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년 새롭게 만나뵙는 의뢰인들이 (수임을 하시건 안 하시건) 100명 가까이 되는데요. 그 중 과반수가 왜 캘리포니아에서는 잘못한 ㄴ이 아무런 법적 책임이나 벌을 받지 않느냐며 무척 분해 하십니다. 하여 현행법에서도 배우자의 자잘못이 금전적인 책임을 물게 하는 분야/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캘리포니아가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는 No-fault Divorce를 도입한 건 1969년 개정을 통해서 였었습니다. 1969년까지는 가정법이 따로 있지 않았고 민사법조항의 일부로 있을 뿐이었는데 1969년의 개정안을 통해 가정법이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지요. 1970년 1월 1일부터 가정법은 민사법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법안이 되었고 1969년까지 이혼의 근거로 귀책사유를 따지던 것도 no-fault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근 50년 전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부부 중 한 사람이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irreconcilable differences) 있어 이혼을 원할 경우 일방적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게 되었죠.

캘리포니아 가정법 2335조를 보면 서면으로나 직접증언이로나 이혼이나 법적별거의 사건에 있어 특정 부당행위에 대한 증거제시는 합당치 않으며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룰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죠. 배우자의 자잘못이 더 이상 이혼의 근거인 귀책사유로 쓰이지는 않지만 그 잘못의 성격이나 경우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기도 한데요. 배우자 부양비는 원칙적으로 잘못이 있고없고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예외 조항들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가정법 4324조:  

In addition to any other remedy authorized by law, when a spouse is convicted of attempting to murder the other spouse, as punishable pursuant to subdivision (a) of Section 664 of the Penal Code , or of soliciting the murder of the other spouse, as punishable pursuant to subdivision (b) of Section 653f of the Penal Code , the injured spouse shall be entitled to a prohibition of any temporary or permanent award for spousal support or medical, life, or other insurance benefits or payments from the injured spouse to the other spouse.

As used in this section, “injured spouse” means the spouse who has been the subject of the attempted murder or the solicitation of murder for which the other spouse was convicted, whether or not actual physical injury occurred.

요는, 배우자가 나를 죽이려 했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나를 죽일 모의를 한 것이 형사법원에서 유죄로 입증됐을 경우 나를 죽이려고 했던 ㄴ에게 임시로나 영구적으로나 배우자 부양비나 건강, 생명, 또는 다른 보험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됨.

캘리포니아 가정법 4324.5조:

요는, 형사법원에서 배우자를 상대로 폭력적인 강간 (중범죄)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ㄴ은 피해 배우자가 유죄선고일로부터 5년 안에 이혼서류를 접수할 경우 배우자 부양비를 줄 필요도 없고 ㄴ을 위해 피해 배우자가 변호사 비용을 대줄 필요도 없고 별거기일은 범죄가 일어난 날로 피해자가 결정할 수 있고 피해배우자의 은퇴연금은 100% 피해배우자가 가져감.

캘리포니아 가정법 4325조:

(a) In any proceeding for dissolution of marriage where there is a criminal conviction for an act of domestic violence perpetrated by one spouse against the other spouse entered by the court within five years prior to the filing of the dissolution proceeding, or at any time thereafter, there shall be a rebuttable presumption affecting the burden of proof that any award of temporary or permanent spousal support to the abusive spouse otherwise awardable pursuant to the standards of this part should not be made.

(b) The court may consider documented evidence of a convicted spouse’s history as a victim of domestic violence, as defined in Section 6211, perpetrated by the other spouse, or any other factors the court deems just and equitable, as conditions for rebutting this presumption.

(c) The rebuttable presumption created in this section may be rebutted by a 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요는, 이혼서류 넣기 5년 안쪽으로나 이혼서류 넣은 이후에 가정폭력으로 형사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ㄴ에게는 배우자 부양비를 안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추정이 생김. (요즘은 가정법원에서 접근금지명령 신청 재판을 통해 가정폭력이 입증되었을 경우에도 (형사법원 판결이 아니더라도) 같은 룰을 적용)

가정법원에서 위의 법조항들이 해석 및 적용된 것은 2013년 항소심 판결인 Marriage of Priem 사건인데요. 이 사건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지속적인 폭행을 일삼는 바람에 19번의 경찰 리포트와 다섯번의 체포, 세 건의 형사처분, 세 번의 형사 접근금지 명령, 한 개의 민사 접근금지 명령 및 세 개의 집행유예가 있었고 이를 근거로 남편이 양육비는 가이드라인대로 주겠으나 배우자 부양비는 끊어 달라고 요청을 했고 고등법원에서 이에 남편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었습니다. 

Published opinion에는 아내의 만행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지만 이 여자분은 남편을 쫓아 여러개주를 옮겨다니며 남편의 집을 break in하고 다 때려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이미 두 개의 주에서 발행된 접근금지 명령이 있는 상황에서도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짓들을 하고 다녔다고 하고요 (세미나에서 들은 얘기). 오죽하면 사건 초반에 2살, 9살짜리 아이들의 법적, 물리적 임시 양육권도 단독으로 (sole legal & physical custody) 출장도 잦고 바쁜 아부지에게 줘야했던 흔치 않은 사건. 고등법원에서 양육비로 월 $14,602를 명령 내리며 (써포트 판결이 나올 당시에는 아이들을 거의 50:50으로 보고 있던 상황. 양육비는 아빠가 엄마에게 주도록 명령 떨어진 것이고요)  배우자 부양비는 안 줘도 된다고 하니 아내가 항소한 사건인데요. 항소법원의 판결의 요는 위에 나열된 가정법 조항들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그를 향한 학대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도록 강요될 수는 없다는 입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것. 2013년 이후로는 이 항소심 사건을 근거로 형사처분이 아닌 가정법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가해자를 상대로 배우자 부양비를 안 주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폭력이 아니더라도 나쁜의도가 가정법원에서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부양비를 받아야 하는 배우자가 의도적으로 일을 안 하는지, 또는 수입을 창출하던 재산을 잘못 관리했는지 등의 의도는 부양비가 지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할지에 대해 결정함에 있어서 "필요"가 있고 없고 여부를 검토할 때 법정에서 증거를 받아들일 수 있고,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하는 move-away 사건에서 이사의 목적이 다른 부모의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을 방해하기 위한 것인지의 증거도 채택합니다. 재산분할에 있어서도 혼인기간 중에 증식된 재산은 반반씩 나누는 기본 룰의 예외로 만약 배우자가 어떤 투자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는데 다른 배우자가 그걸 무시하고 큰 돈을 넣었다가 돈을 다 날려먹었다면 이혼시 재산분할에서 이 날아간 투자금에 대한 책임을 돈을 날려먹은 배우자에게 100% 지게 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워낙 가정법은 각 사건의 팩트와 상황에 따라, 또 그 카운티의 분위기와 담당 판사의 성향에 따라 아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서는 어떤 결과가 최선/최악인지 꼭 인근 가정법 전문 변호사를 만나 상담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조금이나마 이해에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