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낡은 극장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그 곳을 처음 알게된건, 큰 아이 5살때 여름방학 직전.

‘난 이제 죽었다. 이 긴 방학을 뭐 하면서 보내나..’ 할때

옆집 엄마가 극장갈래? 하더라구요. 

여름방학동안 매주 수요일 10시에 어린이영화를 상영하는데 단 돈 $1(여름특가)이라고. 

아이도 어렸고, 하루종일 놀아주는것도 끔찍하던 그때. 그곳은 저에게 천국이었습니다. 

조금 낡았지만 언제나 깨끗했고, 시원했고, 친절했습니다. 

9주간 매주 다른 영화가 상영되었고, 저는 거의 매주 그곳에 갔던것 같습니다. 

그곳은 그렇게 저에게 베이비시터였고, 행복이었고, 자유였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잊고 있다가

아이가 중학생이 된 후 다시 그곳에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근처에 Regal Cantera & RPX 라는 큰 체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티켓값이 $5라는데에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홀렸더라구요. ^^

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픽업갔다가 우연히 로비에 놓여있던 전단지를 보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가끔씩 예전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더군요. 

사운드 오브 뮤직, 시네마천국, 인생은 아름다워… 등등 이런 오래된 명화들을 특별전 형식으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꺼진 영화관에서 팝콘가득 손에 들고 대형스크린으로 어릴적 봤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건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는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거죠.

제가 안다니던 그동안도 늘 사람이 많았던건지, 아니면 최근에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말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오래된 작은 로컬 극장은 한번도 우리에게서 잊혀진적 없는것처럼 당당하게 우리를 품어주었습니다. 

활기가 가득찬 극장은 얼마전에 6관 중에 한 관을 먼저 리모델링 했습니다.. 

비록 한 관 뿐이지만, 전체 좌석에 리클라이너 의자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곧바로 초등학생들의 생일파티 장소로 제공되었습니다. 다른 극장파티의 2/3가격으로 말이죠. 

그런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어른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으며 작지만 알차게 운영해가던 극장이 지난달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Costco가 그 옆 상가자리에 들어오기로 하면서, 극장자리까지 필요하다고 내놓으라고 한거죠. 

city의 허락하에 말이예요.

사람들은 Costco가 아무리 좋다한들 로컬 비지니스를 죽이는 Costco따위는 필요없다고 서명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저희동네에는 이미 Costco가 한개 있거든요. 굳이 15분 거리에 하나 더 없어도 되거든요. 

하지만, 거대기업 Costco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각종 sns에 새로 생길 Costco에 대한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시민들도 다함께 온라인으로 반대의사를 표하고 또 서명운동을 하며 대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뭐… 시민들이 발 동동 거린다고 이뤄지는게 있던가요? 

전투끝에 대기업측에서 "알아서 충분히 보상받았을껀데 시민들만 뭣도 모르고 '감성팔이' 한다."는 식으로 가닥을 잡아갈때쯤

말도 안되는 또 한번의 반전이 왔습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7~8월까지 간다는 코로나사태. 

아무리 인기있어도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해도 '극장'이라는 갇힌공간이 코로나바이러스사태를 버티기 힘들었을텐데.. 

이제는 넉넉한 보상금을 손에 쥐고, 버틸필요없이 간단히 문 닫으면 되는거죠. 

로컬비지니스가 경제난으로 문을 닫는건 참 안타까운데, 보상금을 넉넉히 받았다면 안심이거든요. 

혹시 아나요? 동네 다른곳에 보란듯이 극장을 다시 열수도 있으니... 

마치 잘 짜여진 드라마각본 같았습니다. 

반전에 반전! 한치 앞을 볼 수없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

2020년 부동산 시장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인생은 지나간 후에야 알 수 있는것 같습니다. 

옳은 선택이었는지, 틀린 선택이었는지.. 

옳은 타이밍이었는지, 나쁜 타이밍이었는지..

missy님들 올해에 하는 선택들에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를 소망합니다.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