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영어를,
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전 그렇다고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지는 못합니다.
준 네이티브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 미국 온 햇수가 비슷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꽤 잘하는 편입니다.
사람들은 그 비결을 많이 묻습니다.
그럼, 제 답은 한결같습니다.
"한국어를 한국 사람 중에서도 좀 더 잘해서요."
그건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어를 잘할수록 영어에서 멀어진다고 하는데,
언어는 다 비슷합니다.
그 '비슷한맥'을 포착하면 '언어'에 좀 능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하면서 참 무던히도 힘들었습니다.
한국어를 너무 잘하다보니 한국적인 마인드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던 것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마음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가 쉬워지는 걸 느끼게 됐지요.
어느 선에서 쉬워졌느냐......이거, 꽤 궁금하시죠?
자동사/타동사
문장의 형식
분사구문, 투 부정사
등등
정말 우리 한국적 머리로는 아무리 들이파도 입에 짝짝 안달라붙던 문법들.
딱딱 명쾌하게 아귀가 안 맞아떨어지고,
뭔가 애~~~매한.
그러다 어느 순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자동사/타동사 만 해도 그렇죠.
어느 지점까지는 정말 계속 파고 또 파고 삽질을 합니다.
그런 단계를 거쳐야 내려놓는다...........가 성립됩니다.
그냥 언저리에서 좀 건드리다가 '내려놓는다'는 아닙니다.
그건 '포기'에 가까울 듯 합니다.
하는데 까지는 들입따 헤집어보고 도저히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생각되는 지점,
그 때 말입니다.
저는 어느 선에서
제가 이해력이 짧아서인 것도 있겠으나 원래 영어가 좀 '애매하다'는 결론을 나름 내리게 됩니다.
어째서 그렇냐고요?
증거를 보여드리지요.
'call'이라는 동사를 봅시다.
1. I called him yesterday.
2. I called him here.
3. I called him a taxi.
4. I called him a master.
1. 나는 어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3형식
2. 나는 그를 여기로 불렀다.-----3형식
3. 나는 그에게 택시를 불러줬다.----4형식
4. 나는 그를 마스터라고 불렀다.------5형식
'call'이라는 동사 하나가 저렇게 여러가지 문장 형식을 만듭니다.
이런....
이러니 안 헛갈리나요?
그 뿐이면 말도 안합니다.
4번같은 경우는 아예 완전히 다른 뜻 두 가지로 해석돼죠.
4. I called him a master.
a. 나는 그를 마스터라고 불렀다.
b. 나는 그에게 마스터 한 명을 불러다 줬다.
에잇!
이 정도되면 솔직히 영어공부할 맛 안납니다.
똑같은 하나의 문장이 저렇게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이 되면
뭘 어쩌라는 건지.
그런데 영어는 왜 이모양일까요?
저는 이런 걸 보면서 우리 한국어가 얼마나 섬세한지 감탄합니다.
저렇게 헛갈리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한국어는 저 지경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어는 어떻게 소통이 되는 걸까요?
저렇게 다른 뜻이면 안 헛갈릴까요?
별로 안 헛갈린다...........가 답입니다.
말하는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 상황에서는 a, b 둘 중의 하나로밖에 해석이 안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상황에 따라 뚜드려 맞추는 거죠.
이 정도로 애매합니다.
I found him a doctor.
이 문장도 완전히 뜻이 다른 두 개로 해석됩니다.
나는 그가 의사임을 알았다.
나는 그에게 의사를 찾아다 줬다.
도대체 뭘로 해석을 하란 말?????
그러나 고민할 필요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뚜드려 맞추면 됩니다.
미국인들을 뭐 그리 헛갈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런 경우가 별로 없는 우리 정서로는
'딱!' 떨어지지 않는 것 때문에
진짜 짜증나거든요.
영어=애매하다
무조건 이렇게 단정해서 떨어지는 언어라고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없으면 한 가지 동사가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딱!' 떨어지는 한국어에 익숙한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파도 파도 '끝'에 도달하지 않고 뭔가 찝찝한 기분을 결코 떨칠 수 없을 겁니다.
어느 선에서는 내려놓기.....
영어 공부에도 그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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