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고려하기 전까지 법이건 변호사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끼고 사셨던 분들은 이혼을 위해서 변호사를 만나봐야 한다는 거 자체가 막막하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지실 듯 합니다. 특히 경제권 없이 집안일만 돌보셨던 분들은 변호사를 고용한다는 걸 엄두도 못 내실 껍니다.

제가 지지난번 글에 올려드린 것처럼 referral services를 통해서 변호사를 만나시면 35, 40불이면 한 시간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한 시간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으신 분들이 계실 듯 합니다. 어차피 상담을 다녀와도 변호사를 고용할 경제력이 안 되는데, 상담은 받아 뭐하나 싶으시지요.

보통 경제권을 가지고 사람 피를 말리는 남편들에게 오랫동안 세뇌를 당하다 보면, 나는 애만 키워서 사회에서 혼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고, 아이도 혼자 못 키울 꺼 같고 (너는 경제력이 없어 애도 못 키우니 내가 데려가겠다고 하는 나쁜넘들이 많아서..), 변호사 고용하는 건 완전 다른 세상 얘기같이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에서는 경제력이 없는 배우자도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경제력 있는 배우자에게 상대방의 변호사비용을 내도록 판사가 지시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비용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내도록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두 개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하나는 필요에 의해서 이고요 (need-based), 또 하나는 처벌 (as sanction)을 위해서 입니다.

1. Need-based:

The court is empowered to order the payment of fees and costs as between the parties, based on their "relatie circumstances" in order to ensure a parity of legal representation in the action.

법원에서는 변호사비 및 수수료 등을 필요 조건에 따라, 양쪽이 공평하게 법적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쪽에서 지불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꼭 내 수중에 한 푼도 없고 저 쪽은 돈이 있고 할 경우에만 이 필요에 의한 변호사비 전가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배우자 써포트와 비슷한 원리로, 더 버는 사람이 덜 버는 사람의 변호사비를 대주도록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에 올라왔던 케이스 에서는  남편은 사업을 했고 아내는 변호사 였습니다. 이혼 후 경기가 안 좋아지자 수입이 줄어든 전남편이 배우자 써포트와 양육비에 대한 조정 신청을 했습니다. 변호사인  전아내는 본인도 연봉이 7만불에 가까왔고 매달 배우자 써포트와 양육비로 만불 이상을 전남편에게서 받고 있는 상황 이었는데요.  법원에서는 전아내의 변호사 비용을 전남편이 내도록 판결을 내려 주었습니다. 아내가 가난한 게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조건과 상황들을 고려하여 돈이 더 많은 쪽 배우자에게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을 대신 내주도록 하는 건 가정 법원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2. As Sanction

"On the extent to which the conduct of each party or attorney furthers or frustrates the policy of the law to promote settlement of litigation and, where possible, to reduce the cost of litigation by encouraging coopertion between the parties and attorneys." (가정법 271조 a항)

이건 상대방이 일부러 합의를 피하고 케이스를 질질 끄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때 처벌의 의미로 이 쪽 변호사비용 등을 지불하도록 지시하는 건데요.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를 zealously represent할 의무를 집니다 (한글로는 열심히 대변한다고 나오는데,어감이 좀 웃기네요 ^^). 만약 상대방의 변호사가 내 쪽의 변호사에게 연락도 안 하고 요구한 서류도 내놓지 않고 하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를 계속 취한다거나, 상대방이 변호사 없이 당사자가 그런 자세를 취한다면, 우리 쪽에서는 "필요"와는 관계 없이 독립적이 근거로써 변호사비용을 대신 내도록 "처벌"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보통 케이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1번에만 해당이 되시겠고요. 이혼 소송/신청을 넣으신 후에는 2번에도 해당이 되실 수 있겠지요.  

돈이 없다고 변호사를 만나볼 엄두도 못 내시는 분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한 번 적어 봤습니다. 그럼, 도움 되셨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