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지 거의 한달이되어간다.
집밖에만 나가도 즐비하던 음식점들.
미국에 비하면 가격도 싸고 종류도 다양한 맛집들.
때로는 여기서도 집밖만 나가면 그런식당들이있을것만같은
착각에 빠져 “나가서 먹어야겠다” 하다가도 “아참! 여긴 미국이지”
그러길 여러번… 바닷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사시던 엄마는
부산에 가보고 싶다며 비행기타고 몇시간을가야 부산이냐고 몇번을 물으신다.
얼마전 87세되신 시인삼촌의 미망인외숙모께서 내가 미국에 오기 몇일전 부산을
다녀가셨다. 죽기전에 혜경이 사는 부산에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라고 추석때 찾아뵈었을때 말씀하신게 큰딸 소영언니에게 걸렸었나보다.
언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남편과 시부모님의 양해를구해
일박이일 부산을 다녀갔다. 언니가 외숙모께하는걸 보면 참 마음이 곱다라는걸 느낀다.
수천가지 아름다운 시들을 자아내던 삼촌의 고운마음이 아마도 언니의 그것과 같은가보다. 시부모님을 모시고살면서 단한번도 부정적인말을 안하고 친부모 대하듯 아니
친부모보다도 더 지극정성 시부모님을 대하는 언니가 때로는 힘들어보여도
언젠가 큰복을 받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하다보면 동생과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항상 부모님곁에서 좋은일 궂은일을 같이 이겨내고
이리살다보면 복받을날이 오겠지… 그런생각을 할때가 많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복을 이미 받은것같기도 하다.
복이 뭐란 말인가… 맛나는것먹고… 내하고싶은대로 하고사는것…
이게 복아닌가… 뭐 특별한 복이 따로 있겠는가…
외숙모는 내가 한국나와 살고싶다고해서 이렇게 좋은부산에
그것도 바닷가 바로앞에 살고있는것이 이미 복받은거라고 말씀 하셨다.

지난세월 내가 수년을 부모님을 모시면 동생은 나에게 쉬다오라며
일년이상을 떠나게 해주었고 일년정도 시간이 흐르면 난어김없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부모님곁으로오던가 아니면 부모님을 내곁으로
모시던가 하면서 다시 수년을 모시던가 했었다.
이번엔 연세가 너무 많으셔 기나긴 비행기여행을 하기가 불가능하기에
두분을 부산으로 모시지못한게 너무안타까웠다.

아이들이 어릴땐 두분을 모시고 살기가 너무힘들었었다.
엄마가 69세 되시던해부터 치매가시작되면서
부엌일을 놓으셧고, 아버지를 식사도 못하시게 하는바람에
아버지께서 영양실조에 걸리시며 우리는한집에
살기 시작한것이다.
첨에는 아무래도 엄마의 연세가 지금보다는 훨씬 젊으실때라
우리에게 화를 내시는 수준도 달랐다.
지금보단 기운이 훨씬더 많으셨기 때문에 가끔 엄마와 몸싸움을 할정도로
증세가 심할땐 정말이지 죽고싶을정도로 힘들었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엄마를 모시는일은 바깥일을 하지않는 나의몫이었기에
아이들 키우랴 엄마 돌보랴 나의 하루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남편이 우리곁을 떠나고나서 일년만에 있었던 일이었다.
지금은 아버지는 90을 넘기시고 엄마는 80대에 접어들며 화를낼 기운도 없으시다.
내가 아들문제로 힘들때 두분을 노인아파트로 모신 이후로는
아버지도 엄마를 감당하실정도로 엄마의 치매가 좋아졌다.
고약할뻔한 엄마의 치매기가 좋아지면서 고운치매로 바뀐건 아마도
우리가 이미 복을 받아서이지 않을까…

내가 부모님께 한가지 감사드릴일은 동생을 낳아주신것이다.
동생이 없었다면 나혼자서 부모님 돌보랴 아이들 키우랴 얼마나 쎄가 빠졌을까…
동생도 언니가 있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길 바랄뿐이다.

* 광안리에 위치한 해린 횟집에서 외숙모 그리고 소영언니와 천국의 계단 이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위와같은 아름다운 자태를 한 계단이 상위로 올려졌다. 회도 굵고 쫀득거리는게 외숙모도 부산이 역시 틀리다며 너무 흡족하게 잘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