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한동네 살던 친구들이 나에게는 유일한 한국의 어렸을적 친구들로 남아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은 내가 고2때 남미로 이민을 떠난후 모두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처럼 SNS가 발달했었다면 아직도 연락을 할텐데 말이다.
그땐 한 6개월정도까지는 몇몇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국제전화비용도 비싸고 편지나 엽서를 주고받으려면 한달정도의 기간이 걸렸던것같다.
그후론 아마도 친구들이 대학을 들어가 바빠지면서 완전히 연락이 꾾겼다고 본다.
나역시 이민생활의 분주함과 거의 소녀가장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살았기에
감히 친구들과 연락하고 그리워할틈조차도 없었다.
커서 스스로 알게된 친구들보다
아주 어렸을때 알게된 친구들은 부모들끼리의 친분 관계로 웬만해선 연락이 끊기지않고 평생 친구가 되기 쉬운듯하다.
나에게도 어릴적 친구들이 꽤 많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되고 만날수 있는 친구들은
부모님들끼리도 친분이 있으신 6명 정도이다.
대부분 한쪽부모는 돌아가시거나 아니면 치매를 앓고계시거나 하면서
한국에 사는 친구들끼리는 장례식이나 자녀 결혼식같은 경조사때나 되어야 만나서
밤을 지새기도하고 식사한끼 하면서 그렇게 일년에 한번정도 모일까하는 세월도
이민간 나를 빼고 벌써 수십년이 지나버렸다.
그런 경조사에 한번도 못껴봤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보물들과도같은 오래된벗들…!
그들중 한친구가 작년 가을즈음 대관령 근처에 팬션을 샀다고
작년 연말부터
눈이 오면 눈이 왔다고 사진을 보내오고
봄에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비수기라서 팬션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주지 않는 시즌이라
아마도 친구들한테 한가할때가 마지막 기회이니 먼저 오라는건가싶었다.
작년엔 친구들이 모두 속초에서 팬션을 구해 몇박동안 만남을 가졌는데
작년만해도 내가 한국에서 살겠다고 첨 나온지라 어렵게나마 모일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시간들이 안맞아서 다 모이기가 좀 힘든가보다.
그렇다면 나라도 펜션에 한번 가줘야지 하는 마음에 부산 아지매들을 나외에 세명을 더 모았다.
넷이서 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가기 한달전부터 계획되어
지인 한분의 소개로 화장품 대리점을 하는 밝고 명랑하신 사장님이 그분의 차를 운전하고 출발했다.
또 한사람더 내동갑내기 친구까지 같이 소개 받으며
넷이서 여행하기전에 어색함을 없애고자
몇번 만나서 식사도 하고
우리집에서 와인파티도 한번정도 했기에
여행을가기엔 무리없었다.
우리는 바로 친해졌고
난 멀미를 하는관계로
운전수옆 조수석에 앉아 운전하는분에게 각종 음료와 간식을 서비스하는역할을 맡았다.
운전자가 졸리지않게 말동무도 해주고
음악도 틀어주고 하다보니
오랜친구처럼 우리는 가까워졌다.
서로가 뭔가 통하는것도 많았기 때문에
그분과 나는 서로 말은 안해도 굉장히 편안하게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나처럼 혼자서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으신것도 알게되었다.
또다른
나와 동갑이라는 아지매는 얌전하면서도 분위기에 잘 맞춰 웃어주고
중국에서 오래살다와서 그런지 아는것도 많고 여행도 많이 다닌듯했다.
가는길에 오는길에 맛집탐방도 하고 정동진에 들러 사진도 찍고 …
그런데 그러는와중에 화장품 대리점하시는 사장님은 계속 내 피부에 뭘 뿌려주시는 것이다.
자연성분이라 먹어도 될정도로 인체에 해가 없는 화장품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누군가 따라다니면서 케어를 해주니
마치 내가 매우 소중한 사람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관리를 받고 있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아토피가 얼굴에 심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데
그분이 발라주는 바르는 필러라는 자연성분의 크림은 대박이었다.
우글쭈글해진 얼굴에 마치 필러를 맞은것처럼 주름이 펴지고
이마도 마치 주사를 맞은것처럼 톡튀어나와 보이는것이다.
놀라웠다.
숙소에 도착해서 어두워지니 친구부부가 바베큐 파티를 준비했다.
우리도 냉동실에 얼려놨던 최상급 쇠고기 스테이크를 남자 팔뚝만한걸로 누군가 들고갔기에
친구부부가 준비한 돼지고기와함께 숯불에 구워 먹고 파티를 그럴싸하게 했다.
미쿡에서 왔다는 내가 아무도 생각못한 고추장 두부찌개를 끓였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미쿡에서 온 사람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난 부모님을 오랜세월 모시다보니 아사도를 구워도 스테이크를 구워도
고기를 구울땐 항상 그와 어울리는 찌개나 국을 끓이는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국이나 찌개종류가 있어야 밥이 넘어간다 하셨기 때문이다.
나도 아버지를 닮아 국이나 찌개 종류를 좋아하다보니 어떤국을 끓여도 시원하고
어떤찌개를 끓여도 담백하게 끓이는데에는 자신있다.
어느샌가 나도 아버지처럼 그런걸 같이 먹어줘야 잘~ 먹었다 소리가 나오니 어쩌랴..!
부전녀전 아닌가? ㅎ
파티를 마치고 나와 동갑내기 중국살다가온 아지매는 이층 침대에
그리고 대리점 사장님과 나의 지인 두분은 두꺼운 전기장판을 깔고 일층 바닥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잠이 드셨다.
담날 아침에 우리는 깨자마자 준비해간 누룽지를 끓이고
인스턴트 수제비를 끓여서 거하게 먹고는
대관령목장도 가고
설악산도 갔다.
제주도와 천안에 사는 친구두명이 연휴라 놀러와서 우리와 함께 차두대로 다녔다.
나로인해 모인 사람이 이렇게 서로 재미나게 얽히고 섥혀서 여행을 다닐수 있다는게 참으로 행복했다.
강원도 강릉은 부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친구의 팬션은 정말 아름다웠다.
살고싶을정도로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산이라서 그런가 향기가 좋았다.
바다내음과는 또 틀린 냄새에 흠뻑 취해서 가깝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차를 운전하고 고작 다섯시간도 안되는 거린데 왜이리 멀고 어렵게만 느껴질까….
한국이라 그런가보다.
미국에서는 7시간정도 운전하는게 아무것도 아닌듯
엘에이에서 샌프란시스코도 가고
조지아주 애툴란타에서 14시간씩 아들이 있는 뉴욕도 가던내가
이젠 나이들어서 그런가보다. 소심해지기 짝이 없다.
설악산은 계절마다 불려지는 이름이 틀리다고 고등학교다닐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시험에도 나왔던것같다.
1.봄-금강산(金剛山)
2.여름-봉래산(蓬萊山)
3.가을-풍악산(楓嶽山)
4.겨울-개골산(皆骨山) 또는 설봉산
이렇게 말이다.
봄에 불려지는 이름이 가장 쉬운이름인데도 불구하고 그것만 빼고 모두를 기억하는나를 다들 놀라워했다.
기억조차 안나는 그런사실이나
오래된 지식또는 수십년전 어려서 들었던 속담이나 농담을 내가 말하면
한국사는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웃는다.
그런말은 어디서 배웠냐고 말이다.
어디서 배우긴 어려서 고국에서 다 듣던말인것을 당신네들은 왜 기억을 못하는지
참으로 신기하다고 하면 다들 기억이 잘안난다고만 말을 한다.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 강릉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여행을 기약하며 여행멤버로 결정지어졌다.
이젠 다음 여행이 몹시 기대된다.
아직 외국인 등록증을 못받은 난 3개월마다 해외를 다녀와야 하는관계로
이렇게 여행멤버가 생겼다는건 나에게 엄청난 행운이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일인가.
정말 한국에 와서 부산에 자리잡은건 신의한수였다.
부산인들은 의리도 대단하다.
비록 부산에서 태어나 자라지 않아도 오래살다보면 저절로 부산인이 되어지는것같다.
그렇게 흡수되지않으면 부산은 살기가 어려운것같다.
운전만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에서 만들어온 국제면허증이 일년을 훌쩍 넘어 만기가 되어버린탓에
이젠 더더욱 운전대 잡을일이 없지만,
오히려 다행스러운건 뭐란말인가ㅜㅜ
도저히 부산에서 운전할자신이 안난다.
길도 모르겠고 교통법규도 못알아보겠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급한 성격탓에
지인의 조수석에서 잠깐씩 타고다니는것만으로도 스릴 넘치니 말이다.
계속 오른발로 브레이크 패달을 밟으며 온몸에 힘을주곤 한다.
오토바이들은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오고 옆길에서 아무런 예고없이 튀어나오는 차들.
택시들은 또 어떠한가.
뭔가 수가틀리면 창문을 열고 욕지거리를 해댄다.
길거리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차를 전혀 무서워하지않는다.
비좁은 골목길에서
본인이 비켜주지않으면 차가 갈수없다는것쯤은 알텐데도 안비켜주고
핸드폰을 보거나 자기갈길을 천천히 간다.
빵 거렸다가는 눈을 흘기거나
금방이라도 덤빌것처럼 흉한말을 내뱉는다.
아~~~ 무섭다.
나를 제외한 세 아지매모두 차를 운전하니
이젠 내가 어딜가더라도 나를 태워다줄 사람이 세명이나 된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기생충처럼 살게 되었단말인가.
미국에서는 절대로 남이 운전하는차는 못타던 사람이 한국와서 이렇게 쪼그라들수가 있단말인가.
그래도강릉여행팀을 만난건 정말 감사할일이고 의지할곳없는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기분이다.
일년에 한번은 국내여행도 가고 해외도 가고 그러다가 언젠간 다같이 미국에 가서
나도 얼마나 운전을 잘하는지...
길을 잘아는지...
대륙을 여행하며 보여줘야겠다는 작은 꿈을 갖게 되었다.
참 자랑할것도 없나보다.
운전하는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게 꿈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난 한국에서는 운전대 잡을일이 없을것같으니 말이다 ㅎ
*여행 뒷풀이 파티를 하면서
그동안 당근마켙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생활한복을 입히고
손에 꽃을 들게하고
사진을 찍어봤다.
한복을 이렇게 사랑하는줄 몰랐다고들 하며
첨엔 안입겠다고 하더니
이젠 또 한복파티를 언제하냐고들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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