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부터 ‘영어로 말로 좀 해보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듣는 것도 중요하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요.
말, 글, 듣기, 쓰기….
어느 나라의 언어를 하건 언어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어떤게 먼저인지 생각해 볼까요?
쉽게 생각해 봅시다.
아기를 예로 들어보죠.
아기들은 글을 모릅니다. 언어를 모릅니다. 태어나자 마자 뭘 알겠습니까?
그런데 아기들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능력은?
보기
듣기
당연히 말하기/쓰기는 안돼죠.
‘소리’를 낼 수는 있습니다. 울음소리, 웃음소리, 비명소리 등등
그건 ‘소리’일 뿐, 언어가 아닙니다.
그러니 아기들은 보기/듣기를 먼저 합니다.
언어를 배울 때 ‘보기’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건 ‘말’보다 ‘글’을 위해 더 필요할 겁니다.
그러니 , 언어에서는 ‘듣기’가 제일 먼저군요.
아기들은 언어를 알지 못해도 ‘듣기’는 합니다.
그게 언어라는 걸 알지 못해도 ‘듣기’는 합니다.
그러다 뭘하나요?
당연히 ‘말하기’입니다. 어설프지만 맘마, 음마, 읍빠…등 언어를 닮은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모방’이죠. 그렇죠?
듣기-----à모방----à말하기
그러다 또 눈으로 글자를 익히고 읽고, 쓰기를 합니다.
정리해보죠.
듣기--à(모방)--à말하기--à읽기----à쓰기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학습 과정’입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왔던 방법을 놓고 한 번 생각해보지요.
듣기: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보다 발음 안좋은 토종 한국인 영어 선생님들에게서
100% 한국어로 영어문법만 배웠지, 회화를 배운 적 없습니다. 당연히 ‘듣기’가 수천번 이루어졌을 때 가능한 ‘말하기’의 준비단계인 ‘모방’의 기회란 생각도 못하죠.
뭘 모방합니까? 원천이 없는데…
말하기: 역시 ‘듣기’와 마찬가지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듣기’가 없는데, ‘말하기’가 어떻게 성립됩니까? 안 그런가요? 들은 소리가 없는데.
읽기: 이건 무지하게 많이 했나 봅니다. 맨날 읽고 해석하고 문제풀고. 아마 전세계에서 영어 읽기를 제일 많이 한 국민이 한국인 아닐까 싶습니다. 어? 그러면 ‘독해’는 엄청 잘해야겠네요? 원서를 막 술술 읽고…해야겠네요? 그런데, 그러고 계십니까? 어떤 영어 지문이건 보면 술술 독해가 되고 이해가 되시나요? 아니라고요? 왜요? 학교 다닐 때, 듣기, 말하기는 못했지만
‘읽기’는 증말 많이 했는데요. 맨날 독해 시험만 봤는데..거, 참…이상하네요.
쓰기: 이것도 듣기,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죠? 학교 다니실 때, 영어일기나 영작문 숙제하고 그거 첨삭지도해주신 영어교사 있었나요? 과외를 따로 받았다 해도
비싼 일대일 고액과외나 가능했을 겁니다만…그 또한 영어 원어민 교사였을지…
이렇게 짚어보니…참,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한 게 없네요.
안 그렇습니까?
‘영어’라는 언어를 한답시고…정말 오로지, 우리는 꾸준히, 질기에, 집요하게, 끈질기게, 고집스럽게,
문법만 했습니다. 문법요.
정말 그 정도 문법을 했으면 ‘소리’가 개입되어 소리의 톤, 높낮이 등에 익숙해져야 하는 ‘리스닝’은 안될지언정, 발음 이상해도 ‘말하기’, ‘읽기’, ‘쓰기’는 엄청 잘해야 합니다.
세상에 어떤 나라 언어를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10년을 놓지않고 하는데도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게 말이 됩니까?
아이들은 미국 오면 6개월이면 10년 배운 엄마보다 더 잘하는데요.
아무리 언어를 ‘자연히’ 습득할 수 있는 나이인 12세를 넘었다 해도 이건 정말 너무합니다.
그래서 토종댁이 그 동안 그 이유를 좀 짚어보고자, 나름대로 우리가 배운 영문법의 문제를 삽질해봤던 겁니다.
파고 파고 또 파고.
솔직히, 좀 황당한 소리같긴 해도…이 토종댁이 파헤친 영문법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이렇게만 영어를 처음부터 접했어도 이 지경은 아니었을 듯…하시는 분, 계실 겁니다.
실제로 저한테 그런 쪽지나 댓글을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요즘은 서점이나 인터넷상에 일제가 만든 구시대적인 영문법(일본사람들은 우리보다 영어를 더 못합니다. 잘 아시죠? ㅎㅎ)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그걸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자기만의 ‘말되는’ 영문법을 보강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영어로 말 좀 해봅시다’의 기본 요령을 이야기하려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다음 시간에 이야기할 내용의 맛보기를 잠깐 해드리지요.
이 수표는 다른 데 쓸 겁니다.
이런 말을 영어로 하려고 합니다.
‘독해’와 ‘문법’에 치우쳐 영어를 배운 우리 머리속에서는 대번에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1단계: 단어 대응시키기
이============this
수표===============check
다른===========another/other/different
데============곳? Place?
쓸 것이다(‘쓰다’의 미래형)========will use
머릿속에 파바박 떠오른 이 단어들을 이제 갈고 닦은 ‘문법’ 실력에 기반해 이어붙입니다.
제1 문장: This check will use another place.
뭔가 이상합니다. 아..주어! 우리말은 주어가 생략이 잘되나
영어는 반드시 나옵니다. 주어는 수표를 쓰는 사람...즉 'I'입니다.
제 2 문장: I will use this check another place.
(아마 이 문장에서 ‘크크크, 이거 내가 하는 영어인데’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ㅎㅎ)
그래도 일제시대 문법이든 뭐든 나름 오랫동안 문법을 해왔기에, 뭔가 이것만으로도 찝찝하다는 걸 압니다. 뭐가 이상할까요?
Another place가 아무래도 켕깁니다. 사전찾고, 물어보고 해서…그냥 ‘something else’라고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문장을 다시 만듭니다.
I will use this check for something else.
이렇게 문장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완벽합니다.
그런데 이거보다 더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This check is for something else.
엄청 간단하죠?
그런데 이게 왜 안나올까요? 왜 위의 저 이상한 단계들을 꼭 거쳐야 하고, 그마저 맞는 말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걸까요?
바로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바로 그것!
동작 서술어에 집착해서 오로지 ‘동작’ 동사만 찾아헤매기 때문입니다.
쓸 것이다==============use
‘use’라는 동작 동사를 과감히 버리고 ‘상태’로 이해하면 간단한 문장이 바로 나옵니다.
5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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