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혼자서 이혼하는 절차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서요. 지난 10년 가까이 칼럼에 글 올리면서 여러차례 혼자 접수하는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드린 적은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드린 적은 없는 거 같아서 새로 정리해 올려드리기로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이혼 신청을 하시려면 우선 거주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6개월, 해당 카운티에서 3개월. 이 거주요건은 당사자 둘 중 하나만 맞으면 되고요 (나는 한국에 살고 상대방은 캘리포니아에 살아도 캘리포니아 법원에 이혼 신청서 접수가 가능하다는 말씀 - 거주요건은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꼭 잘 알아보셔야 합니다. 얼마전에 하와이에 상대편이 살고 캘리포니아에 사시는 분이 이혼을 하와이에서 해야해서 (캘리포니아는 상대방에 관한 관할권이 없는 관계로) 알아봐 드리다가 하와이는 이혼 신청자가 하와이 거주자여야 한다는 걸 배웠거든요. 미국내라고 가정법이 비슷비슷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 거주지의 해당 법을 잘 알아보시고 절차 진행하셔야 합니다.)

거주요건이 충족된 분들은 그 다음에 어느 법원에 이혼서류를 접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 카운티마다 다른 룰을 적용하기 때문에 카운티 법원 웹싸이트에 들어가셔서 본인은 어느 법원에 가서 신청을 해야하는지 확인을 하셔야 하는데요. 엘에이 카운티의 경우 자신이 사는 관할법원에 접수를 하던지, 엘에이 센트럴 (다운타운에 있는 Stanley Mosk Courthouse)에 접수를 할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패사디나 사는 분들은 패사디나 고등법원에 이혼서류를 접수하시거나 다운타운 엘에이 센트럴 법원에 접수를 하실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지역법원들은 가정법원이 없거나 최근에 구조조정으로 없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디에 가서 접수를 해야 하는지 카운티 법원 웹싸이트 들어가시거나 인근 법원 가셔서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법원을 선택해 사건접수를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엘에이 카운티 사건은 거의 예외없이 엘에이 센트럴에 접수합니다. 워낙 가장 크기도 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판사들이 가장 많습니다. 가정법원에는 판사임용 되자마자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들어가기 전 그저 잠시 거쳐가는 단기체류? 판사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가정법을 잘 모를 뿐더러 열심히 배우고 싶어하지도 않죠. 어차피 곧 다른 곳으로 옮길 테니까. 엘에이 센트럴은 수퍼바이징 판사가 30년 이상 가정법 전문 변호사로 (가정법 전문 변호사 시험 첫회 패스하신 분) 일을 하다가 근 20년째 가정법 판사를 하고있는 분이라 (이 분 관련해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합니다만) 초짜 판사들 교육을 엄청 빡시게 시킵니다. 그리고 판사가 십수명이 되니 초짜에 베테랑 사수를 하나씩 붙여줘서 수시로 도움주게 하고 견학도 시키고요. 초짜 판사들에게는 베테랑 서기를 붙여줘서 절차상으로 헛짓거리 못하게 돕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일들은 변두리 법원이나 작은 법원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혜택이라서요.. ㅠ.ㅠ 그리고 예전에 판사 바꿔치기 모션에 대해 글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패사디나를 예를 들면 가정법 판사가 2명 밖에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맘에 안 들면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가는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따라서 작은 법원에 사건접수를 하시려면 사전에 꼭, 무조건, 기필코, 그 법원에 근무하는 가정법원 판사들이 몇년차인지, 평판이 어떤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셔야 합니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이 잘 받달돼서 구글만 해봐도 판사들 평판이 꽤 뜹니다. 그리고 판사가 공판이나 재판을 하고 있을 때 들어가서 참관을 몇 번 해보세요. 보통 법원은 8:30에 첵인하고 시작을 하는데 그 후에 가셔도 문이 잠겨있지 않는한 그냥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시끄럽지만 않게 하시고 전화는 무조건 묵음으로 돌려 놓으시고요. 같은 판사 법원에 두세번만 들어가 앉아있어도 그 사람의 성향파악은 가능합니다. 판사들 성향을 대신 파악해서 조언해줄 변호사를 선임한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은 발로 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무섭고 어색하고 불편해도 청강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들어가 보세요. 그래서 우리 관할 법원 판사 둘이 (패사디나처럼 작은 법원일 경우) 괜찮다~ 싶으면 거기다 접수하셔도 되는 거. 그런데 또 염두에 두셔야 하는 사항은 판사가 자주 바뀌기도 한다는 거. 위에서 언급했듯 엘에이 센트럴에는 가정법에 척을 두고 오래오래 가정법만 하는 판사들이 여럿입니다. 요즘은 수퍼바이징 판사가 이런 분들 여럿을 엘에이 카운티 다른 도시 법원으로 퍼쳐내보내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좋은 판사에게 사건이 시작됐다가 완전 초짜 꼴통이 후임으로 들어와 사건을 말아먹을 수도 있으니 지금 있는 판사가 얼마나 오래된 사람인지 (아주 오래 됐을수록 안 나갈 가능성이 높은 걸로)도 알아 보시고요.

어디에 접수를 할지 결정을 하셨다면 (내 vs 갸 해당 도시 또는 센트럴 디스트릭 법원) 돈을 준비해 주세요.

언제 또 올릴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캘리포니아주 가정법 사건 접수비는 $435 입니다. (카운티마다 이상한 관세?를 걷는 것들이 있으니 참고 하시고요. 적어도 남가주에는 추가 접수비 없습니다.) 카운티마다 체크에 쓰는 내용이 다르니 이것도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웬만하면 접수창에 다 준비해서 가시면서 체크에 pay to the order of만 공란으로 가셨다가 접수 받아주는 사람에게 뭐라고 적어야 하냐고 물어보시고 적으시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엘에이 카운티는 Los Angeles Superior Court라고 적는데 오렌지 카운티는 Clerk of the Court 인가 뭔가, 다르게 들어갑니다 (죄송.. 접수비 체크는 직원이 내용을 기입해줘서 저도 가물가물)

그리고 함께 접수창에 가지고 가셔야 하는 기본적인 서류들은, 법원양식 FL-100 (Petition), FL-110 (Summons), FL-105 (UCCJEA - Declaration Under Uniform Child Custody Jurisdiction and Enforcement Act: 아이가 있는 경우에만 접수) 입니다. 이외에도 엘에이 카운티의 경우 FM-020, Family Law Case Coversheet이란 걸 함께 접수해야 하고,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L-1120, Family Law Notice re Related Case라는 걸 함께 접수하셔야 합니다. 자신의 관할법원에서 요구하는 기본접수 서류들이 뭐가 있는지 꼭 확인 후 접수창에 줄 서시길. (접수창 줄이 워낙 길어서요.. ㅠ.ㅠ)

접수창에 가시기 전에 꼭 하셔야 할 일: 사본을 2개 뜨세요. 원본은 접수비와 함께 접수창구에서 가져갈 것이고, 사본 2개를 가져가셔야 내 기록용 한 개, 상대편 송달용 한 개, 두 개의 사본에 접수도장을 받아오실 수 있습니다.

접수가 무사히 끝나셨다면 60 일 안에 해야할 일이 두가지가 생깁니다. (이것도 법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현재로써는 60일 기한이 있습니다.) 상대편에게 접수도장 찍힌 사본을 송달하는 것과 제가 누차 강조한 이혼의 필수절차인 재정서류 공개, 즉 Preliminary Declaration of Disclosure입니다. 이혼서류 접수일부터 60일안에 이 두 가지 일들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접수 이전에 준비를 어느정도 해두시는 것이 맞습니다. 접수 이후에 허둥지둥 재정서류 찾느라 시간 넘기지 마시고요. 소장 송달은 무조건 제3자를 써서 직접송달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 큰 애들 있다고 애들한테 시키지는 마시고요. 우송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아무리 사이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해도 우편으로 소장 받아보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우편으로 보내. 바로 acknowledgment of receipt 서명해서 돌려보내주마” 했던 분들 중 정작 변심하셔서 시간만 더 잡아먹고 따블로 돈 들어가게 하는 분들이 부지기수 입니다. 정리하는 절차는 무조건 깔끔한 방법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아이고.. 쓰다보니 엄청 길어지네요. 여기까지가 혼자 진행하는 이혼 1탄입니다.
글 읽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분들은 댓글로 질문 달아 주시고요.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공지글에 올려져있듯 칼럼에 올려진 글들 읽어보시고 주제에 맞는 글에 질문 달아 놓으시면 제가 그 글에 가서 답글 달아 드립니다. 가장 최근 글에 아무 내용이나 물어보는 건 놀이동산 2시간 기다리는 줄에 얌생이처럼 새치기 하시는 격. 오래전 글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니 꼭 다른 글들 중 본인 질문과 맞는 주제의 글에 질문을 올려주시길 다시금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세금보고 때맞춰 잘 하셨길 (저는 아직입니다). 또 곧 돌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