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재산권을 두고 가장 중요한 이슈는 명의에 누가 올려져 있는가 입니다.

이는 캘리포니아 증거법 662에 의거해 재산에 대해 합벅적인 명의를 가지고 있는 주인이 혜택 전체를 누릴 명목을 갖는다는 추론이 존재하고, 이 추론은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를 통해서만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반증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Evidence Code 662. The owner of the legal title to property is presumed to be the owner of the full beneficial title. This presumption may be rebutted only by clear and convincing proof.)  

민사상에 있어서 십중팔구 입증의 기준은 preponderance of evidence이고  (more likely than not 정도의 증거를 뜻함) 형사상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죄를 증명하는 입증의 기준은 beyond reasonable doubt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한치의 의심 없이 저 놈이 그 놈이다라고 설득이 될만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고요. 

이 두 개의 입증 기준 중간에 있는 것이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인데요.  이 기준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만큼 명확한 증거"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자,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듯 캘리포니아는 community property state으로, 혼인기간 중에 증식된 재산은 공동재산이라는 추론이 자동으로 생깁니다.  따라서 어제 결혼을 하고 오늘 집을 사더라도, 명의 불문하고 이 집은 혼인기간중에 증식된 공동재산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rebuttable presumption,"즉 반론/반증이 가능한 추론입니다.  예를들어 어제 결혼을 하고 어제 하루는 하루종일 결혼식 참석하느라 일을 안 했으니 당연히 벌어들인 공동재산이 될만한 수입이 없는 것인데 오늘 집을 사는데 다운페이먼트를 냈다면 이는 한쪽, 또는 양쪽에서 혼인 이전에 증식해둔 개인재산을 부었다는 주장을 가능하게 하고, 적어도 집 가치의 일부는 공동재산이 아닌 개인재산이라는 반증이 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입증의 의무를 지느냐 입니다.  입증의 의무를 지는 사람은 개인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쉽게 반증이 가능하다고 해서 아무런 증거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고, 혼인기간중에 증식된 재산의 전체가 혹은 일부분이 개인재산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주장을 하려면 공동재산의 추정을 반론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들도 들어가야 하는 의무가 그 사람에게 생기는 것입니다. 판사를 설득할만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원래의 추정대로 혼인기간중에 생겨난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고요.

가정법에는 여러가지 추론이 대립을 합니다. 맨 위에 말씀드린 명의의 추론과 공동재산의 추론이 대립 하는 것이 그 한 예인데요.  혼인기간중에 집을 구입하면서 무슨 이유에서건 명의는 한 사람만 올렸다면, 어떤 추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가지고 굉장히 오랜동안 논란이 있었습니다.  항소법원 판례들도 제각각이었고요.  이걸 정리해준 게 제가 몇 달 전에 올려드린 Frankie Valli 의 대법원 판결입니다.  증거법 662조와 (명의 우선) 가정법 760조 (공동재산의 추론)가 대립될 경우, 가정법원에서는 공동재산 추론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Valli 케이스가 깔끔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부동산 매매시 명의에서 빠졌다는 이유로 굉장히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Valli 케이스 이전에는 부당 위압에 의한 거래의 추론과 (Presumption of undue influence) 증거법 662조 (명의우선)가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우는 여러 항소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1990년 말에 정리가 돼 있었는데요. Transmutation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혼인기간 중 아무런 대가 없이 재산권을 포기할 경우(부동산의 경우 Quitclaim Deed) 부당 위압에 의해 이뤄진 거래라는 추론이 생기고, 재산권이 빼앗긴 사람이 자신의 모든 권리와 정황과 포기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일어날 법적인 의미에 대해 완벽히 이해를 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재산을 포기하는 각서에 서명을 했다고 입증을 해야할 의무는 그 거래에서 득을 본, 즉, 명의가 혼자만 올려져 있는 배우자에게 생깁니다.  추론을 반증할만한 증거가 없으면 그냥 공동재산으로 분류가 되는 것이고요.  

아.. 쓰다보니 굉장히 복잡하네요.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혼인기간중에 증식된 재산에 대한 개인소유권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을 들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고요.  명의에서 빠져 있다고 해서 재산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하실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은행계좌나 사업체나, 대다수의 재산들이, 법적으로는 공동재산의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명의가 안 올라가 있으면 당장 컨트롤 할 수 없으니 불안하실 수는 있겠지만.  혼인기간 내내 경영권은 상대방 배우자가 가지고 있었다면, 재산분할 할 때 제대로 정산해서 합당한 몫을 챙기는 수 밖에요.  

다음번에는 한 쪽 배우자가 100%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재산들에 대해 이혼 시작하고 나서 어떤 권리행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좀 복잡하고 딱딱한 주제라 머리가 아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워낙 이민자들이 자영업 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다들 알아두셔야 할 이슈이기도 해서요.

벌써 2015년의 마지막 달이네요.  뜻하신 일들 거의 다 이루셨길 기원하며, 끝까지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