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집 안팍을 둘러보다 굴뚝위에 앉은 새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자연스레 예전 생각이 나서 오늘은 굴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줄리 앤드류스의 뮤지컬 영화 Mary poppins에 보면 ‘Chim Chim Cher-ee’란 노래가 나옵니다. 

어릴적, “침치미리 침치미리 침침추리~ 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 안들리는 모든 영어는 나나나로 대체하여 흥얼거리며 다녔던 기억이 있네요. 

굴뚝 청소부라는 배역이 있었고 그는 시커멓게 얼굴에 검댕이를 묻히고 등장하였었지요.   

그뿐인가요? 산타할아버지도 굴뚝을 타고 내려와야 하고, 

아기돼지 삼형제도 굴뚝에 불 피워 늑대 엉덩이를 홀랑 태웠으니..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 '굴뚝'이란 늘 깨끗하게 청소관리 해야하는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벽난로가 있는 집에 이사와서 젤 먼저 저희 남편에게 물어본것이 “굴뚝 청소부 연락해서 청소하러 오라고 해야지?” 였어요.

아이들도 제 말을 듣고는 산타할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빨리 청소해야한다며 아빠를 들들 볶았습니다.

저희의 요구에 남편은 한 아저씨를 불러주었습니다.

근데, 아저씨는 어떻게 굴뚝 청소를 할 생각을 했냐며 신기해 하더라구요.

보통은, 

벽난로에 불을 붙일 때 연기가 위로 안 빠지고 집 안으로 연기가 가득 차면 그때 전화주거나 

불길이 이상하게 타오르거나 

냄새가 나면 전화를 주는데.. 

저희 집 벽난로는 멀쩡한 상태인데 굴뚝 청소를 해달라고 하니 영 의아했대요. 

저는 “늘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주기적으로 닦아줘야하는거 아니야?” 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며 막 웃으셨어요.

물론, 구글에는 1년에 한번 하는게 좋다라고 써있지만 일부의 벽난로만 그런것이고, 대개는 위에 말한것들이 느껴지면 전화하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남편도 그제서야 학생시절 친구집에서 삼겹살을 벽난로 불에 구워서 먹은적 있었는데, 

직화라서 맛도 좋았지만, 연기가 굴뚝으로 쑥쑥 빠져나가 집안에 냄새 하나 안났다며 

그 날 그 분위기에 반한 남편이 친구한테 벽난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관리는 어떻게 하냐 물어보니,

친구가 한번도 청소나 관리에 대해 신경써본적 즉, 사람불러본적 없다고 했었다라고 이야기하더라구요. 

그 날 그렇게 아저씨에게 출장비로 $250 드리면서 ‘에구.. 남의 나라 문화는 뭐 이렇게 모르는거 투성이냐’고 돈 아까워 한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청소 후에 다같이 모여앉아 불을 피웠습니다. 

의도치 않게 ‘불 멍' 했습니다 ㅎㅎ

그 날의 기억을 정리해보면,

- - 집 안에 불 냄새가 하나도 안나나? 

전혀 안나는건 아니고 아주 조금은 나요. 근데 집 전체에 냄새가 퍼지는건 아니고, 벽난로 근처만 조금요.

캠프파이어할때 나는 나무타는 냄새. 딱 그 냄새가 약하게 나는데, 저는 그 냄새가 좋더라구요. 

- - 집이 따뜻해지나? 

집 사이즈마다 다르고, 얼마나 장작을 많이 때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대답은 NO입니다.

아저씨 말씀으로 발생하는 열의 대부분이 굴뚝을 통해 집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 그렇대요. 벽난로가 있는 공간을 다 벽으로 둘러세우고(여닫이 문 이용) 2시간 이상 불을 피우면 그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수는 있지만, 요즘 짓는 오픈컨셉인 집은 절대로 따뜻해질 수 없대요.

오히려 굴뚝에서 열을 빨아올리니 집이 더 추워질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결론은 관상용^^

- - chimney cap(rain cap) 설치 및 보수

겨울에 벽난로를 종종 피워서 굴뚝을 따뜻하게 데워 놓으면, 동물들이 거기로 모인대요. 

굴뚝 끝에는 damper라는게 있는데, 이게 개폐 형식으로 평소엔 닫혀 있다가 벽난로에 불 피울땐 damper를 열고 장작에 불을 붇히는데, 이 damper위가 따뜻하니 자리잡기 딱 좋은거죠. 

그 즈음에, 안 그래도 옆 집 굴뚝에서 라쿤 가족이 나오는걸 본적이 있었어요. 저희 뒷마당을 라쿤 두 마리가 엄청 빠르게 뛰어가길래 너무 신기해서 보니까 저희 옆집 굴뚝을 타고 올라가더니 새끼 라쿤을 입에 물고 내려오더라구요. ‘거기서 몇일 살다가 아기를 낳은건가?’ 싶을정도로 새끼 라쿤이 아주 작았었어요.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저씨가 그러니까 꼭 chimney cap을 설치해놔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게 없는 집에서 종종 동물시체도 잘 발견된대요. 동물시체까지 치우면 추가요금 붙는대요.

이제 곧 가을 지나 겨울이 오겠죠? 

저희는 그 날 이왕 불 피운 김에 삼겹살까지는 도전 못했어도, 스모어를 구워 먹었었어요. 

아이들이 자러 올라간 후,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었구요. 

가족들과 좋은 추억 한자락이 될 벽난로, 올 가을에 한 번 피워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