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1살때부터 아르헨티나에 살았을적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시리즈로 이야기해보겠다.나의 흑역사지만, 지나고보니, 그런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내가 형성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파라과이에서 영주권도 없이 한국에서 올때 이민사기를 당한채 삼년넘게 살다가 간신히 관광비자를 얻어서 온가족이 아르헨티나로 거의 이틀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재이민을 갔었다. 한번의 이민도 힘든데 또 다시 이민이라니… 거기다가 엄마는 이민을 가자마자 갱년기증세의 시작으로 매달 하혈을 심하게 하셨으며, 아버지는 집을 팔아서 영주권을 바라보고 이민을 강행했지만 , 파라과이 공항에서 이민사기라는걸 알게된이후로 정신을 못차리시고 허구한날 술을 드시면서 한숨만 쉬고계실 무렵이었다. 아르헨티나를 간지 한달후쯤 88올림픽을 TV로 봤던기억이 난다. 올림픽이후 한국서울의 집값이 엄청 뛰어올라 우리가살다가 팔고온집도 몇배가 오르고 한국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보다 삼십년정도나 뒤처진 남미에서 헤매고 있던 우리가족은 우여곡절끝에 오빠가 봉제공장을 차리면서 월세로 얻은 큰 주택에서 가내공업을 시작한것이다. 대통령 선거전에 사면령이 내리면 영주권을 받을수 있을거라는…. 영주권만 가질수 있다면 일년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갈수 있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오버록이며 미싱을 밟아라 삼천리 하면서 나의 청춘은 점점 자중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만을 마치고 이민을 갔기때문에 고등학교졸업장도 영주권이 없는 관계로 못받고(아르헨티나는 당시에 영주권이 없으면 학교도 못들어갔다) 그저 가족들과함께 집안에 있는 공장에서 밟아대기를 한지 이삼년쯤 됐을때에 우리동네에 한국에서 이민온지 얼마안된 가족이 살고 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나랑 동갑내기친구와 그녀의 남동생, 그들의 엄마라고하는 친절한 아줌마. 그렇게 세식구가 사는집은 우리집보다도 훨씬 넓은 고풍스러운 이층집이었고 우리는 월세였지만 그가족은 집주인으로 살고있는것을 알게되었다. 우리는 이웃에서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나와 동갑인 그녀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건축학을 전공한다고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지적이고 귀여운 인상이었던 그녀를 나는 어느순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처지는 불체자에 고등학교도 졸업을 못한 봉제공장집딸로서 집안의 가장아닌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난 손으로하는건 뭐든지 조금만 연습해도 쉽게 익히는 편이라 봉제공장을 하면서도 오버록이며 미싱이며 모든 기계를 다루는데에 몇달 안가서 선수가 되어있었고, 집까지 팔아서 투자한 이민생활에 기울기 시작한 우리집 살림형편에 나는 필수인물이었다. 내가 하루라도 일을 안하면 공장문을 닫아야할정도로 난 하루에도 수천장의 장수를 뽑아내었고 파라과이에서 삼년동안 갈고닦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공장에 일하는 볼리비아출신 종업원들까지 다 내가 관리해야 했다. 그런나에게 그친구는 항상 부러운 존재였으며 좀더 친해지고 싶은친구였지만 이상하게 거리가 더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남동생은 그당시 내가 젤 좋아하던 노래 “그아픔까지 사랑한거야”를 부른 가수 조정현과 헤어스타일 이며 얼굴이며 키 그리고 목소리까지도 비슷해서 더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그런 남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