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한국의 가을~겨울은 참으로 멋스러운 것 같습니다.

밤이면 찹쌀떡 사려~ 메밀묵~하는 밤참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 아저씨의 구수한 소리.

난로 위에 하이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나면서 보리차 끓는 소리와 풍경.

목이 아프다며 가을에 담구었던 모과차와 유자차를 호호 불며 아이들과 마시는 풍경...

일상의 풍경이지만 소중하고 또 추억이 깃든 익숙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너무 바쁜 탓에 모과차와 유자차를 담구지 못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송오는 손님들이 오지 않아서 가족들이 식탁에 둘어 앉아 그전에 담구었던 유자차를 아끼며 마실 수 있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사교육이 많은 한국 생활에서의 아이들은 이러한 생활의 낭만을 느끼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아이들과 성북동, 삼청동에 자주 가곤합니다. 

 

가을에는 낙엽도보고, 여러 전시회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구요. 무엇보다 즐비한 맛집도 이곳저곳 숨어 있어 보는 재미와 함께 입이 즐거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도 하죠.

 

외국에서 손님들이 오시거나 몸이 허~ 해서 뜨끈한 보양식이 생각날때면 종종 가는 곳이 있습니다.

 

팥죽집이죠. 단팥죽이 무에그리 맛있냐! 라고 면박을 줄수 있겠으나 일단 맛 본 사람들은 이 맛을 여간해서 잊기 힘들답니다.

 

큼직한 찹쌀떡, 밤, 호두, 잣, 은행과 같은 견과류, 또 은은하게 느껴지는 계피향~

 

밥 한그릇 값을 하여 비싸다 하겠지만 많은 양보다는 맛있는 음식 특히 간식이 생각날때는 정말 좋은 메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따금 중국 학생들도 이곳의 맛을 보이기도 하는데... 한국인 못지 않게 그 맛을 기억하더라구요.

 

단팥죽 한그릇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요즈음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예전의 한국에서의 시내라는 개념이 없어져 곳곳에서 개발되어진 도시에 세련된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때로는 향수와 함께 느낄 수 있는 맛집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나누는 것도 좋겠어요.

 

그동안 딱딱한 음식이야기와 간단한 레시피만 소개하였는데... 삶의 여유를 갖고자 하는 몸부림?! 으로 생각하시고 한국에서 있는 동안 궁금하시고 나누고 싶은 말들 있으시다면 리플을 달아주세요~

 

새해에는 늘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더불어 곳곳에 기근과 자연재해로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

 

올해 초 막내가 기도제목으로 올린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맺을까 합니다.

 

첫째, 감기 낫게 해주세요.

 

둘째, 이쁜 공주가 되게해주세요.

 

셋째, 가족들 감기 안걸리게 해주세요.

 

넷째, 새뱃돈 많이 받아 아프리카 친구들 돕게해주세요. ~ 지금은 받은 새뱃돈을 아프리카에 어떻게 전달할지 귀여운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다섯째, 폐를 튼튼하게 해주세요.

 

 

어떠한 조기교육보다 교회 내 <성품학교>가 이루어지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올 한해 조금 더 자란 몸과 마음에 감사함을 담아 봅니다.

6살짜리 꼬마아이의 맘 처럼 40대인 저의 맘에도 이쁜 소원들을 조금씩 꺼내어 여러분들과 나누려 합니다.

 

 

이야기 둘.

팥 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지리산 구례이다. 겨울 여행시 구례 장날 우연히 사먹은 남매죽이 생각난다.  

"남매죽" 하면 생소한 소리로 들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팥칼국수 하면 아!--- 하고 외칠 사람이 많다.

 

예전에 며칠의 여유만 생기면 지리산으로 갔었다.

되도록이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또 공기가 좋은곳..

지리산이다.

지리산으로 가는 길 구례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초봄에 가족과 함께 구례를 지날 무렵 여행경비를 찾기 위해 농협에 들렀고, 때마침 장날이기도 하여 구경도 할겸 잠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어렸을때 별명이 '장돌뱅이' 인지라... 장날은 빠지지 않고 보러다녀서...)

참새가 어떻게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하면서 들른 곳.

정말 없는 것이 없는 구례 장날...

집에서 키운 강아지며, 죽순, 더덕, 이름모를 여러 산채들... 묘목.. 종묘... 각종 농기구...

한참을 보며 들어가다보면.. 허름한 천막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추워서 차에 않아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근처 요기꺼리가 될 것이 있나 찾아보던 중

팥죽에 칼국수를 넣어 끓인 남매죽이 있었다.

시골 장날의 남매죽 장수 할머니는 웃으며 한대접 퍼주셨다...

뜨끈한 남매죽의 온기와 팥의 구수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이내 식을까 돈(2000원)을 주고 내빼듯 장을 벗어나 차로 갔다.

 

잠시 단잠을 자던 남편과 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더니..

개눈감추듯 남매죽 한대접을 한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모두 모두 없앳다..불가 수분만에..

달콤하면서 뜨끈한 국수 가락과 함께 훈훈한 인심이 베어 있는 한그릇이 따뜻함이 지금도 느껴진다.

 

또 다시 사러 가고싶을 정도로 추위가 싹~ 물러갔고 구수한 남매죽의 여미는 지금까지 느낄 수 있다.

먹어본 사람이 그 따뜻한 온기를 기억할 것 같다.  그후 얼마 있지 않아 구례 장은 옛날의 모습이 없어졌고, 현대식 건물로 들어 선다고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옛날의 추억과 함께 아련히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팥이야기.

팥은 적소두(붉은 작은 콩)으로 몸의 붓기를 없애고, 몸속의 습을 흡수하여 배출해 준다. 또한 염증을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B1의  함량이 많아  당질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식품이다.

(비타민 B1은 티아민... 당질.. 즉 전분질 음식의 소화에 필수적인 단백질... 닭고기, 돼지고기.. 등에 많다)

 

궁중에서는 홍반이라고 하여 팥 삶은 물을 넣어 밥을 짓거나 팥을 넣어 밥을 짓는다.

이따금 임금님이 백반이 지겹다 싶을 때 이용하는 밥이다.

또한 병이 있어 벽사의 의미로 병을 물리치고 싶을때 자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임금님 상에 오를 만큼 귀중히 여겨진 팥은 어머니들에게 좋은 간식이다.

 

지금도 팥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아낙네 들이 많다.

이는 몸속에 수분이 적체되어 수습대사가 원활하지 않는 부인들이.. 이것을 찾게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또한 빙과류에도 "아맛나", "비비빅", "파시통통"등 팥이 들어간 빙과류는 시대를 뛰어넘어 장년층에게 사랑받는 웰빙식품이자 훌륭한 간식이된다.

그러나 팥의 성질을 생각하자면.. 차게 먹는 것 보다 따뜻하게 먹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론상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떡이나 찐빵의 소나 속으로 이용되는 것일게다.

뜨끈한 안흥찐빵속의 국내산 팥으로만 넣어 만든 속... 한입 물으면 입안가득 퍼지는 팥내음이 향기롭다.

 

또한 팥은 유아들의 놀이기구로도 이용될 수 있다., 소리가 아주 이쁘다.

 

이모든 식품과 음식들을 망라해 본들 남매죽에 비할 쏘냐...

한번 지리산 자락 구례를 가실때 장날에 맞추어 가보시라...

 

 

 

 

 

 

 

 

 

 

 

 

 

* 팥죽 레시피는 작년 컬럼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