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사라졌지만 꽃가루 알러지시즌이라 재채기에 콧물을 달고 사는통에 할수없이 스테로이드제를 다시 복용하는탓에 아침 8시가 넘도록 잠이 쏟아진다.
때아닌 전화벨소리가 거실에서 멀찍이 들려온다. 간밤에 전화를 거실에 충전시켜놓고 잠이들었엇다. 다른때같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거실까지 나가기가 귀찮아 약기운에 계속 잤을텐데 웬지 나도모르게 신경이 쓰여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아들에게서 온 전화다. 아니 이게 몇년만인가. 이른 아침부터… 뭔일일까… 대뜸 불안해진다. 하지만 금새 마음이 놓인다. 아들은 내가 항상 일찍일어나는 새벽형인간으로 알고 있기에 엄마가 설마 이시간까지 자고있진 않겠지… 생각했으리라… 나는 바로 리턴콜을 해보았다. 바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자다깬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는 아들이 물엇다.
”엄마… 주무세요? 어디 아프세요? 괜찮아요? 엄마 나중에 다시전화 할까요?“
아들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걱정과 수심에 불안이 잔뜩 낀 목소리같았다. 그렇지만 웬지 나에게 뭔가 아쉬운게 있는듯한? 그런 말투였다.
”아니… 엄마가 약을 먹고 자서 그래. 이제 일어나야해… 잘지냈어? 무슨일있어? ”
아들은 조금 머뭇거리는듯했다.
”저희는 잘 지내요. 엄마는요? “
인사만 길게 주고받으며 난 생각햇다. ‘뭔일이 분명히 있을거야… ’하고말이다.
사실 뭔큰일이 있길 바라는건 절대 아니지만 나에게 아침부터 전화를 할때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터인데 아들은 말을 못꺼내는듯했다.
몇분을 뜸을 들이다가 아들은 마침내 털어놓았다.
“엄마… 혹시 돈좀 빌려줄수 있어요? ”
나는…. 속으로… 환호를 외쳤다. 다른큰일은 절대로 반갑지 않지만 아들이 나에게 돈을 요구하며 손을 벌리는일은 내가 진짜 오랫동안 바라던바엿다. 그렇게라도 아들이 이엄마를 필요로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온지 몇년인가… 아들이 나이많은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해서 내가 그때 취했던 첫번째 리액션은 바로 생활비와 차페이먼트를 더이상 보내주지 않는거였다. 그덕에 아들이 타던 차도 은행에 뺏기고 갑자기 먹고사는일때문에 고생을 엄청 했었다고 들었다. 나는 그렇게하면 아들이 집으로 돌아올줄 알았는데 결국 아들은 그일로 인해 오히려 결혼을 더 빨리 한듯하다. 나중엔 후회를 했지만 그땐 그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돈이 떨어지면 분명히 우리품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햇던걸 결국 땅을치며 후회하게될줄 누가 알앗으랴…
그런데 그렇게 결혼을 하고나서 그분의 집에 들어가 잘사는것처럼 보였던 아들이 돈을 요구하고 있다. 적은액수가 아니다. 와이프몰래 전화하는것이라고 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지금 아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나와 아들의 관계는 절대로 회복되지 않으리… 하루만에 돈을 건네받은아들은 몹시 고마워햇다. 자기 와이프한테는 비밀로해달라고 했다. 자기가 엄마돈을 갚을때 그때는 와이프에게도 말을 할것이라고 했다. 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아들이 나에게 고마워하고 웃으며 예전처럼 말을 하고 있고
“엄마 사랑해요“
라는말까지 하니 이세상을 얻은 기분이었다. 절대로 허튼일에 돈을 쓸 아이가 아니다. 나는 그부분에서만큼은 아들을 믿는다. 아니 아들이 허튼일에 좀 쓰면 어떤가… 어려서부터 속 한번을 안썩이던 착한 아들이다. 결혼도 펜데믹때 zoom 으로 하고 그야말로 나는 아들에게 해준게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나에게 부탁을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동안 냉정한 목소리로 응대하던 그런아들이 더이상 아니다. 나에게 그후로도 몇일동안 문자를 여러번 했다.
“엄마! 여기 뉴욕에 오늘 지진난거 아세요? 뉴스 들엇어요?”
부터 시작해서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사진을 여러장 보냈다.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바인가 말이다. 소소하게 아들이 연락하고 중요한일이 아니라도 엄마하고 전화나 문자하고… 그런 일상 말이다. 5년을 아들과 소식도 거의 주고받지 않고 살면서 어느새 나의 꿈은 여느 다른아들들처럼 우리아들도 엄마한테 부탁할게 있으면 부탁하고 그러길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가… 물론 나는 아들을 보고싶을땐 며느리의 유투브를 가끔 본다. 아들의 목소리라도 들으려나 싶어서… 이젠 유투브를 보지않고서도 아들과 쉽게 이야기 할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고 기분좋다.
와이프 사랑은 여전히 끔찍해보였다. 아이들과도 잘지내는것같았다. 아… 해피엔딩인가… 이렇게 될껄 가지고 내가 그리 소동을 피웠단 말인가… 딸아이가 담주 오빠한테 갔다온다고 들떠 있다. 아들은 엄마도 같이 오라지만… 난 아직은 때가 아닌듯하다. 그냥 지금은 아들과 자주 연락하고 잘지내게 된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이 참으로 진리임을 느낀다. 그시간이 아들에게도 약이 되었나보다. 시간의 고마움… 곧 세월의 고마움이리라… 우리는 세월이 지나가며 아픈상처도 낫고 세월이 흘러가며 안좋은일은 잊어버리고 그 세월이 다지나 끝을 다하면 깊이 잠이 든다. 아둥바둥 살필요가 전혀 없는데… 짦은 인생을 소중한일에 받쳐야 한다. 결국은 우리인생에서 갈구하고 쫓아다녓던 거의 대부분의 것들은 우리가 잠들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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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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