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시키다'라는 의미의
사역동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본 예문을 보실까요?
Susan made her husband clean the bathroom, so he was very mad.
지지난 시간부터 이 문장은 문장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말 해석을 읽어 볼까요?
수잔은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그래서 남편이 무지 화를 냈다.
뭐, 이상한가요?
간이 배밖으로 나온 남편이라 수잔 아줌마가 화장실 청소를 시키니까 무지 화를
냈다는 건데요....
이상할 거 없습니다.
나쁜 남편일 수는 있지만요.ㅎㅎㅎ
그럼, 왜 영어는 이상하고 우리말은 괜찮은 걸까요?
그 차이는 이미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입니다.
먼저, 우리말요.
수잔은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그래서 남편이 무지 화를 냈다.
우리말의 '시켰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1. 하라고 말을 했다(아직 청소를 한 건 아닙니다)
2. 하라고 말을 했고, 그래서 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자, 상황극을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얘, 빨리 가서 콩나물 좀 사와."
"나 숙제해야 되는데?"
"아, 짜증. 안 할거야."
(입이 툭 튀어나온 아들을 본 아빠)
"너 왜 그래?"
"숙제해야하는데 엄마가 콩나물 사오라고 시키잖아!"
상황 아시겠어요?
여기서 '아들'은 콩나물을 사왔나요?
아뇨. 갈 생각도 않고 있는데요?
우리말은 시킴을 당한 대상이 그 행동을 하든 안하든
'시키다'가 성립됩니다.
그렇죠?
(아직도 뭔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시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상황극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영어는요?
Susan made her husband clean the bathroom,
이건 하라고 말만 하고 남편이 안한 게 아니라
남편이 어쨌든 '한' 겁니다.
'시킴'이 완료된 거요.
그러니까 위의 뜻에서 1번이 아니라 2번요.
자, 아시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말과 영어는 '시키다'라는 쉬운 일상 단어 하나에도
생각하고, 사용하는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그냥 우리말 '시키다'를 영어의 사역동사(make)에
우겨넣고 이해하니 될 게 뭡니까?
도대체 영어의 'make'는 무엇이관대???
'make'는 그러니까, 우리말의 '시키다'가 아닌 겁니다.
'사역동사'이긴 하지만
'시키다'라고 이해하시면 안되는 거란 말입니다.
시키는 게 사역동사는 맞죠.
그러나 영어의 사역동사는
주체가 행동하지 않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제부터 '시키다'=사역동사
이거 잊으세요!
Susan made her husband clean the bathroom,
이것도 해석을 '시켰다'로 하지 마세요.
'하게 만들었다'로 하시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수잔은 남편이 화장실 청소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남편은 화가 났다)
이렇게 놓고 보니 '조금' 뜻이 어색해지는 게 느껴지시죠?
우리말에서 '만들었다'를 써놓으니 드디어 상대방이 행동을 '완료'한 것이
나타나니까 말입니다.
이건 그냥 '말로만 하라'고 한 게 아니죠.
말로 하라고 요구했고, 상대가 얄짤없이 한 겁니다.
그게 바로 'make'의 뜻입니다.
'make'의 주체는 누구죠?
수잔입니다.
막강한 주체요.
뭘 마구 주물러 'make'하는 주체니까 말이죠.
수잔은 도대체 뭘 'make'했을까요?
남편을 'make'했을까요?
남편의 '행동'을 make했을까요?
제 보기엔 상황입니다.
상황을 그렇게 make해서 남편이 clean the bathroom을 한 거요.
아니면 이렇게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남편의 마음(or 태도)를 make해서 남편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든다고 말입니다.
아무튼 수잔은 뭔가를 'make'했습니다.
'make'는 강력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상황을 만들고, 상대방 마음을 만들고 했으면
게임은 끝난 겁니다.
make와 뒤에 나오는 동사의 거리값이 없거나 아주 짧습니다.
상대방이 얄짤없이 따르는 겁니다.
아니, 조물주처럼 뭘 'make'했는데 거리감 두고 어쩌고 할 시간이 어딨나요?
그냥 하는 거죠.
남편이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 연유가
수잔이 무릎꿇고 빌었던, 죽겠다고 협박을 했든, 울고 짜고 난리를 쳤든,
소리지르고 굴렀든....
알 바 아닙니다.
어쨌든 수잔은 남편이 화장실 청소를 하도록
make해서 상황은 끝났습니다.
그러니 뒤에는 거리감을 나타내는 'to'가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to'가 사라지고
Susan made her husband clean the bathroom.
이 되었고
뒤에
so he was very mad.
하면 이상한 겁니다.
속으로 뭔가 삐쭉거릴 수는 있겠지만
'made'당해서 이미 뭔가 했는데
다 늦게 뭘 화를 낸다니까 말입니다.
뒷북치는 것도 유분수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엔 'have'라는 사역동사도 생각해 보시겠어요?
사역동사=시키다
에서 좀 놓여나셔서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사역동사'의 기본의미는 '시키다'는 맞습니다. 단, 그 바닥이 그렇다는 거죠)
영어/Susan had her assistant type the letter.
우리말/수잔은 비서에게 타이핑을 하라고 시켰다.
(그런데 비서가 그 편지를 팽개치며 안한다고 했다.)
위에서 ( )의 말은 우리말에는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걸 영어로 붙이면 영어는 또 이상해집니다.
그 이유를 위의 'make'와 연관해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생각이라도 댓글 달아주시면 글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ㅎㅎ(댓글 유도중)
4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