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동안 걷지도못할정도로 다리가 아프셨던 엄마는
물리치료와 한방치료를 병행해가며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다.
치료받으러 가서 엄마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시며,
금방이라도 임종을 맞이할듯 아파 하시다가도
치료하는 사람의 칭찬이나 농담 한두마디에
바로 밝고 신나는 표정과 목소리로 바뀌셨다.
이내 그들은 엄마의 상태를 눈치채고는
나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아주가끔 효도한번 못하고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들의한숨소리도 들리는가하면
마치 힘내라! 힘내! 라고 소리치며
칭찬하는듯한 눈빛도 엿볼수 있었다.
대놓고 “자기처럼 후회하지말고 살아생전 더 잘해드려라”
말하는 4.50 대 연령의 치료사들도 있었다.
마치 자신의 부모님께 다못한 효도를 하듯
울엄마에게 잘 대해드리는것을 보며
엄마를 통해서라도 마음의 위로를 얻으려는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 돌아가시고나면
부모님을 돌보는 딸들을 보며
그런눈빛을 보내게 될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어쨌거나 석달간의 집중적인 치료로
이젠 오래는 아니지만 잠깐 몇발자국이라도
걸음을 걸을수 있게된 엄마는
밝은미소를 찾자마자 노인센터를 나가기시작하셨다.
이제 두분이 노인센터를 다시 다니기시작하셨으니
당연히 나의 하루는 좀더 여유로워졌다.

센터를 못나가시니
매일 매일 찾아뵙고
두분의 식사부터 병원진료에
나들이까지 책임져야햇던 지난 석달여간
나도 어지간히 지쳐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센터에서 첫날 어머님이 어지럽다고 하신다며
전화가 왓을때
어머니를 모시고가란 소린줄알고
매우 당황했던것을 보면 말이다.

따지고보면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니
노인센터도 다니실수 있는거고
결국은 나라가 효자노릇을 다 하고 있는듯하다.
그런 정부기관의 복지활동이 없다면
내개인 시간도 없이
얼마나 오랜세월 더 힘들었을까싶으니 말이다.
아마도 딸과함께 한국에가서 살수있는
호사도 못누렸을것이다.

엄마가 아프신 동안
아버지혼자 노인센터를 다니시다가
아버지까지 센터를 안나가시게되면서
나의 염려는 자꾸 커져만 갔었다.
그래도 센터에가셔서 운동도 하시고
대인관계도 유지하실텐데 말이다.
센터마다 지켜야할 규율의 차이가 조금씩 있으며
돌봐드리는 사람들의 인성이나 성격도 다소 차이가 있을수 있다.
그닥 넓은장소가 아닌데
너무 많은 인원의 노인들을 모시게되면
어쩔수없이 소홀해 지는것은 당연지사…
몇 안되는 인원으로 수백명의 노인들을
한분한분 다 비위를 맞추기는 쉽지않을것이다.
거기다가 사소한일로 오해를 하고 서운해하시는
노인들을 감당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닐것이다.
그런면에서 아버지보다는 엄마가 오히려
이전 센터에서는 불평이 없으셨다.
그야말로 엄마는 짧은대화말고는 그누구와도
긴대화가 안되시니 서운할것도 없고
자칫 누군가가 엄마에게 말이나 행동으로
실수를 한다해도 기억을 못하시니
오래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오해를 눈덩이처럼 불릴일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아버지는 완전 반대시다.
기억력도 좋으신데 약간의 노염까지 가해져서
그전날의 사소한 한마디가
밤을 지새고 나면 오해의 오해가 쌓여
원래의 문제는 온데간데 없고
전혀 상관없는 더큰 일로 전환되어버린다.
결국은 그 노여움과 서운함으로
아버지조차 센터를 안가시겟다고 하시는바람에
이번에 엄마가 회복하시면서 결국 다른 센터로 옮겨야만했다.
아버지께서 오해하셨던부분은 바로
빙고상품권 부분이었다.

매일매일 센터를 가시면
빙고게임을 통해서
센터 자체내에서만 물건으로 교환할수 있는
상품권을 타시는데
아버지말씀으로는
가지고 계신 상품권이 600장이나 된다고 하셧다.
그이유는 매번 그 상품권으로 물건을 교환해야하는데
휴지나 티슈 키친타월밖에는
아버지가 필요하신 물건이 없어서
아버지는 그 상품권으로 그런것들만 바꾸셔야하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노인들도 아버지와 같은 생각인지
휴지나 티슈 그리고 키친타월같은것들은
매일매일 교환하지못하게 되어있나보다.
몇일에 한번만 교환하게 하고
그밖의 날들은 상품권으로 다른 쓰잘데없는 물건들만
교환할수 있다보니
어느새 몇년동안 모아진상품권이 600장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너무 많아지니 아버지가 일하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고 하신다.
휴지로 교환좀 하게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직원이 딱 잘라서 안된다고한모양이다.
그리고 다른노인에게는 바꿔주는걸 보셨다고 하신다.
내생각엔 이부분이 아마도 아버지께서 오해를 하셨던부분이지 싶다.
아버지는 그뒤로 센터를 더이상 안나가셧다.
새로운데로 옮기셨다고해서 그곳에도 그런룰이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래도 상품권을 몇백장 모으실정도까지만이라도
불만없이 다녀주시면 나에게는 그것도 고마운일이니
할수없이 다른센터로 옮긴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엄마가 문제가 되었다.
엄마는 새로운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앉는자리가 어디인지 인지하시는데만해도 몇주가 걸리시고
주변에 앉은 친구분들 얼굴 익히는데만도 아마 수개월 아니 그이상도 걸릴듯하다.
그런데 센터에서 그걸 문제삼는것이다.
엄마가 자리를 못찾고 너무 돌아다니신다는 것이다.
그일로인해 전화를 매일 받으니
내가 정말 불안해서 좌불안석인것이다.
쉬어도 쉬는것이 아니다.
먼저 다니시던 센터에서는 몇년을 다니셔서 이미 익숙해지셨기때문에
아무문제 없었는데 새로옮긴 센터에서 엄마는 당연히 어리둥절하시겠지…
하지만 다른 사고나 문제를 내실분은 아님으로
나는 직원을 잘 타이르고 조금만 참아달라..
몇일지나면 안그러실거다 라고
매번 전화로 사정사정해야했다.
이제 3주일째다. 드뎌 매일오던 센터로부터의 전화가 안온다.
두분도 매우 흡족해하시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나 그 좋아하시는 휴지를 매일매일 하나씩 받는다고 너무나 좋아하신다.
수고하시는 센터의 일꾼들에게 덧신하나씩 짜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룰수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두분이 센터에 적응하시고 엄마의 다리가 문제가 없게되면
나는 혼자서 다시 부산을 가야한다.
딸아이는 학업을 마치기위해 미국으로 완전 철수했지만
이제부터 나의 고국생활은 참말로 다시 시작인것이다.
물론 딸이나 부모님을 뵈러 자주 이곳 미국으로 와서
몇달씩 머물겠지만
나는 이번에 한국을 가면 전국 투어를 할생각이다.
같이할 친구들도 여러팀 준비가 되어 대기상태이다.
요즘은 전국 맛집프로그램을 찾아서 메모까지 해가며 보고 있다.
지금까지 가기로 계획된곳은
전남 보성과 순창.
강원도 담양의 죽통요리.
경북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
경남 통영…
친구의 펜션이 있는 대관령도 한번더 가야하고,,, 기타등등
빼곡하게 적어놓은 나의메모장은 정리해서 추릴일만 남았다.

같이할 친구들이 많다는게 너무 다행스러운일이다.
난 혼자서하는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통해서 좀더 사람을 겪어보고
좀더 모험심도 발휘해보고 뭐니뭐니해도
맛나는건 누군가와 함께 먹을때
그맛이 배나 더 좋기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에오면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서는 미국을 아쉬워하는 나는
도대체 어디소속이란말인가…?
아직은 좀더 왓다갔다하며 양쪽을 겪어봐야 나의 정체성을 찾을수 있으려나 싶다. 여러지인들이 나를 부러워 한다.
그들도 그렇게 살고싶는데 안된다는것이다.
하지만 내가 볼때 모두가 나보다 훨씬 가진게 많다.
마음먹기나름이고 포기하기 나름이다.
큰 저택을 가진 사람들이
그큰집을 유지하기위해서 하루도 안빠지고 나가서 일을한다.
집에 일하는 사람이 그큰집을 다 누린다.
집주인은 밤에만 주인이다.
낮에는 일을나가야하기때문이다.
주변에 그런분들이 너무 많다.
물론 나도 그런집에 살아봤고
여전히 다시금 그런집에서 살고는 싶지만,
그래서 내가 하는말이다.
모든걸 다 한꺼번에 누릴수는 없다.
포.기. 해야할게 꼭 있는것이다.
그렇게 포기하는마음을 먹기가 어려운것이지…
그들이 나보다 뭐가 부족해서가 절대 아닌것이다.
말해뭐하나… 스스로가 그사실을 알아차려야지
남이 백날 떠든다고해서 알게되는일이 아닌것을…
부러워하는자… 부러움을 받는자…
그차이가 백짓장 하나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