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공부 안 하면 어른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이지요.

너 좋으라고 공부 하라 하지, 공부해서 남 주겠냐고.

공부해서 남 안 주더군요.

보통 아내가 결혼생활 중 공부를 해서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게 됐을 때 헌신짝 내버리듯 아이 포함 가정을 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해요. 대신 그 반대의 경우는 종종 있지요.

예로, 학부를 갓 졸업한 젊은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합니다.

남편은 의대로 진학을 하고 근 10년을 학교, residency등을 하며 밥벌이는 못 하지요.

아내는 아이들 건사하랴 집안일 돌보랴 정신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입원이 없는 관계로 직장에 나가서 돈까지 벌어오며, 굳세어라 금순이처럼 살아갑니다. 아내가 번 생활비로 생활을 하고 남편의 학비는 융자를 합니다. 언제 끝날까 싶었던 길고 긴 공부가 끝나고 아내는 이제야 허리 좀 펴고 살겠다 합니다. 옛어른들이 고진감래라 하셨으니 미친척 하고 믿었건만...

단물 빠지면 뱉어버리는 넘을 잘못 만나 똥빠지게 부양하고 있었던 것..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유분수지. 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은 나몰라라 하는 남편.. 새로 취직한 병원의 간호사와 눈이 맞은 겝니다. 사랑이 식었답니다. 그래서 이혼을 요구 합니다.

캘리포니아와 같이 no fault state에서는 별다른 사유 없이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내는 하늘이 두 쪽 나는 거 같습니다. 꼭 남편 의사 되면 그 덕 보자고 이제껏 고생을 한 건 아니지만, 이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

재산분할이요? 나눌 게 없습니다. 이제껏 쌓인 건 빚 뿐입니다. 다행히 남편의 학비에 관한 빚은 (접때도 말씀 드렸지만) 결혼기간 중에 진 거라도 남편 개인의 빚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공부를 하느라 밥벌이를 못 하는 기간동안 야금야금 늘어만 간 생활비에 관한 빚은 반땡을 하게 됩니다. ㅠ.ㅠ

또, 너무나도 억울하게, 남편의 학위는 monetary value가 없답니다. 그게 법이랍니다. 그래서 학위에 가치를 붙여서 나눌 수가 없답니다. 청춘은 다 흘러가고, 피곤에 쩔은 아이들 엄마는 멍든 가슴만 훈장처럼 남습니다..

물론 양육비와 배우자 부양비는 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배우자 부양비는 워낙 법원의 discretion이 큰지라 얼마나 어느정도 기간동안 받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고, 만약 이 의사가 자기 개인병원을 열어서 탈세를 위해 적게 세금보고를 올린다면, 그만큼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support도 아주 애매하게 됩니다.

공부해서 남 안 줍니다. 덕 보는 것도 공부한 사람, 빚 가져가는 것도 공부한 사람. 이혼 시엔 이 모든 걸 다 본인만 갖게 되는 거지요.

이런 일이 안 일어나야 겠지만, 굳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하도록 준비를 하자면.. =.=

생활비까지 다 loan으로 받으시면, 생활비에 대한 빚의 반은 남편이 지게 되겠지요.

또 다른 방법은, 본인이 번 돈으로 남편의 학비를 대는 겁니다. 생활비는 loan을 해서 쓰고요. 이렇게 되면 community asset으로 (누가 벌었건 부부가 버는 인컴은 community property니까요 - community property state의 경우) 개인빚 (학비)을 충당한 걸로 돼서 이혼할 시에 돈을 댄 사람에게 reimbursement right이 생깁니다 (전액을 갚는 건 아니고요, 반액이 되겠지요 돈을 대 준 아내의 월급의 반은 남편 것이니까요, community property인 관계로).

어찌 생각하면 돈을 벌어 생활비를 충당하나, 학비를 대나, 그 돈이 그 돈 같으시겠지만, 법적인 의미는 완전히 틀리답니다. 가족 부양의 의무는 부부가 똑같이 지는 거니까요. 수십년 돈 벌어서 남편 써포트 했어도 (생활비) 거기에 대한 reimbursement right 자체가 없는 거지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거든요. ㅠ.ㅠ 대신 학비를 댔다면 완전히 반대의 의미를 갖는 거지요.

지난번에 community property를 설명할 때 예로 들었던 결혼식 때 선물로 받은 집의 성격의 문제처럼, 결과는 같을 지라도 경위와 intent에 따라 법적인 성격이 달라 지는 거거든요. 에구.. 넘 복잡해 진 거 같네요.

아무튼, 학위에는 금전적인 valuation이 안 되고요. 학비론은 개인빚. 그것만 기억해 두셔도 좋을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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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쓴 후 뉴욕주는 학위에 가치를 매겨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뉴욕주 미씨님들께 희소식"이란 칼럼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