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마다 1월 6일이면 IHOP에 갑니다. 제가 거의 20년전 혼자  한밤중에 미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갔었던 레스토랑이라 해마다 그날이 되면 미국땅에 발을 디딘 기념으로 거길 가서  회상에 젖곤한답니다. 그날은 왜 또 그렇게 비까지 내리던지  눈물콧물 뒤범벅이 되어 먹던 그 팬케익을 잊을 수가 없네요. 눈물은 그당시 국제공항이엇던 김포공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한국나이 서른으로 남자친구하고 쫑나고 이제 젊지도 않은 나이에 아는사람 하나 없는 미국땅에 홀로 던져진다는게 너무 무섭고  남자친구랑 결혼 못한게 한스럽고 그당시 전 영어강사였는데 영어 못하는 것도 서럽고 그랬었나봐요. 공항에 친구건 가족이건 아무도 마중 나오지 못하게 했어요. 왠지 서글픈 모습을 진짜 보여주기 싫었거든요. 공항에서 친구한테 작별인사 하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한바탕 울고 비행기안에서 진짜 내내 울었네요. 근데  우는것도 중노동이었는지  배가  또 그렇게 고프데요. 실연 당하면 배가 고프다는걸 아십니까? 옆사람한테 쪽팔려서 어깨 울움을 울다가도  밥줄때가 되면 딱 그치고 예쁜 스튜어디스가 주는 밥은 꼬박꼬박 다먹었네요. 먹자마자 또 꺼이꺼이….옆사람은 진짜 이여자 코메디한다 그랬을꺼에요. 보아하니 늙은 처녀가 얼굴 화장도 다 뒤범벅이 되가지고 진짜 미국에 도착할때까지 눈물이 나데요. 100프로 실화!

연애도 영어도 다 징글징글 했어요. 서른이 다되도록 중학교때부터 대학졸업할때까지 전공까지 해서 배운 영어, 사실 영어로 말도 못하면서 순진한 학생들과 맹목적인 그들의 부모님들로부터 뜯어먹은 영어 과외비, 죽은 영어로 입시학원에서 학생들 머리수대로 두툼하게 받아먹은 학원비 그게 다 목에 걸리더군요. 아 왜 나는 그렇게 영어로 사기치며 밥을 벌어 먹어야 했을까,  어쩌면 스튜어스가 영어로 쏼라쏼라 해대는 기내 방송 영어가 하나도 들리지 않을까, 왜 내 남친은 나랑 결혼하지 않았을까,  인생이 이렇게 고달픈데 왜 기내식은 이렇게 맛있을까, 몸부림치며 괴로와 했었네요.

그리고 지난 겨울 친정 아버님이 위독하셔서 한국 가는 비행기에 다시 혼자 몸을 실었어요. 미국간 이후 혼자가는 한국행은 처음이었던지라 미국 초행길의 그날이 떠오르며 감회가 남달랐죠. 그런데 이번에는 기내방송 영어가 다 또렷하게 들릴뿐 만 아니라 스튜어디스들의 잘하는 영어 못하는 영어까지 구분되더라구요. 일부러 트집잡으려던게 아니라 영어를 가르치는게 일이다보니 직업병이죠 뭐. 아 난 인제 진짜 영어가 잘되고 이젠 혼자가 아니고 가정이 있고 기내식은 아직도 먹을만하구나. 20년전  영어 배우러 미국 가던 그때는 왜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지나고 보면 참 별게 아닌데. 서른살은 시퍼렇게 젊은 나이였고, 안되는 영어는 하면 되기마련이고, 그남자는 결혼 안하길 천만다행이었는데.  그놈이랑 결혼 햇으면  미국에 갈 생각을 안했을꺼고  영어가 됬다면 지금의 천사남편이 된 그남자를 꼬시지 않았을꺼고  그랬다면 우리애들도 다른 얼굴이었을꺼고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끔찍해!

전 사실 학생때부터 영어가 너무너무 싫엇어요. 대학 지원 할때 국문과를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국문과 가면 굶어죽기 딱 좋다고 영어로 밥벌어 먹고 살라시는거에요. 그때는 부모님의 뜻을 거역하면 안되는줄 알았던 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시키는대로 했죠. 대학 가서도 영어는 여전히 아니 더욱 더 재미가 없더군요. 다른 과친구들은 통역학원 다니고 회화학원 다니고 취업을 위해  영어로 준비를 하던 시기에 저는 술퍼마시고 다니며 ‘재미’를 추구했었드랫죠. 전 재미가 없으면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영어가 그렇게 재미없으니 영어가 배워지겠냐구요. 한국에서 그렇게 재미없던 영어가 미국에 가니 달라지더군요. 영어자체는 여전히 재미없는 나의 적이었지만 내가 같이 놀고싶은 사람들이 영어만 하니 어쩌겠어요. 그사람들이랑 놀려면 영어를 할수밖에요. 그래서 저는 미국 대학원 시절에도 여전히 술퍼먹고 당구치고 친구들과 밤새 어울리고 놀았어요, 영어로요. 영어가 목적이 아니라 친구들하고 재밋게 노는게 제 목적이엇고 영어는 다만 그 도구엿던 거죠. 난 다만 재밋게 논거엿는데 영어는 그냥 되더라구요. 따라가서 잘놀려면 귀담아 들어야 하고 더잘놀기 위해 내뜻도 전달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게 다 영어로 되야하니 열심히 따라한거죠.

대학원 수업 들을 때 영어로 하는 교수님 강의가 100프로 들렸겠어요? 안들리니 한국식 특유의 주입식 공부방법으로  textbook으로 열심히 숙제해가 고 시험쳐서 학점은 A받앗죠. 미국 클라스메이트들이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는거에요. ‘모야 저 동양여자는…. 영어도 못하는데 시험만 쳤다하면 A를 받으니….’ 비결이 모냐고 접근해 오는 미국 클라스메이트들에게 숙제를 보여주며 친구를 사귀엇죠. 저의 자그마한 동양체구와  부족한 영어는 저를 순진한 아이처럼 보이게 해서 미국 친구들이 다 저를 귀여워해줬어요. 그리고 저는 그들을 마구 이용해서 영어로 재미를 보았다 이거 아닙니까.

영어로 “Blessing in disguise”이라는 말이 있어요. ‘얼핏 보기에는 좋은 일 같아 보이지 않지만 결국 그게 너한테 복이된다’ 모 그런 뜻인데요.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이 힘들고 슬펐던 일들이 지나고 보니까 지금의 좋은 일을 얻기위한 과정이었구나 하고 깨달아지는거죠.영어가 죽어라고 안되서  괴로왔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영어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미국에서 이사람 저사람 한테 말걸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생겼구요. 그많은 친구중에 한사람이 내인생의 soul mate가 되었구요. 내가 겪은 영어의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돕는 너무나 보람있고 재밌는 평생의 일을 찾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