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컬럼 마지막 문장입니다.

 

[일상생활에서 굳이 일반 동사(행동동사)를 그렇게 모든 문장에 써야한다고 압박을 받을 필요없습니다. 우리말 동사도 그렇지만, 각각의 경우에 해당하는(목적어인 명사에 딱 맞는) 동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다시 봐도 누가 썼는지, 말 한 번 잘했네요. ㅋㅋㅋ

 

요즘 '비정상 회담' 보시나요?

 

예전에 '미녀들의 수다'의 남자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들보다 이번 남자들이

한국어를 훨씬 더 잘하지요.

 

거기서 누가 더 한국말 잘하고 못하는지 바로 감이 오죠?

 

누가 못하는지는 애매해도 누가 잘하는지는 정말 감이 오실 겁니다.

 

단연 에네스가 갑이죠.

 

알고보니 한국에 온지 10년 정도?

 

헐.....................

 

우리는 미국 온지 10년, 20년 돼도 에네스 한국어의 반의 반도 안되는 듯.........ㅠㅠ

그뿐인가요? 미국에 오기 전부터 영어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학교에서조차!!

 

에네스가 한국어를 그리 잘하는 비법은 저도 만난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요.

 

일단, '떠드는 연습'은 1순위로 꼽더군요. 해피투게더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보니.

 

그건 어떤 언어든 당연한 '진리'같습니다.

 

그리고 터키어를 제가 잘 모르지만 한국어와 어순이 같다고 하네요.

일본어와 우리말이 어순이 같으니 우리가 영어보다 일본어 배우기가 훨씬 쉽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에네스의 그 인토네이션.

이것 때문에 더 한국어를 잘한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힘줄 때 주고 뺄때 빼는.

새삼 인토네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되더군요.

 

그리고 또 단연 눈에 띄던,

에네스가 한국어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중요한 요인!

 

바로, '적절한' 동사 찾기입니다.

 

주어진 명사에 대해 어울리는 동사를 척척척 갖다 붙이는 거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명사'는 배우기 쉽습니다.

그냥 '외우면' 됩니다.

 

사과=apple

학교=school

병원=hospital

 

이렇게 명사는 외우면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영어 명사는 정말 많이 압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과장을 조금 한다면, 원어민만큼 알 겁니다.

 

명사는 배우기 쉬우니까요. 외우기만 하면 되고, 쓸 자리에 갖다 끼기만 하면 되니까요.

 

애플이 사과인것은 영어 배워본 적는 토종 팔순 할머니들도 압니다. 그렇죠?

 

그런데

 

사과 갖고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사과를 먹다

사과를 깎다

사과를 베어물다

사과를 썰다

사과를 굴리다

사과를 나눠먹다

사과를 채썰다

사과를 끓이다(잼 만들려고)

사과를 저미다

사과를 졸이다(잼만들려고)

사과를 껍질깎다

사과가 썩다

사과가 물러졌다.

 

(하다보니 형용사도 좀 섞였지만서도)

 

아무튼 저 위의 '동사'들을 지금 입으로 소리내서 붙여보세요.

예. 물론, 영어로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먹다, 굴리다, 나눠먹다 정도 바로 나오고.

나머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거나 아예 안나오지 않을까.......

 

이게 우리의 '아픈' 현실입니다.

 

사과는 외우기 쉬운데, 사과......라는 명사에 붙어 저렇게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는

동사들을 다 어떻게 외우냐고요.

 

근데, 신기한 거 아십니까?

 

우린 저 동사들을 사실은 다 알고 있습니다.

 

peel, slice, cut, boil, rot, decay, bite.........

 

뭐 어렵고, 절대 모르는 동사 있나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필수동사로 다 배운 단어들입니다.

 

아마 한국의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단어들일겁니다.

 

근데...........................

 

이게 왜 적용이 안될까요?

 

사과........하고 붙으면 왜 우물우물...................

 

바로, 따로 국밥이 문제입니다.

 

즉, 따로따로 외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인데, 이 노릇을 어쩐단 말입니까?

 

지금에 와서 예문 열심히 찾고, 외우고............

 

물론, 그 또한 대단히 중요한 요령입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지나쳐(뭐든 지나치면 안됩니다),

 

'동사찾기'에 너무 혈안이 된 나머지,

 

정말 쉽게 영어를 할 수도 있는데,

동사(형용사까지 포함) 찾다가 정작 할말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말의 '동사'나 '형용사'는 영어에서 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우리말에서 동사와 형용사가 영어보다 훨씬 섬세하고 디테일하기 때문입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그건 여러분들도 들어서, 또 몸으로 아실 겁니다.

 

영어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영어는

우리말보다 좀 단순화시키면 더 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 예를 다음에 들어보기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