기 무당벌레 이렇게 가족 구성원의 초를 ... 나의 친구가 말하길 "언니 이 초들을 물에 띄우셔서 불을 켜시면 너무 예뻐요~" 하며 건네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초란? ~ 하얀 막대 초, 옛날 어린 시절에 정전이 되면 아빠가 어디선가 가지고 오시던 흰 초와, 아마도 동명일초(?)인 듯한 제사 때 사용하던 흰 초, 그 중에서 그래도 좀 더 세련된 생일 케익(ㅋ받침이 안되네요)에 비비꼬인 스쿠류바 (한국의 유명한 아이스크림회사에서 나오는 하드 이름) 모양의 가느다란 초, 고등학교 때 한 감수성으로 일기 쓸 때마다 켰던 초 … 이것이 초에 대한 제 기억의 전부였습니다.

전 그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역시 아가씨라 다르네~ 아이고, 내가 지금 무슨 초 켤 일이 있나? 매일 혼자이구만... --:: 아이고, 이 조그만 것이 비싸기도 할 텐데, 그 돈이면 우리 아기 과자라도 하나 더 사 주겠네... 역시 난, 아줌마인 가봐...-.ㅜ"

그러며, 너무도 아깝고 소중해서 어떻게 이 놈들을 지피나 싶어 한참 놓을 자리를 찾다가 올려 놓은 곳이... 마당 한 켠에 놓인 빨간 바베큐 그릴 위 (--::) 그 곳에 다소곳이 올려 놓았습니다... 정말 너무 예뻐서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헤맸지요... 그러나 몇 시간 후 돌아온 남편에게 자랑하려고 했더니, 그 뜨거운 햇빛이 무당벌레를 봄에 눈사람 녹이듯이 녹여 놓았습니다.-.ㅜ (그 때 심정이란...)

그리고, 제가 한 일은 눌러 붙은 촛농을 떼어내느라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미국에서 첫번째 초의 추억 입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초란 여러모로 절약적이며~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고~ 냄새도 없애주고~ 손님과 함께 할 경우 차린 것도 없이 초만으로도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매우 훌륭한 생활의 향수 같다고 생각합니다.

안 뿌려도 되는 향수, 그러나 가끔은 나도 뿌리고 싶고, 가끔은 그 아름다운 향수병에 충동구매를 느끼기도 하는... 그런 향수 같은 초~ 아름다운 향수병 같은 촛대~



우리는 언제나 좁게만 느껴지던 나의 집이 청소만 하려 들면 넓어지고, 집을 꾸미려 들면 막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이 빛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이키아에서 산 초 한 봉다리와 흰 막대초 한 상자로 일년은 행복합니다.^^::



모양이 아름다운 초는 촛농이 흐르며 그 아름다움을 지웁니다. 그러나 흰 초는 촛농이 흘러도 그저 흰 초입니다. 그래서 저는 흰 초가 편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가끔 변화를 주고 싶으시다면 흰 초 5자루, 푸른 초 2자루, 풀빛 초 2자루, 붉은 초 2자루를 준비하세요…



초를 띄우는 물 그릇(?)은 초를 파는 전문 샵에 가면 아무 장치도 없는데도 값이 비쌉니다. 혹시 어쩌다 생긴 꽃이 있다면 꽃송이가 고개를 숙일 즈음 말리지 않으실 거라면 꽃송이를 따서 아무 접시에나 나즈막한 볼에 물을 받아 띄워 보세요… 그리고 밤에는 초도 띄워 불을 놓아보세요… 작은 꽃송이와 촛불이 낮과 밤을 아름답게 합니다.

촛대가 없다면 안 쓰시는 와인잔이나 컵에 조약돌을 넣고 초를 꽂아보세요… 그대로 훌륭한 촛대가 됩니다.



가끔… 빛을 잃은 밤~ 저는 가끔 초를 켜고 가족과 차 한잔 시간을 나누어 봅니다. (이 때 아이에게는 잔에 우유를 따라 줍니다.^^:: 그래도 제법 우리와 같이 점잖은 모습으로 차 마시듯 우유를 마십니다.^^)

남편과 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면 가끔 촛불 아래 차 한잔을 준비해 보세요…

“가족은 촛불 앞에서 말을 가리게 됩니다.”



촛대와 초가 잘 맞으면 결코 촛농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촛대의 크기와 초의 크기가 맞지 않아 기울게 되면 초가 녹아 내리며 촛농을 너무 많이 만들어 냅니다…(마치 우리들의 인간 관계와 닮았습니다…) 이 때 냅킨을 잘라 접어 촛대에 넣고 초를 꽂아 보세요… 절대 흔들리지 않으며 잘 꽂힐 것입니다. (사진 속에 제가 보시기 편하도록 초 밑에 냅킨이 보이도록 해 놓았습니다. 냅킨을 잘라 접어 놓은 것과 함께…^^::)

“우리의 관계가 삐그덕 거릴 때 우리도 냅킨 한조각의 방법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2년 전부터 저는 가끔 저에게 선물을 합니다.
우습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아줌마인 내게 선물이란 이름 자체가 사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 8년 동안 언제나 생일과 기념일은 남편의 공부가 끝난 후로 미루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자신이 너무 안되어 보였습니다. (잠시 속풀이방 분위기? ^^::) 그렇다고 큰 맘 먹고 쇼핑을 하자니 입고 갈 곳도 없고, 들고 갈 곳도 없고, 달러도 무섭고...^^::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한가지를 정하여 내가 기특한 일(?)을 했을 경우에 제가 저에게 하나씩 선물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10불 안팎으로 가격을 정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나름대로 정하고, 2년 동안 촛대를 모으니, 이제는 꽤 많은 촛대가 모였습니다.



(첫번째 초는 재작년 크리스마스 세일 때 제가 저에게 선물한 촛대이고, 중앙은 병원 기부금 마련 벼룩시장(?)에서 올 해 구입한 것이며… 마지막 촛대는 지난 가을 제가 저에게 선물한 촛대 입니다.)

만일 제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였더라도 저는 이렇게 가끔, 정말 맘에 드는 것 한가지 씩 구입했을 것입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갖고 싶은 것을 정하셨다면 시간은 여유롭게 선택은 칼날과 같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왼쪽은 벽에 거는 촛대이며~ 오른쪽은 무엇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거울에 자그마한 촛대를 얹어 빛을 두 배로 하였습니다. 이 모두는 estate sale에서 구입했습니다.^^)

가끔 자신에게 선물을 해 보세요~ 촛대가 모이면, 그 다음은 그릇? 머리 핀? 예쁜 꽃병? 등... 평소에 사고 싶지만 잘 안 사게 되는 무엇들이 꼭 있을 것입니다. 저는 촛대를 모으며 행복 했고, 촛대에 초를 꽂으며 행복 했고, 초에 불을 놓는 순간 행복했습니다.

“때론 갖고 싶은 것을 어렵고 늦게 갖는 것도 행복을 배로 늘리는 방법 같습니다.” ^^::



김정연의 첫 번째 초 이야기였습니다.^^::즐겁게 구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