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정확한 영어 단어 쓰기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우리말도 마찬가지겠죠.
누군가의 말이 지루하다면 그건 단순히 길거나 모노톤으로 이야기하는 것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말을 잘한다는 건,
정확한 단어가
기본 중의 왕기본입니다.
정확한 단어를 캐치하지 못했으니
자꾸 애매한 단어에 대해 설명하려고
말이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또 늘어납니다.
영어 원어민도 아니고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마치고 미국에 온 우리 이민1세들로서는
아마 이런 경험 다 있으실 겁니다.
아이들 튀김을 해주려고 빵가루가 필요합니다.
왜 까실까실해서 돈까스 겉에 묻혀서 튀겨내는 거요.
튀김을 바삭거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빵가루를 사러 그로서리 마켓에 갑니다.
둘러봐도 잘 없네요.
아무래도 물어봐야겠습니다.
빵=bread
가루=powder
bread powder
쉽습니다.
이까짓거~~~~~~~~
자신만만하게!
선반에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묻습니다.
"Where is bread powder?" (이러면서 'bread' 앞에 관사가 붙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혹시 a loaf of bread라고 해야 하나,
a bag of bread powder...라고 해야 하나...관사의 사용 유무를 놓고 잠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직원의 눈빛이 약간 흔들립니다.
엥? 왜 그러지?
bread powder도 모르나?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자신있게 외칩니다.
"Bread powder!"
직원은 손님의 자신만만함에 기가 죽어 더 이상 눈빛을 흔들었다가는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딘가로 일단 발길을 옮기며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럼 그렇지.
직원은 베이킹 섹션으로 가더니 역시 자신만만하게 뭘 들이밉니다.
얼핏 보기엔 빵가루 통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Baking Powder
라고 써있네요.
아니 아니 이거 말고~~~~.
직원의 눈빛은 금방 원망으로 가득찹니다.
"You said, bread powder."
"그니깐 (나도 모르게 막 한국어가 나옵니다)....bread....bread POWDER."
이젠 직원이 대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쭈...어깨까지 으쓱합니다.
어떻게 빵가루도 모르나...얜 튀김도 안 해먹나...짜증이 확 밀려옵니다.
그래도 은근과 끈기의 배달민족으로서 물러설 수 없습니다.
설명에 들어갑니다.
"It's POWDER! Ok? POWDER! Ok, it's not soft powder, not smooth powder."(입자가 거친 게 생각나지만
'거칠다'의 영단어가 또 팍 떠올라 주지 않습니다, 그려)
"It's very thick powder.(손가락 엄지 검지를 동원해 가루를 뿌셔보는 시늉도 합니다)"
직원은 여전히 고개가 2시 방향을 가리킨 채 멀뚱거리고 있습니다.
와...진짜 얘가 오늘 날 잡았네...
누가 이기나 해보자...
"Ok, you make frying food, ok? Like, 돈카츠('돈까스'는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직원은 여전히 멀뚱멀뚱.
"Like....fried fish, shrimp...I need to put fish and shrimp in this powder and fry and it's crispy!"
그 때, 드디어 직원의 눈에서 환한 빛이 쏟아집니다.
"Oh, you're looking for bread crumbs?"
옴마야, 옴마야....
bread powder가 아니라 bread crumb(s)? 그것도 복수형으로 's'를 떡 붙여서?
말하던 사람의 얼굴은 그만 불탄 고구마가 되고 맙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 해보셨을 겁니다.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죠~~~~ㅎㅎㅎㅎ
외국인인데 영어를 잘 못하는 건 당연한 거니 창피하게 여길 일은 아닙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죠.
시간을 잡아먹고 아무래도 주눅이 들어 자신감을 잡아먹게 되니까요.
사실, 단어만 정확히 알아도
긴 문장이 필요없습니다.
안 그런가요?
요는, 우리가 영어 단어를 너무 '공부한다'는 겁니다.
시험용으로요.
시험용 단어는 정말 무지하게 많이 아시죠.
알면 뭐합니까...그런 건 일상 영어에서 잘 쓰지도 않는데요.
중요한 건,
정확한 영단어는 공부하는 방법을 좀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난 번에
arrive/reach
의 뜻을 비교하면서 예를 드리고자 했는데
사실은 이전 컬럼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그래도 또 언급할 필요는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 간단히 해드리죠.
그리고
토종댁의 정확한 단어 공부법을 몇 가지 공개하기로 하죠.
너무 큰 기대는 마세요.
그렇게 대단한 '비법'은 아닙니다.
이미 다 아시는 걸 겁니다. ㅎㅎㅎ
그래도 '리마인드'는 되지 않을까 하네요.
곧 다시 오겠습니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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