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를 한번 가서 삼촌 문학관이 있다는 노산공원을 가봐야지 하면서도
그게 그리 쉽지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라도 갈수는 있겠지만
당일 코스로 다녀오기에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또한 삼천포에 사시던 친인척과의 연락이 다 끊겼기 때문이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 수첩을 분실하고나서
우리쪽도 전화번호가 바뀌고
그렇게 오랜세월이 지났기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엄마가 오래전것들을 조금은 기억을 하셔서
이모집 주소를 알려주셨다.
하지만 주소를 알아봐도 없는 주소라고 나왔다.
전화번호역시 그렇다.
그런데 화장품 대리점을 하시는분이 진주에 갈일이 있으시다고
삼천포 노산공원에 삼촌 시문학관이 있는곳까지 가주신다고 해서
얼른 따라나섰다.
어릴적 가보고 안가본 삼천포는
역시나 많이 변했다.
한국의 다른도시들이 다 그렇듯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길도 다 새로 깔아서 도대체가 옛모습이라곤 하나 없었지만
네이버 맵은 우리를 정확하게 노산공원입구로 안내했다.
노산공원은 여전히 바다를 품고 높은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시원하게 바다가 내다보였고
“박재삼 문학관”이라는 푯말은 공원 곳곳에 붙어있어서 쉽게 찾을수 있었다.
시문학관으로 가는길에 삼촌의 시비도 보였다.
“천년의 바람”이라는 삼촌시들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두꺼운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드디어 난 생전처음 삼촌의 모든것이 남아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문학관안으로 들어섰다.
바깥의 무더운 날씨와는 다르게 문학관안은 너무 시원했고
큰 유리창너머로 사무실이 보였다.
다행히 주말인데도 관리인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박재삼씨 가족들이 혹시 아직도 이곳을 방문하는지를 말이다.
여동생이 마지막으로 방문한지가 한 4년정도 지났다고 한다.
삼천포 사시는 이모를 말하는것같았다.
엄마에게는 언니이신 우리이모.
그옛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먹고살기도 힘든때
하필이면 내가 피아노대회에 나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모가 서울에 오셨을때에
나를 피아노대회에 내보낼돈도 없어 안타까워 하는 엄마를 보고
대회참가비 하라고 돈을 건네주신 기억이 난다.
항상 방학때 삼천포에 가면 나를 데리고 시장을 가셔서
물메기를 사다가 물메기탕을 끓여주시고
장어를 넣은 미역국도 끓여주시고 하셨던 우리이모.
그저 하염없이 퍼주시던 손 큰 이모…
이젠 내가 뭔가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찾아가려고
주소를 여러번 검색사이트에서 찾아봤지만 찾을수가 없고
예전처럼 여권들고 가서 친인척 주소를 찾을수 있는지
동사무소가서 물어봐도 법이 바껴 알려줄수 없다하고…
그토록 찾을길이 막막한 이모가 왜 4년동안 이곳을 못오셨을까….
순간 뇌리를 스치며 안좋은 기분이 들었지만,
미리 앞서 생각하지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 연락처는 혹시 아시냐고 하니
외숙모 그리고 외삼촌의 큰아들의 전번을 흔쾌히 주셨다.
너무너무 고마운맘에 관리인에게 절이라도 하고싶었다.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외숙모는 전화를 안받으신다.
그렇다면 사촌오빠한테 해야겠다 싶어서 다시 사촌오빠에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하는 귀에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혹시… 박상하씨 핸드폰인가요?”
“네. 그런데요?”
“오빠! 나야! 나! 미국 혜경이!!”
그랬더니 오빠가 놀란목소리로 답을 한다.
“아니 혜경아. 왜 이제 연락을해!! 안그래도 우리가 연락이 끊겨서 얼마나 걱정을하고 보고싶어했는데…!”
이산가족 상봉하듯 사촌오빠와 나는 서로 목소리로 부둥켜 안은듯했다.
문학관 안은 천장이 무척이나 높아서 가뜩이나 흥분한 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난 오빠의 말을 거두절미하고 무조건 물었다.
“오빠! 이모는? 여기 문학관에서 물어보니까
이모가 4년전부터 안오셨다던데…이모 잘계셔?“……
오빠는 삼사초간 말을 못했다.
“이모 얼마전에 돌아가셨어… 치매 걸리셔서 앓다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돼~“
헉! 그래서 이모가 4년전부터 문학관에 못오셨구나….
노산공원에서 젤 가깝게 사시던분인데…
어쩐지 그리 오랫동인 이곳에 안오실리가 없는데…
가슴이 너무 먹먹해져서 말을 잊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계속 뭔가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부모님. 우리오빠. 내동생. 내아들. 내딸까지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이제서야 연락을 했다고 몇번을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지만
나라고 왜 연락을 안하고 싶었겠는가.
일년전 한국에 오자마자 삼천포를 찾았더라면…
아니 7년전 부산에 잠깐 왔을때에라도 이모를 찾아갔었더라면 …
치매에 걸려서 날 못알아보셨더라도
돌아가시기전에 한번이라도 뵙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봤을텐데…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차가 없다는 이유로…
너무 지체한탓에 이모를 못뵌게 얼마나 후회가되는지 모르겠다.

문학관안에는 삼촌의 시를 낭송하는 성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삼촌이 쓰시던 물건들부터
삼촌이 거하시던 안방의 모든걸 그대로 갖다가 놓은듯했다.
책상부터 책장, 필기도구까지…
아주 옛날에 내가 십대초반부터 후반까지
항상 외가집에 가면 삼촌은 그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고 계셨었다.
외숙모는 그런 삼촌 등뒤에 앉아서 항상 웃는얼굴로 뭔가를 말씀하시고…
그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번추석에 외숙모를 만나뵙기로 했다.
서울에서 사신다고 이번 추석에 다 모이니 꼭 오라고 하셨다.
목소리는 여전하셨지만
이제는 87세 라고 하시면서 자주 아프시다고 하셨다.
얼른 가서 외숙모 그리고 사촌들을 만나보고 싶다.
한국은 추석이라는 연휴가 있어서 너무 좋은것같다.
딸이 일하는 영어학원도 9/28-10/3 까지 문을 닫는다니
딸과함께 서울행을 같이 할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지난주까지도 무진장 더워서
바닷물에 발을 담구며 걸었는데…
이번주는 바닷물이 꽤나 많이 차가워졌다.
더이상 어싱을 못하고 있다.
난 산후조리 후유증으로 발이 항상 춥다.
한여름에도 온몸이 더워도 발은 춥다.
바닷물이 차가워져서
그리고 모래사장이 차가워져서
올해의 어싱은 이제 끝난듯하다.
어여 서울에가서 수십년동안 못만나본 외가쪽 친인척을 만나보고싶다.
가을의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는 만남들…
이가을은 웬지 덜 외로울것같다.
돌아가신 외심촌덕분에 훈훈한 가을을 만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