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맨발로 젖은모래를 밟는다. 내가 사는곳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깝다는것은 정말 감사한일이다.
남녀커플이 정장을 입고 걷기도 하고 어떤이는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만 보며 콘트리트 바닥에 앉아있기도 하지만…
그건 마치 나의 과거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그렇다. 난 요즘 파도가 내무릎까지를 적실만큼 바다와 가깝게 걷는다.
바닷가에는 요즘 그렇게 걷는 중장년층이 아주 많다. 내가 그렇게 걷게된 이유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병원에 다니며
일주일에 한번씩 주사도 맞고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알러지 약도 먹는데도 영 나을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약을 하루두번 시간맞춰 먹으려고 애쓰지만 가끔 외출시 한두시간 늦어지는경우가 있는데 가려움증은 바로 나를 괴롭히며
눈두덕은 어느새 부어올라 또다시 괴물이 되어버린다. 허겁지겁 약을 찾아먹으면 그때서야 가려움증이 사그라든다.
이렇게 스테로이드에 의존하며 자괴감이 들때즈음 지인이 같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자고 하셔서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우리 두사람은 같이 바닷가를 걷는다.
휴가철이라 바닷가에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노동자들부터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다.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은시간은 바로 해질무렵이다. 해질무렵엔 바닷물은 덜차가우면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햇빛을 가리기위한 모자를 따로 안써도 되는 장점이 있다. 캘리포니아 태평양 바닷가였다면 서쪽하늘에 저녁노을이 멋드러질텐데...
이쪽 부산은 동쪽이라서 그런지 그런 멋진 석양을 볼수는 없다.
그래도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들과 호텔들 그밑으로 즐비한 치맥술집들, 이탈리안레스토랑, 피자집, 스타벅스 등 여러가게들마다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목소리들 웃음소리들.. 해운대에 사는 주민들이 데리고 산책하는 귀여운 강아지들, 그모든것들은 항상 나의 기분을 업시킨다. 나도 마치 그들틈에 껴서 재미나게 살아가는 그런 기분이 든다.
어제는 지인과 미포에서 여느때처럼 또 해변을 걷기위해 만났으나 조금 이른관계로 해가 아직 떨어지질 않았었다.
지인은 그냥 오늘은 해도 안졌으니 달맞이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걷자고하셨다. 우리는 산길을 걷다가 어느덧 청사포까지 갔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을줄알고 나는 신발을 벗겠거니 생각했고 그래서 제대로된 운동화를 준비하지 못했었다.
뒤가 슬리퍼처럼 열린 그런 뮬스타일(블로퍼)운동화를 신고 나왔기에 산길을 걷기엔 많이 불편했다.
한참 내리막길을 걷고나서 청사포에 이르자 마침 내가 거의 매일 타고다니는 마을버스의 종점이 눈에 보였다.
그신발을 신고 다시 산길을 올라갈것을 생각하니 발목의 무리가 너무 많을것같았다.
나는 지인에게 여기서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해운대 바닷가로가서 해변을 걷자고 했다.
해가 이미 지고 있었기때문이다.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다. 아마 폭염날씨에 산길을 오르내리느라 지인도 힘드셨나보다.
우리는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어컨이 켜져있는 마을버스는 너무나도 시원하고 쾌적했다.
자리가 텅텅빈채 종점에서 바로 출발했고 한두정거장 지나갈무렵엔 다시 관강객들로 3분의 1정도 승객이 차있었다.
분명히 미포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까지가는 버스라고 내가 잘 알고 있기에 같이 타고 가시자고 말했는데...
지인은 버스를 잘 타지 않고 자차로 다니시는분이라 그버스가 확실히 어디로 가는버스인지 다시한번 확인하고 싶으셨나보다.
난 내가 자주 타고다니는 마을버스였기에 잘 아는노선 이라고말하며
굳이 달리는 버스에 서서 맞은편창가위에 붙어있는 노선을 확인하시려는 지인을 말리지는 않았다.
내가 말린다고해서 내말을 듣고 앉아계실분이 아니라는걸 알았기때문이다.
항상 그랬다. 내가 하는말은 잘 안들으신다.
그건 나를 못믿어서도 아니고 아마도 그분의 성격인듯했다. 누구나 살아온 삶이있기에 충분히 그럴수 있다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내가잘아는사실을 그분이 아니라고 우기실때에도 반기를 든적이 단 한번도 없다.
나는 이미 자수성가한 남편에게서 겪어본바가 있기때문에 내가 우겨봤자 실갱이만 하게되고
결과적으로 평화를 위해서는 나혼자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빠르게 이미 일어서서 노선도를 보시며 어느 정거장에서 내릴지를 가늠하고 계셨던터라 …
그런데 그 몇초상간이었다.
앞차를 따라가던 버스가 앞차와 너무 바짝 붙어가다가 앞차가 급정거를 하니 바로 버스도 급정거를 하며
거의 앞차와 추돌할뻔했고 선채로 버스 노선도를 보시던 나의 지인은 바로 그자리에서 슝~ 날아가
차문앞에서 왼쪽 엉덩이쪽으로 떨어지며 쓰러지셨다. 아뿔싸…. 난 그장면을 너무 바로 앞에서 목격을 했기에 멘붕이 왔다.
바로 일어나 지인에게 달려갔다.
나외에 다른 여러 젊은이들까지도 나의 지인에게 둘러싸고는 괜찮으시냐고 걱정스러운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운전수도 놀랐는지 자리에서 차문을 바로 열고 내리더니 길가로 돌아서 다시 버스를 올라타고는 우리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다그쳐 물었다.
나와 어느 젊은아가씨가 지인을 일으켜세우며 다시 자리에 앉으시게끔 도와드렸다.
지인은 골반은 아프긴하지만 뼈가 어떻게 잘못된것같지는 않다고 하시면서 운전기사의 전화번호를 나에게 받아적게 하셨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앞좌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도 증인으로 삼으려고 그분의 전화번호를 받았으며,
몇정거장을 더 지나 우리는 원래내가 내리려고 계획했던 그곳 바로, 미포근처에서 내렸다.
다행히 지인은 본인의 차가 세워져있는곳까지 천천히 무리없이 걸어갈수 있었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밤새 걱정이 되었다.
괜히 내가 버스를 타자고 해가지고 이런사고가 났다는 죄책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포에서 내리자고하는 나의말을 믿지못하고 미국에서온 사람이 무슨길을 알겠냐 생각하셔서인지 노선도를 다시 보려고 일어섰던 지인이 원망스럽기까지 할정도로 내마음은 편치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난 9시가 될때까지 기다리다가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떠신가를 여쭸다. 답이 없었다.
전화도 해보았지만 응답이 없었다. 한시간만에 다시 문자를 보내보았다.
역시나 답이 없어서 나는 다른 멤버들과 칼국수에 꽁보리밥을 같이 먹기로 했던 점심약속을 취소할까 하다가 집에 딱히 먹을것도 없고 그렇다고 나혼자 먹자고 뭘 하기도 귀찮고 밤새 잠을 설치고 어제 차가 급정거할때 나도 온몸에 힘을 너무주었는지 목에 근육통도 있고해서 지인에대한 걱정을 계속 하며 그냥 점심약속을 지키기위해서 장산역으로 나갔다.
그런데 우리가 칼국수집을 미역국정식집으로 바꿔서 3인정식을 시키자마자 지인이 전화가 오는것이다.
어디냐는 것이다. 난 장산역 미역국집이라고 했다. 알았다고 금방 오시겠다고 하셨다.
3인정식을 4인정식으로 바꾸고 반찬이며 미역국이 나오기시작하자마자 지인은 한 오분도 채 안되어 미역국집으로 말끔하게 차려입고 들어오셨다.
놀란우리는 병원에 가보셨냐고 물었고 지인은 별이상 없다고 병원에 가봤자 엑스레이찍자 뭐하자 검사하다보면 방사선에 노출되고 시간낭비고 너무 지치니까 가기싫다고 하시면서 엉덩이뼈는 다행히 안부러진것같고 어깨만 좀 뭉쳐서 타박상이라 파스만 부쳐도 될것같다고 의사인양 말씀하시며 바로 앉자마자 미역국을 드시기 시작하셨다.
그래도 병원에 가셔야한다고하는 나를 비정상취급하셨다 밤새 걱정하고 아침에도 지인의 연락을 기다리며 애가타서 점심약속을 지킬까말까 혼자서 고민하고 멤버들과 만나서도 지인사고소식을 전하며 눈물까지 보인 나의 마음이 부질없기짝이 없었다.
이게 부산식인가..
그토록 마음 졸이며 걱정하는나에게 오늘 자고 일어나보니 몸상태가 이렇더라 저렇더라 문자한번 넣어주실수 있는일 아닌가…
걱정하는나를 오히려 이상한사람대하듯 하는 이런걸 여유라 해야하는건가?…
아님 나를 무시하시는건가?…
버스를 타게한 나를 원망이라도 하시는건가?...
오만 잡생각이 다 들며 서운함이 몰려들었고, 나는 미친듯이 꾸역꾸역 미역국을 들이켰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뭔가 욕구불만일때 먹을것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는 버릇이 있다.
미역국 정식을 다먹고난후 주차장까지 가는길에도 지인은 내앞에서 엉치를 잡고 아픈듯 걸으셨다.
아… 병원에도 안가시고…
돈을 주겠다는 운전기사의돈도 안받으시겠다하시고…
오히려 그렇게 험하게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영세민이라고 회사에서 짤리면 안된다고 불쌍하다고 하면서…
5회 검사비준다는걸 1회검사비만 받기로 했다고 하시고…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면 어쩌나?
아….ㅠㅠㅠ 이 느낌은 뭐지?…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다.
부산사람들의 멋대가리라곤 없는 말투…
퉁명스러운 답변…
소리지르며 화내는듯한 태도…
모두 적응한줄알았다.
마치 내가 Busano가 다된듯한 착각속에 살면서 나도 부산사람인가 하는 자부심내지는 긍지? 라고나할까…
그런 만족감으로 지난 1년을 지냈다.
택시운전수들이 함부로 대할때도 끝까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내렸다.
버스운전기사가 운전을 너무 무식하게 함부로 해서
이름도 모르는 어느 핸디캡 아저씨 무릎위에 넘어지며 한참을 못일어나고 그무릎위에 주저앉았어야만 했을때도 이해하려했다.
시장에 야채파는 아주머니들이 내가 가격을 못알아듣고 다시 물을때마다 나에게 소리지를때에도 난 다 참아넘겼다.
이게 부산이지. 원래 속은 안그런데 겉으로만 퉁명스럽지 하며 말이다.
속도 안주는데 나혼자 부산사람들의 속을 다 들여다보고 받은양 내마음은 너그러웠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너무 외로웠다.
이럴줄알았으면 차라리 산길을 걷자고 하실때에 내운동화가 불편하니,,,
내지는 오분십분후면 해가 질터이니 기다리다가 산길을 걷지말고 바닷가를 걷자고 할껄 그랬나…
버스를 타고나서 노선을 보려고 일어서실때에 온몸으로 못일어서시게 막을껄 그랬나….
그래도 병원엘 같이가시자고 하니 나에게 “그마 잠자코 가만있으라” 고 하실때에 나는“ 내가 문젠가?“하는생각마져 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있나?
그저 담담하게 반응을 해야하나 싶기도 했다.
운전기사에게 전화했더니 몇일전에도 사고를 내서 회사에서 알게되면 자기가 짤린다고 버스회사에 알리지말고
자기가 직접 치료비를 줄테니 다섯번만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했다한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 회사에서 짤리면 생활이 힘들다고 하면서 다섯번치료비를 개인돈으로 줄테니
회사에 알리지말아달라고 했다한다. 그래서 지인은 그냥 한번만 치료받겠다고 십사만원만 달라고 해서 받았다고 하는데 더 화가 났다. 그렇게 운전을 함부로 하는사람은 버스운전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기사가 먹고사는일은 여러사람의 안전보다 절대로 중요하지않다.
그런 사람이 버스를 운전하다보면 앞으로 또다른 사고로인한 부상자가 안나온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말이다.
지인은 불쌍한 기사양반에게 어떻게 돈을 받냐고 하시면서 한번의 치료비로 소액을 받은것조차 미안해 하셨다.
그것역시 내가 관여할바는 아니었지만 속상했다. 후유증이 생기면 어쩌냐 말이다.
오늘은 해변을 혼자 걸을생각에 홀로 나왔다.
그리고 속상한마음에 충동적으로 오룩도주변을 한바퀴 돌아오는 여객선을 나혼자 탔다.
부산이 멀리 보인다.
잠시라도 부산을 떠나있고 싶었다.
멀리 바다에서 보이는 부산은 역시 아름다웠다.
내가 아직 부산사람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아니 어쩌면 난 영영 Busano가 되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마을버스를 타기도 무섭고 택시를 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운전을 하자니 더더욱 무섭다.
너무나 깊어서 빠져죽을것만같은 그들의 깊은속도 얕은내생각과는 좀 갭이 생기기 시작하나보다.
모래는 밟기에 너무 따뜻했고 바닷물의 온도도 발을 담구기에 너무 좋았다.
혼자서 해변을 걸으며 상처받은 아픈마음을 소금물에 적셨다.
그리고 장산역으로 가서 나홀로 결국은 꽁보리밥 열무김치에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는 귀가했다.
열흘째 홀로가서 매일 먹었는데 일하는 아주머니 세분이 단한분도 나를 알아보시는분이 없었다.
다른날은 손님과 눈도 안마주치고 기계처럼 일하는 그분들이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누구하고도 말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칼국수가 오늘따라 더 쫄깃거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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