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글/댓글 기다렸을 분들께 다시금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올해 초에 있었던 AFCC (Association of Family and Conciliation Courts) 연례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양육권 판결 트렌드에 대해 말씀 드릴까 합니다. 십여년 전에 이혼을 하신 분들은 기억을 하시겠지만 2010년 초반에만 해도 이혼 할 때 한 쪽 부모는 일을 하고 있고 다른 쪽 부모는 전업이었을 경우 통상적으로 전업이었던 부모에게 주양육권을 주고 일을 하는 부모에게는 격주로 주말 (금요일에서 일요일 내지는 월요일까지)에 오버나잇 (가서 데리고 자는 거) 을 하게 해주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지 않는 주에는 주중에 한번쯤 짧게 저녁식사를 하게 (보통 수요일 방과후 픽업해서 저녁 먹이고 좀 놀아주고 7-8시까지 집에 데려다 주는 스케줄로) 해주곤 했었는데요. 지난 몇년 사이에 이게 점점 50:50의 스케쥴로 바뀌어지고 있었습니다.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느라 아이의 육아에 많이 동참을 못했던 부모라고 하더라도 기회를 주자는 주의로 바뀌어갔고, 아이를 전혀 돌볼 수 없는 큰 결점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아이를 50% 가까이 보기를 원하고, 어떤 식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들고나올 경우 기회를 줘보는 쪽으로 가는 추세인데요. 

AFCC는 판사들, 심리학자들, 변호사들이 속해있는 집단인데 어떤 사건이건 아이들에게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다른 가정법 커뮤니티 사람들을 인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패널이 과연 양측 부모와 똑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최선일까에 대해 문제점 제기를 했습니다. ONE SIZE FITS ALL 처럼 각 가정마다, 또 각 아이마다 필요로 하는 바가 다른데 으른들의 "권리" 따지면서 남들이랑 똑같이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살게 해 아이들의 삶이 마구 흔들려도 되냐는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부모의 권리" 운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불편한데요. 양육권 분쟁에서 왜 자신도 똑같이 부모이니 50%를 데려갈 권리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건지. 이게 무슨 솔로몬의 지혜에 나올 사건도 아니고.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사는 것이 가장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 의견을 내놓아야지 어떻게 자기의 권리가 50%라는 얘기를 합니까.. 

아무튼..

그 패널에서 언급된 여러가지 사건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사건은 Pierce라는 9살 먹은 아동의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살인자는 Pierce의 아버지였고요. 이미 이혼이 끝났었고 합의로 아이의 양육권은 부모가 50:50으로 갖기로 한 사건이었고, 이혼 이후에 Pierce가 의료치료를 받는 데 있어서 아빠가 사사건건 훼방을 놓아 엄마가 적어도 의료치료 관련 결정권은 엄마에게 달라고 법원에 심리신청을 들어가 있던 상황이었고요. 이혼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사에게 Pierce의 엄마가 의뢰를 해왔고, 새 변호사가 사건파일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애아빠가 가정폭력범일 거라는 의심이 가는 정황들이 너무 많아 엄마에게 왜 50:50으로 양육권을 나눠갖는 것에 동의를 했냐 물으니 이혼사건을 맡았던 변호사가 어차피 요즘은 다 50:50을 주는 추세이니 괜히 이것저것 토 달고 반대했다가 판사에게 밉보여서 50%도 못 가져갈 수 있다고 겁을 줘서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 다시 양육권 판결을 받자고 CHILD CUSTODY EVALUATION (양육권 감정)을 신청해두고 잡혀 있던 심리공판을 연기한 상황에서 아이가 아빠네 집에 가있던 2019년 1월, 아빠가 아이 심장을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 어처구니 없고 너무도 슬픈 사건이었습니다. (Pierce's Pledge로 구글해 보시면 나오는데요. 변호사가 이혼사건을 맡을 때 본인의 의뢰인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밝히게 하고, 소지한 사람일 경우 이혼사건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총기를 안전한 곳에 위탁하도록 요구하기로 서약을 하는 운동입니다)

폭력적인 남편을 상대로 아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혼을 하실 때, 그래도 아이들 아빠이니 애들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건 막아보려고 접근금지명령 신청도 안 들어가시고, 나는 때려도 아이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아빠라는 궤변으로 자신을 속여가며 그냥 "합의"로, 남편이 원하는대로 다 들어주고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분들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집안에서는 한없이 폭력적인 사람이지만 밖에 나가면 너무나 다정하고 멀쩡한 남편/아빠 코스프레를 하는 배우자를 둔 분들은 과연 내 말만 듣고 법원에서 접근금지명령을 내려줄까 불안해 하기도 하시고요. 어차피 아이들 때문에라도 평생 얼굴 안 보고 살 수가 없을텐데 괜히 성질만 더 건드려 놔서 후폭풍이 감당이 안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 현실적이고 납득이 가는 우려 사항들이죠.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람을 상대로 "좋게 좋게"는 없다는 거 꼭 직시하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상대가 달변이고 사기꾼이어도 그런 거 신빙성 가려내라고 판사한테 월급 주는 것이고요 (엄청 많이 주는 건 아니지만 ^^). 우리 법률체계가 댁의 집에 있는 폭군 하나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못 믿는다면 체계를 한번 믿어 보시고, 아이를 데리고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쉘터 정보 미리 챙겨서 갖고 계시다가 결심 내리셨을 때 경찰 부르고 쉘터에 보내달라고 하세요. 

접근금지명령 신청의 일환으로 양육권이 다뤄질 경우, 상대가 가정폭력을 행사했다는 판결이 나올 시 자동으로 공동양육권이 아이에게 이롭지 않다는 법리적 추론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일반 이혼사건 내에서 내가 애를 전담해서 키웠으니 아이 주양육권을 내게 달라고 요청하시는 것보다 접근금지명령을 받으시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양육권 판결에서 주양육권, 특히 legal custody (법적 양육권)을 받으시는 것이 훨씬 승소가능성이 높다는 것 염두에 두셨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