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저녁 7시만 지나면 모든 전기불을 끄셔야한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줄기조차 블라인드로 가리고
거기다 또 창문은 절대로 못열게 하신다.
강도가 4 층에도 사다리타고 올라온다고 말이다.

꼭대기층이라 요즘같이 겨울같지않게 날이 따뜻할때는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지않으면 너무너무 답답하고 덥다.
더위를 잘타시는 아버지는 요즘도 에어컨을 켜시는데 …
답답한 공기속에서 전기불도 못켜게하고
저녁엔 에어컨도 못켜게하시면서
창문까지 닫아야 하니 얼마나 고충이실까…. 하는 생각에
난 아버지를 돕기위해 짐을 싸가지고
노인아파트로 가 몇일 묵기로했다.
엄마가 그래도 다른사람말보단 내말을 조금더 잘 듣기때문이다.
그런데 첫날 자러가서 알게된 사실이
엄마는 8시쯤 되면 잠이 드시기때문에
1시간만 꾹 참으면 몰래 거실 창문을 열어도 모르시는것이다.

조지아주에서는 노인 아파트가 방도 두개였어서 아버지방이 있었지만,
현재 엘에이 한인타운의 노인아파트는 방두개는 어림도 없다.
(이거라도 한인타운 한복판에 일찍 들어오시게 된게 기적이라고 주변에서 부러워한다.)
그래서 엄마는 방에서 주무시고 아버지는 거실에 돌침대를 하나 놔드렸다.
아버지께서 코를 곯아서 엄마는 절대로 아버지랑은 한방에 못주무신다.
아버지가 먼저 잠이 드시면 코를 거실에서 곯아도 엄마귀는 유난히 예민해 잠이 드시기까지 시끄럽다고 주무시는 아버지께 계속 투덜대신다.
아버지도 이젠 90이 되셔서 초저녁잠이 많아지시고
너무 이른 새벽에 일어나시니…
일어나셔도 전기불을 못켜고 깜깜한 거실에서
태블렛 불빛에 의존하면서 엄마가 깰때까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태블렛으로 뭔가를 시청하신다.

난 쇼파에서 잤는데 바로 창가앞이라
창문은 내가 열엇다 닫앗다 조절이 가능했다.
엄마가 잠이 드시면 난 창문을 소리없이 조심스레 열어제친다.
한인타운이라 앰블런스나 헬리콥터 소리가 가끔 나는데
그럴땐 얼른 창문을 닫아야 한다.
엄마한테 창문을 열고 있는걸 들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창가에서 창문지기마냥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조절하는 일만해도
아버지께 도움이 될거다 생각하고 몇일 묵으려고 간것이다.

이른 아침이 되고 엄마까지 깨어나시니
아버지가 슬그머니 엄마방으로 가셔서
그때부터 두분이 속삭이기 시작하신다.
아버지말씀이 ”혜경이가 자고 있으니 조용히말하자고!“라고 하시며
바닥청소를 해야하는데 혜경이가 깰까봐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엄마곁 침대에 걸터앉으셨는지… 엄마한테 등좀 긁어달라고 소근대신다.
소근대셨지만 내귀에는 다 들렸다.
크게 말씀 하셨다면 오히려 자느라 안들렸을텐데
두분이 소근소근대시니까 도리어 무슨말씀을 나누시나 궁금해져
자면서도 듣게 되는것이다.
엄마도 아버지의 등을 긁어주시면서
“혜경이가 깨니까 왔다갔다 하지말고 조용히 해요” 하시는데
듣기에 두분이 그렇게 다정하게 사이가 좋아보일수가 없다.
이광경을 본다면 어느누가 울엄마를 치매라고 하겠는가…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오히려 두분을 방해하는것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렇지만, 한숨을 깊게 내쉬며 “더운데 니엄마가 창문도 못열게한다” 그러셔서…
나름 생각한게 창문을 열어 조금이라도 아버지 숨통이 트이시게하자는 목적으로 …
저녁 7시면 불도 못켜게한다고 얼마나 엄마에대한 불평을 하셨으면
내가 가서 아버지 불도 좀 밝은 스탠드로 켜드리고 엄마를 달래볼까…하는 마음으로
짐을 싸들고 간건데…
아버지는 저녁 7시가 되기가 무섭게 엄마보다 먼저 잠드셨고,
창문은 열렷는지 닫혔는지 관심도 없으셨을뿐아니라…
새벽녘에는 오히려 내가 두분에게 방해가 되고 있는듯했다.
이불송사가 이런걸 두고 하는말일까?
두분은 서로 등도 긁어주고 하루일과도 얘기하시고 여느부부처럼
아무문제 없어보이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한듯했다.

거실 쇼파에서 늦게까지 잠을 자는 내가 두분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것일까…
내가 눈치가 없진 않은데…. 지금 내가 여기와서 도대체 뭘하는거지?
나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는 두분이 노인센터로 가시는모습을 지켜보다가
짐을 도로 싸서 동생집으로 왔다.

담날 다시 갔는데 두분은 나에게 자고가라는 말씀을 안하셨다.
오히려 내가 또 자고갈까 걱정이나되는듯,,,
내가 저녁이 되어 이만 가보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운전조심하고 잘가란 한마디만 하셨다.
확실히 내가 가서 자는게 불편하신가 보다.

두분은 아마도 내가 쇼파에,,, 창가에,,,
그리고 두분과 함께 이른저녁에 잠들어야하는게,,, 미안해서 그러시는것일거다.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ㅎ

노인들말을 앞으로는 무조건 다 믿지말아야 하겠다~!
그냥 푸념식으로 하는말씀 말씀마다 내가 촉각을 곤드세우다보면
오히려 두분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민폐가 될수도 있겠다.
그리고 또한, 내가 먼저 지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모시고 살때엔 하루24시간 엄마를 돌봐드려야 했기에
지쳐서 너무 힘들게 살았지만 가까이서 따로 살면서 모시니
잠시라도 내가 자유시간도 갖고 쉴수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두분이 더도말고 덜도말고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병원에 입원 하시는일없이
오래오래 사시면 더 바랄게 없겟다.

*메리제인 스타일의 덧신을 짜기시작했다.
산후조리를 잘못한이후로 난 한여름에도 발이 춥다.
내것을 먼저 짜보았다. 내일은 엄마집에가서 엄마발에
맞는 덧신을 짜드려야 겟다. 오늘 마이클과 죠앤에가서
연말세일가격으로 엄마가 좋아하시는 보라색 실을 사왔다.
그다음은 동생 그다음엔 친구들 올겨울은 덧신으로 선물보따리를 채워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