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영

재료:양배추(한사람 당 조각 양배추 한주먹)
양파 (한사람 당 양파 반개 혹은 양배추와 동량)
볶은짜장 (한사람당 한큰술..많이 넣어도 상관없음.)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비계 (삼겹살)
청주 한큰술
설탕 or 물엿 한큰술

중국음식은 사실 쉽고도 어렵습니다. 쉬운 점은 중국요리 조리법이 대개서 거기서 거깁니다. 대개 기름에 볶는 조리법을 기본으로 하죠. 어려운 점은 갖은 재료와 양념을 단시간에 강한 불로 해치워야 하기에 체력과 집중력이 많이 요구됩니다. 연약한 아녀자로서는 힘든 일이죠. 더군다나 중국집에는 강한 화력을 내는 화덕이 있는데 비해서 가정용 가스 버너는 화력이 약해서 제 맛 내기가 힘듭니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중국음식은 불조절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래도 몇몇 요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짜장이나 간짜장의 경우 생각보다 쉽답니다. 무슨 특별한 비밀이 있지 않습니다. 요령은 불조절과 몇몇 재료입니다.

1. 정량 표기법에 대해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전에 재료량 표기법에 대해서 부연설명 드리겠습니다. 한주먹이니 한소끔...이러면 짜증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처음엔 그냥 따라하세요. '양배추 한주먹'-정말 자기 주먹으로 쥐어서 잡히는대로 넣으시고, '양파 반개' 이러면 양파 중 맘에 드는 놈 (크거나 작거나) 하나를 잡아 반으로 쪼개 넣으세요. 그렇게 몇번 하다보면 자기 입맛에 맞는 양을 알게 된답니다. 맛이란 주관적인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재료에 표기된 단위표시는 절대량이 아닙니다. 모두가 입맛이 다 틀린 법인데, 어떻게 설탕 한술 간장 한술 이런 식으로 정량화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요리 레시피에 적혀있는 양념/재료의 +-50% 까지는 큰상관 없다고 봅니다. ('큰술' 이라는 것도 정확한 개념이 아니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수저를 푹 꽂아 나오는대로 퍼도 됩니다.)

2. 재료에 대한 설명
-양배추는 한국양배추여야 제맛이죠. 미국마켓에서 파는 미국 양배추는 아작아작한
맛이 덜합니다. (la나 ny 안사시는 분들에게는 좀 죄송하군요.) 요걸 채 썰거나
손으로 찢거나 맘대로 하세요. 정량 보다 좀 많이 넣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숨이 죽으면서 부피가 많이 줍니다. 헥..이렇게 많이 넣어도 되나...할 정도라도
상관없습니다.

-양파는 노란양파가 제격입니다. 다른 양파들은 매운 맛이 덜한 것 같아요. 그래서 향
이 별로더군요. 양파 역시 익혀지면서 숨이 죽으면서 물을 냅니다. 항상 위 양배추
와 같은 양을(부피로) 넣는다고 생각하세요.

-돼지고기...이게 포인트입니다.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은 비계가 잔뜩 달린
돼지고기를 구합니다. 그리고 돼지고기 비계를 떼내세요. 비계는 기름내기용입니다.
다른 방법은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을 사서 베이컨 기름을 떼냅니다. 돼지고기가 싫은
분은 소고기로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등심을 사지 않으면 소기름 구하기가 힘들
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고기는 원하는 만큼 넣으세요. 맛을 결정하는 것은 고기가
아니라 고기에서 뽑은 기름이거들랑요. 중국요리는 기름을 많이 넣어야 맛있답니다.
참고로 식물성 기름은...비추입니다. 맛없습니다. 갈은 돼지고기 역시 별로입니다.
동물성 기름인 라드 역시 비추. 냄새가 좀 역하더라구요. 갓 뽑아낸 기름에 비할 수
없지요.

-청주:아무거나...그냥 병당 5불짜리라도 상관없습니다. 청하로 해도 상관없습니다.
한사람당 한큰술입니다. 참고로 중국마켓 가면 중국음식조리용 중국조리주가 있습니
다. (소홍주 쓰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는 한번도 사본 적 없어서 향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중국스러운 맛이 납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 중국인 시큐리티
아저씨가 일러 주신 비법입니다. 없으면 맛술로(미림) 하세요. 그것도 없으면 럼주
나 소주도 괜찮습니다. 하여간 안넣으면 제 맛 안납니다.

-짜장:짜장맛의 비밀은 중국산 춘장이라느니 비밀스러운 양념이라느니 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그냥 해태에서 나온 볶은짜장으로도 맛있는 (간)짜장 나옵니다. 단,
간짜장은 그냥 짜장이 아니라 반드시 볶은짜장을 해야 합니다. 그냥 생짜장을 기름
에 볶으면 되지만, 번거롭잖아요? 양은 한사람 당 한큰술에서 두 큰술입니다. 뭐,
두 큰술 넣어도 큰 상관없습니다.

-설탕:간짜장이나 짜장의 비밀 재료 중 하나죠. 반드시 설탕을 넣어야 우리가 먹는
그 맛이 납니다. 양은 적당히....라고 하면 돌이 날아오겠죠? 하하 한사람당 설탕
한 큰술 보다 약간 적게 넣으세요. ^^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절대량이 아닙니다.
나중에 맘대로 조정하세요. 저는 단 맛을 싫어하거든요. 중국집에서는 이 술과 함께
이 설탕으로 그 집 특유의 맛을 조절하는듯 싶네요. 물엿이나 꿀 식혜...등등.

3. 요리기구
그냥 일반 프라이팬으로 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두께가 좀 두꺼운 넘을 해야 열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밑이 둥그런 중국요리용 강철 프라이팬입니다. 왜냐 일단 강철이 두꺼워서 열을 충분히 저장하거니와 둥그런 밑바닥 때문에 표면적이 넓고, 열이 골고루 방사되어 모든 음식의 조리에 유리합니다. 값도 쌉니다. 흠이 있다면 상당히 무겁습니다. 보관 잘못하면 녹이 슬지요.

4. 순서
-제일 먼저해야 할 일은 돼지비계를 잘게 잘라 약중불 정도 넣고 돼지기름을
뽑는 일입니다. 한 십분 정도면 쓸만큼 나올 겁니다. 바닥이 흥건할 정도랄까..수저
로 두큰술에서 세큰술..아울러 그 10분 사이에 야채를 손질합니다. 돼지비계에서(혹
은 베이컨) 기름이 다 빠져 푸석푸석해지면 그 찌꺼기를 빼냅니다. 그리고 불을 초
강불로 올립니다. 이 프라이팬 예열여부에 따라 맛이 틀려지니 충분히 가열해주세
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두께가 얇은 팬으로는 효과 보기가 힘들겁니다. 왜냐 재료
를 넣으면 금방 식거든요.

-이제부터 정신차려야 합니다. (간)짜장의 맛이 결정되는 순간이거든요. 프라이팬이
달궈져서 기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렇게 세게 가열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기가 느껴질 거에요.) 미리 썰어놓은 양파와 양배추를 재빨리
넣습니다. 화력 때문에 재빨리 볶아야 할 겁니다. 튀는 기름 조심하시고요. 대강
야채들 숨이 한풀 꺽였다 싶을 때 돼지고기(혹은 베이컨) 썰어넣은 것을 넣고 같
이 볶아줍니다. 고기 겉표 면에 핏기가 있을락 말락 할 정도가 되면 준비한 짜장
을 넣고 볶습니다.

-아마 모양새가 보기 안좋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야채 사이로 짜장이 뭉쳐져서 굴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아..이거 실패 아닐까..절망하실지도 모르는데 절대 아닙니
다. 잘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부지런히 뭉친 짜장을 펴가며 야채와 버므려 주세요.
이 때 쯤 야채의 숨이 많이 죽어서 부피가 많이 줄었을 겁니다. 그리고 야채에서
나온 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을 겁니다.

-짜장이 펴졌을 무렵..혹은 야채숨이 완전 죽었을 무렵 청주를 뿌려줍니다. 그럼,
확 하고 알콜이 증발하면서 열이 많이 줄 겁니다. 그러면서 프라이팬 바닥에 짜장국
물이 더 생깁니다. 그리고 바로 설탕이나 물엿을 넣어줍니다. (아님 청주에 미리 설
탕을 넣어주시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비벼 주시며 이후 3-5분
정도 볶아 주시면 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때에도 후라이팬에 화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프라이팬을 처음부터 충분히 달궈주어야
하죠. 가스렌지의 화력이 약한 것을 이 프라이팬의 예열로 보충해야 합니다.)

-끝입니다. 재료준비가 좀 부산스러웠지만, 조리과정 자체는 진짜 간단하죠? 이 위
에 야채 넣고 볶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5분 약간 넘을 정도입니다. 대단히 짧죠?
이걸 밥하고 먹는 겁니다.

5. 짜장? 간짜장
-물을 왜 안넣냐고요? 바로 야채에서 나온 물이 물을 대신합니다. 짜장은 전과정이
같습니다만, 청주 넣은 후 물이나 육수를 부어주고 끓이는 부분이 틀립니다. 즉
기름에 볶으면 간짜장 물 넣고 끓이면 짜장입니다. 저는 간짜장파입니다. 따로
물 넣지 않고 청주와 야채에서 나온 물로만 조리하는 것이죠. 그래서 짜장과 야채
국물맛이 어울어져서 맛이 아주 강렬합니다.

6. 맛은?
-아마 놀랍겁니다. 아니 집에서도 이런 맛이 나네? 핵심은 두가지..비계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하여 강한 열로 단시간에 조리하면 됩니다. 특히 야채볶는게 우리나라
음식과는 많이 틀립니다. 나물이야 중약불에 은근하게 살짝 볶아주는데 비해서,
중국음식은 살벌하게 가열된 프라이팬에 야채를 단시간에 확실히 [조져주죠].

-어? 왜 마늘/생강이 안들어가지요? 다른 레시피들에는 돼지고기에 미리 간을 하던
데? 고구마를 넣으면 안될까요? 간장이 빠졌네? 당근은요?....등등 질문이 예상됩니
다.요리에는 정도가 없답니다. 이것은 가장 최소한의 재료로 단시간에 만드는 법입
니다. 이렇게만 해도 왠만한 중국집 간짜장 보다는 나을 겁니다. 제가 몇번 해봤는
데,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도해보심이 어떨지. 백문이불여일식이라.

-한국은 동네마다 짜장면집이 있습니다. 그 집들마다 짜장면맛이 틀립니다. 이유는 그
들 나름대로 각자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재료량도 틀리고, 조리방식
도 천차만별입니다.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들은 그것들을 종합하여 만든 일종의
하나의 샘플일 뿐, 표준이 아닙니다. 맛에는 표준 따위는 없거든요. 자기 혀를 의지
해서 만들어 나가세요. 그리고 익숙해지시면 세상에 짜장처럼 만들기 쉬운 음식도
없음을 아실 겁니다. 볶음밥 보다 더 간단하지요.

ps: 앗 중요한 사실 하나를 빼먹었다. 집 가스렌지화력의 한계 때문에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은 2인분-3인분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2인분+애들 먹는 분량 정도가 한계인듯 하네요. 또 전기나 열적외선 버너 쓰시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포기하심이... 아님 휴대용 가스렌지 쓰시거나요

(사족: 전기스토브 가지고 계신 분들 실망마세요. 제가 해보니 맛에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