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남편과 슬하에 자식을 X이나 뒀는데 남편은 한달에 꼴랑 Y천 밖에 못 벌어서 그걸로 도저히 애 X을 키울수가 없어 엄마도 알바를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혼할 때가 되어 알고보니 남편이 이제껏 아내 몰래 전처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아이에게 한달에 천불씩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이걸 남편이 자발적으로 준 것도 아니고, 전처가 DCSS에 양육비 청구신청을 해서 주정부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명령이 떨어진 금액이었고요.  분명 몇 분 전에는 월 Y천 수입으로 애 X을 어떻게 키우냐고 하셨던 분인데, 전처와의 자식에게 주는 천불에 대해서는 그거 떼어 주느라 이제껏 애를 X이나 키우면서도 본인이 새빠지게 고생해서 알바까지 뛰어야 했다고 하시면서 마치 전처가 엄청나게 큰 액수를 부당하게 뜯어갔다는 듯이 말씀을 하십니다.  

저도 아이 X의 어머님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데 전처와의 자식에게 따박따박 순수입의 큰 부분을 보내왔다면 억울한 기분이 인간이라면 비슷하게 생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잠깐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어린 아이를 단돈 천불에 키우는 것 역시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어린 아이 데리고 일을 안 하던 사람이 이혼과 동시에 분명 소일거리라도 잡아야 했을 것이고 (배우자 부양비는 일푼 지급을 하지 않았으므로), 아이는 보육원에 맡겨야 했을 것이고, 그에 발생하는 탁아비용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아이를 맡기는 데 700이 들어갔다면 350은 아이 보육비 지원으로 기본 양육비 외에 줘야하는 액수이고, 이외에도 병원비 등 의무적으로 50% 이상 부담을 했어야 하는 비용들을 감안할 때, 실상 아이가 먹고 자고 입고 하는 데 필요한 기본 생활비로는 월 650불도 안 준건데요.  

시댁에 드리는 용돈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주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적은 액수도 부담이 되지만, 받는 사람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과하지 않은 (대부분은 모자르게 느끼는)... 주면 별로 고마운 걸 몰라도 끊으면 대역죄인이 되는... (모든 시댁이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 저 역시 이런 시댁이 아니므로 - 아마도 대다수의 독자들이 이 표현에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양육비는 주고 받는 사람들에게 그런 성격의 거래인 것 같습니다.

또 최근에 사석에서 양육비 관련해 흥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엔 새 부부 사이에는 자녀가 없고, 전처는 돈 많은 할아버지에게 새시집을 간 상황이었는데요.  제 지인은 현부인이었는데 양육비 보내는 얘기를 하면서, 아니, 돈 많은 할배에게 시집 갔으면 애들은 그 할배 돈으로 키우면 됐지 왜 자기 남편에게 돈을 보내라고 하냐는 겁니다.  소오름... 제가 제 엑스에게 아주 비슷한 소릴 들은 적이 있어서.. (아, 제 남편은 할배는 아닙니다만) 

뭐, 굳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 막 시집와서 둘이 벌어 겨우 먹고 살고 (잘 먹고 삽니다), 남는 거 하나 없는데, 나랑 피 한방울 안 섞인 아이들 생활비를 내 남편 버는 것에서 떼어가니 아까운 생각이 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건 도의적으로건, 자식들 부양은 부모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전처/전남편이 재혼을 한다고 해서 부모의 자격이 없어지는 게 아니듯, 상대방이 재혼을 한다고 해서 부양의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기 때문에 양육비 책정시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배우자의 수입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고려하지 않으면 아이의 권익에 해가 가는 상황) 고려하지 않게 법적으로 규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 부양비를 책정할 때는 모든 주변상황을 고려하고, 새배우자의 수입도 당연히 고려하게 되어 있고요.

어느 입장이시건간에 가끔은 숨 한번 크~~~~게 쉬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뭐 현실이 달라질 거야 없겠지만, 가슴은 좀 덜 답답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모두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알러지도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