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러차례에 걸쳐서 캘리포니아에서 이혼을 하시려면 약식이혼을 제외하곤 재판으로 가나 합의이혼으로 가나 스텝 1 & 2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을 드렸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소송으로 가지 않고 합의 이혼으로 가고 싶다"고 합의이혼 절차에 대해 설명듣기 원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그래서 한국과 캘리포니아의 협의이혼 관련 법과 절차상의 다른점을 비교,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한국에서 중학교 겨우 졸업한 사람이라 사시를 패스했다거나 몇년 전에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거쳐 한국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일리는 만무한데요. 제가 그나마 한국의 가사법에 대해 아는 이유는 워낙 제가 한국과 가까운 엘에이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한국어에 능통한 변호사 협회 인증 가정법 전문 변호사가 미국내 두 명 뿐인데 그 중 하나인지라 한국에 걸쳐진 사건들을 자주 접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제게 상담받는 손님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지라 지속적으로 한국 법령과 대법원 판례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왔기도 하고, 타인종 가정법 변호사들 사이에서 "한국인 가정법 전문 변호사"로 소문이 나서 자꾸 그들이 저에게 한국 가정법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사례가 잦아 팔자에 없는 한국 가사법 공부까지 겸하지 않고는 그들의 궁금증에 답변을 해줄 수 없어서입죠. 덕분에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 로스엔젤레스 변호사 협회 등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초빙이돼 캘리포니아 가정법과 한국 가사법의 다른점을 비교 설명하는 기회도 여러차례 있었고요. (혹 한국 떠난지가 언젠데 뭘 안다고 한국 가사법에 대해 글을 올리나 싶은 분들을 위해 장황한 설명?을 올려 봅니다.)

우선 한국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개가 있지요. 협의이혼을 하거나 소송이혼을 하거나. 

많은 분들이 캘리포니아에서 하는 합의이혼도 서류 들어가는 처음부터 소송이혼과는 절차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한국의 시스템을 좀 알고 계셔서 그런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는 귀책사유를 따져서 소송을 들어가시는 게 아닌 이상 (그것도 유책배우자는 이혼소송을 걸고 넘어질 자격이 없는 것으로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있었죠. 따라서 바람핀 놈 (성별 구분 없이 3인칭), 술/마약 등에 쩔어 배우자로써 구실을 제대로 못한 놈 등, 귀책사유를 제공한 사람은 이혼소송을 걸 자격이 없는 것. 따라서 한국에서는 쌍방이 오케이 해서 협의이혼 절차를 밟는 게 아닌 이상 이혼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은 무책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해야 이혼이 성립될 수 있다는 거. 이건 뭐 한국에 이혼 관련 민법이 들어선 1958년부터 변함이 없었고요.

현행법상 협의이혼의 절차는 쌍방이 가정법원에 가서 협의이혼 의사 확인 신청서 라는 걸 제출한 후, 이혼관련 안내 책자를 받고  DVD도 봐야 하고요. 미성년자녀가 없을 경우 1개월, 자녀가 있을 경우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법원에 다시 두분이 다 출두 하셔서 가정법원 판사 앞에서 협의이혼 의사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확인서에 판사 도장을 꽝 받으면 그로부터 90일 안에 해당 동사무소/시청/구청에 가셔서 (2008년 1월 1일부터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75조 및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규칙 79조에 따라 ㅡ 그 전에는 호적법 제 79조의 2에에 따라) 이 이혼 의사 확인서와 함께 이혼 신고서를 접수 하셔야 비로써 협의이혼이 완료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86므86에도 명시돼있듯 법원에서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해 주는 절차는 어디까지나 확인 절차에 그칠 뿐이고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해당 관청에 이혼신고서를 접수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협의이혼 의사 확인서는 법적 효력을 갖지 않을 뿐더러 90일 후에는 확인서로써의 효력도 상실하기 때문에 무조건,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신청서와 이혼 의사 확인서의 등록은 필수 절차입니다. 

가끔씩 한국서 이혼한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재혼하려고 보니, 혹은 이미 재혼을 한 후 알게 됐는데, 한국에서 호적/가족관계등록이 정리가 안 돼 있었더라 하는 분들을 뵙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협의이혼 절차가 판사 앞에서 협의이혼 의사 확인서에 도장을 받으면 끝나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계셔서 그 이후에 전혀 신경을 안 쓰고 계시다가 큰 코 다친 사례 들인데요... 캘리포니아에서 이주공사 같은 데 가셔서 이혼접수 해놓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본인은 이혼이 끝난 것으로 오해하시고 중혼을 하시는 분들과 (생각보다 흔해서 당혹스럽다는..)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 하는데요. 심지어 한국 법원에서 협의이혼 의사 확인을 받을 경우 판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며 꼭 기필코 무슨일이 있어도 이혼을 하려고 한다면 해당 관청에 가셔서 이혼신고서를 접수해야 한다고 설명을 해준다는 거. 그리고 협의이혼 의사 확인서에도 이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거. 그런데도 왜 5년 10년 15년 후에 굳이 제게 오셔서 왜!!! 내가 아직도 이혼이 안 됐냐고 물으신다면... 엄... 제가 뭐라 드릴 답변이 딱히 없다는. 

한국에서 협의이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협의이혼시 변호사를 끼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의 Conciliation courts 개념이라고 이해가 되는데요. 변호사가 끼지 상태에서 쌍방이 원하는 결과를 잘 조율해 주기위해 법원이 중재 역할을 맡는 정도? 따라서 협의이혼은 이미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이혼의 성립이라는 결과를 원하고 있고 싸울 의지나 이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가정법원은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해주는 중개상인? 정도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 입장에 대해 하소연 하시려면 소송이혼으로 가셔야 하는 것이고요.)

이와 완전 다르게 캘리포니아에서는 약식이혼을 제외하고는 이혼의 절차가 합의로 끝날 이혼이건 재판으로 갈 데까지 가보는 사건이건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거 (적어도 중간 지점 까지는). 여러차례 말씀드렸듯 이혼은 크게 3 단계로 나뉘게 되는데요. 1차적으로 이혼신청서를 접수하고 (송달 받는 입장에서는 Response를 접수하고), 그 후에 재정서류들을 공개/공유하고 (일방이혼일 경우 이혼신청을 한 사람만 공개), 그 후에 협상을 통한 합의이혼 판결문을 제출을 하거나 (모든 것이 합의로 진행될 경우 캘리포니아에서는 법원구경을 갈 이유가 일도 없다는) 합의가 불가한 경우 재판으로 이혼판결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소송 안 하고 합의를 할 것이라고 목청 높여 강조하실 필요가 없다는 거. 어차피 2단계까지 남들과 똑같이 가게 되고요. 2단계까지 가봐야 이 사건이 진정 합의로 마무리 가능한 사건인지 재판을 피할 수 없는 사건인지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글에 이혼신청 서류에 대응하는 입장의 사람은 뭘 해야 하는지 묻는 분이 계셔서 다음 글은 혼자서도 잘 하는 이혼 2탄으로 Respondent 는 뭘 언제 접수하셔야 하는지 설명 드리려 합니다. 그럼, 협의/합의 이혼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 하셨길 바라며 (아.. 재외국민은 영사관을 통해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 받거나 아예 영사관을 통해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실 수 있는데, 이건 다음번에..).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알러지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