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분실했던 미국시민권증서를 재발급 받았다. 딱 1년만에 미국 동생집으로 시민권증서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해운대구 출입국 사무소로 전화를 했다. F4비자를 받거나 거소증을 내고 외국인 등록증을 받기위한 절차를 설명 받았다. 그런데 딸아이는 아직 22살이 안되었기때문에 복수국적자이고 나의 시민권 증서와 미국여권이 아닌 구여권 즉, 예전에 쓰던 만기된 교포여권만 해운대 구청으로 가져가면 딸아이의 출생 신고를 지금이라도 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사망한 관계로 딸은 엄마의 성을 써야한다고 했다. 뒤늦게 출생신고를 하기때문에 벌금도 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이상 우리는 3개월마다 해외로 출국했다가 들어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그리고 딸아이는 학원에 원어민강사로 일해달라는 제의도 받았다. 갑자기 모든것이 해결될것같다. 일년여동안 아파트 계약이며.. 은행일… 음식배달.. 인터넷서비스며 핸드폰라인 개통에서부터 쿠팡주문까지… 쉽게 되는일이 하나도 없었으며 너무나 서러운일들을 많이 겪었었다. 여행자로서 외국인 등록증없이, 한국인으로서 주민등록증없이 한국에서 살아가기란 너무나 고달펐다. 그래서 어쩌면 미국이 더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시민권이 안나오고 더 오래 기다려야했다면 아마도 나는 한국생활을 청산해야하나 할정도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좋기도했지만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차도 없고 길도 모르고 모든게 새로운 고국땅에서 익숙하지않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참 잘도 견뎌냈다. 아마도 부산이었기에 힘들어도 행복했고, 지쳐가면서도 마음은 평온했었던건가싶다. 다소 딱딱한 말투와 거친어조로 사람들이 불친절하게 굴때엔 부산이 싫어지기보단 익숙해져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부산사람들은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그어느 다른 도시사람들보다도 따뜻하다는걸 알기때문이었다. 어느날 버스를 타고 서있는데 그날따라 버스 운전하는 아저씨는 왜그리 운전을 더 난폭하게 하는지 내가 그만 뒷좌석에 앉아있는 어느 아저씨 무릎위로 앉아버린적이 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일어나려는데 버스가 너무 험하게 움직이고 덜컹거려서 몸이 마음처럼 그리 쉽게 일으켜지지않았다. 몇초동안 온갖 몸부림을 치며 겨우 일어났는데 챙피해서 아저씨의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조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연달아 외쳤다. 다행히 아무도 관심을 갖지않는듯보였다. 속으로는 다들 웃었을지 몰라도 말이다. 어쩌면 그것도 타인에대한 배려일지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람들이 키득거리고 웃었다면 내가 얼마나 더 챙피했을까 싶다. 조금후 그아저씨가 내리는광경을 목격했을때는 나는 이미 자리가 나서 앉아있을때였다. 아저씨는 한눈에 봐도 한쪽다리가 의족이었다. 아뿔싸… 내가 몸도 불편한 아저씨 다리위에 그렇게 쎄게 엉덩방아를 찧고 앉아버려서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내려서 걸어가는 아저씨의 쓸쓸한 뒷모습이 나를 더 미안하고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부산에서의 나의 생활은 항상 실수투성이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지루하지않았고, 배울게 많았고, 활기도 있었던것같다. 이번주는 달맞이길에 일년중 가장 핫한 벚꽃 시즌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바로앞이 벚꽃으로 유명한 명소기에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관광객들보다 훨씬 더 편하게 벚꽃을 구경하기도하지만 혹여나 비라도 내려서 아니면 바람이라도 불어서 이 만개한 벚꽃들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지나않을까하며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나혼자만의 것일까…? 오늘도 난 문탠로드 산길에 떨어져있는 벚꽃잎들을 세어가면서 걸었다. 인생도 그렇지않은가. 화려한 청춘은 잠깐이고 인생은짧다. 비바람치고 내팽개쳐지고 짓밟혀도 다음해의 봄을 기다리는 우리네 삶은 고난과 행복의 연속임을… 벚꽃을 즐기며 감히 헤아려본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던 뜨개가방샾이 없어진후 난 뜨개공방을 새로 발견하고는 몇번가서 가방실도 사고 가방손잡이도 사고 가방 안감도 어디에서 해오는지 맡기면 이틀만에 완성해다주는 그런 좋은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난 신세계에서 샀던 가방과 같은모양을 완전 다른실로 짜보았다. 역시 가방을 짠다는건 특별한 일이다. 세상에 단하나뿐인 나의 가방이다. 누군가 마음먹고 똑같이 짜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다른사람이 들고다닐일이 없는 그런 유일무이한 가방이 완성되는건 정말 감격스러운일이다. 실 , 가방아구 , 가방끈(가죽), 가방안감, 가방바닥까지 모두해서 십오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백오십만원이상의 가치가 있다.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큰가치를 지닌 가방이 내가짠 가방이다. 내가 그가방에 애착이 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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