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은 비서에게 편지를 타이핑하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비서가 화를 내며 안한다고 했다.
수잔은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그랬더니 남편이 화를 내며 안한다고 했다.
영어는 왜 안되는 거죠???
거기서 저도 고민에 불이 붙었더랬죠.
그러다 무릎 팍! 한 것이,
영어의 사역동사는 우리말의 '시키다'가 아니라는 결론에 닿은 겁니다.
모든 영문법 책에 '사역동사는 '시키다'이다'라고 되어 있으니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한 거죠.
네....사역동사는 '내'가 한 게 아니라 누구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시키다.....가 맞습니다.
그러나 '의미'만 같을 뿐, 그 용법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말의 '시키다'는 영어의 'ask'와 더 가깝습니다.
order, request, force....
뭐 이런 거요.
make/have 같은 영어의 사역동사는
행동하기 이전의 '시키다(요구하다, 요청하다 등)'가 아니라
이미 행동을 완료한 '시키다'입니다.
Susan made her husband clean the bathroom.
에서 남편은 화장실 청소를 한 겁니다.
수잔이 '하라고 요구해서' 한 게 아니고요.
'make'에서는 '요청하다'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요...........
수잔이 직접, 스스로 안하고
남편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든' 겁니다.
그게 중요한 거예요.
그리고 수잔이 '요쳥해서' 비서가 편지를 타이핑한 게 아니라
수잔이 스스로 타이핑한 게 아니고 비서로 하여금 타이핑하도록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수잔 made 남편 clean 화장실
이 문장을 잘 보세요.
수잔이 뭔가 'make'를 했어요.
없는 것에서 뭔가 창조해냈다고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요.
그게 'make'의 그림입니다.
뒤문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혹은 목적어를 'make'한 겁니다.
아마 남편은 별로 청소안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수잔은 어쨌든 전지전능하게도
일을 '만든' 겁니다.
수잔과 목적어인 남편 사이에는
'make'가 있어요.
수잔은 남편을 만들었어요.
'존재'를 만든 게 아니라 그 뒤 문장의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고요.
막강한 거죠.
영어의 사역 동사에서는 이렇게 주어가 대단히 막강한 힘을 가져요.
let 보다
make, have의 주체는 무지하게 힘이 강합니다.
이젠 'have'를 볼까요?
Susan had her assistant type the letter.
위의 'make'처럼 풀어볼까요?
수잔은 비서를 'have'했어요.
막강하죠.
소유권을 가졌다 이겁니다.
비서를 가졌는데 그 뒤에 비서가 무슨 화를 내고 일을 안할 수가 있나요?
얄짤없이 하는 겁니다.
소유물인데요.
거기 'to'가 개입될 심적 거리감, 물리적 거리감이 있을까요?
make
have
라는 사역동사에 숨은 어마무시한 비밀을 이제 좀 눈치채셨나요?
우리말의 '시키다'는
종속절의 주체이자 전체 문장의 목적어에게
뭘 요구하는 '처음' 단계에도 해당되는 말이고요.
1. 수잔은 아들에게 숙제하라고 시켰다
2. 수잔은 아들이 숙제하게 시켰다
우리말에서 1과2 사이에 차이점이 전혀 없나요?
저는 1번에서는 아들이 숙제하기 전이고
2번은 전일 수도 있고, 하는 중일 수도 있고, 숙제를 다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영어에서 'make', 'have'는 이런 의미의 '시키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주어(수잔)이 아들이 숙제를 다 하도록 그런 상황을 '만들거나', '소유'했다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설명이 좀 어렵긴 한데요...ㅠㅠ
그래도 아하! 무릎 팍, 하시는 분이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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