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immersive exhibit, 다들 한번씩 다녀오셨나요?

처음 immersive van gogh exhibit이 시카고에서 개최된다고 했을때 새로운 시도, 발전하는 예술을 관람하러 다녀왔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다 보기도 전에 움직이고

다 보기도 전에 없어지고

다 보기도 전에 나타나고..

먹기 싫은 음식을 꾸역꾸역 삼키면 싫듯, 아직 볼 준비가 안된 장면들이 자꾸 뇌로 꾸역꾸역 흘러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음악을 곁들인 시도는 좋았지만, 내 템포와 맞지 않으니 기분이 상했고,

조명을 곁들인 시도는 좋았지만, 원치않는 음영에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남편이 극찬하고, 아이들이 즐거워 한 그 전시회. 

같은 공간에 발을 들이고도 저만 못 즐긴건, 아마도 제 취향 탓이겠죠.

그림을 볼 줄 몰라서 그런가.. 저는 그림을 볼 때 ‘숨은그림찾기'를 하곤 하거든요.

예를 들어 ‘김홍도의 씨름’을 본다면, 그때의 의복은 어땠고, 단오의 시장 분위기는 어떻고, 씨름을 매트도 없이 흙바닥에서 그냥 했구나, 땅바닥에 팔괴고 누워서 보기도 했구나, 버선을 신고 씨름을 했구나, 부채가 4개나 나오는데 그때의 부채는 180도 펼쳐지는게 아니었나보다, ... 등등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저의 이런 성향은 집을 볼때도 남들과 달라서 사소한 것에 보물이라도 찾은 듯 기쁠때가 있습니다. 자그마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때가 특히 그런데요, 얼마전 발견한 작은 흔적입니다.

무언가가 오랫동안 놓였던듯 파인 흔적이 남은 넓은 돌, 바로 현관 옆 땅바닥에 묻혀 있던 돌입니다.

이건 바로, Boot Scraper가 올려져 있었던 흔적인데요,

Boot Scraper 즉, 부츠 긁어내는 도구는 18~19세기쯤 유행한 것으로, 부츠에 묻은 말, 돼지, 사람의 배설물을 긁어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동네 어귀나 혹은 집 앞에 꼭 있던 물건입니다.

포장도로가 흙을 대체하고, 말이 끄는 마차가 아닌 차를 타고 다니는 지금에야 전혀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렸지만, 

지난간 영광을 뽐내듯 그 흔적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답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건,

그치만, 꼭 땅에 박혀 있기만 한건 아니고요,

기능을 넘어 더 아름답거나 위트가 있는것도 있고,

부츠 스크래이퍼인듯 아닌듯 티나지 않게 계단 난간에 숨겨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사의 한 조각. 그 가치를 아시는 분들은 이렇게 남겨놓으시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엊그제 본건, 

이렇게 업그레이드해서 2022년 현재도 유용하게 사용중인 부츠 스크래이퍼였습니다.

주변에 알수없는 돌, 알수없는 고철이 있다면 한번 살펴 보세요.

장담은 못하지만 그게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무심코 없애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우리의 역사입니다.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