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에서 여름 사이에 한국에서도 참 많은 유명인들의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미국내에서도 못지 않았는데요.  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큰 사건 중 하나가 유명 배우인 좌니뎊의 가정폭력 사건으로 시작된 이혼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도 그닥 세상 (특히 미국)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웬만한 유명인이 이혼을 하건 말건 별 관심이 없었을 텐데요.  이 경우에는 좌니뎁의 일년 남짓 된 아내, 앰버 허드가 좌니뎊이 자신을 언어와 물리적으로 폭행했다고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며 떠들썩하게 시작된 이혼 사건인지라 평소 가정폭력 관련 사건들에 관심이 많았던 제 시선을 끌었다고나 할까요.

최근 기사를 보면 두 사람 이혼이 이미 종결됐고 좌니뎊이 앰버에게 7백만불을 주기로 했고, 앰버는 또 그걸 전액 기부하겠다고 공표를 하고 난리가 났었더군요.  그런데 온라인상의 사건개요를 보면 2016년 5월 23일에 앰버가 이혼 신청서를 접수했고, 이틀 후인 5월 25일에 좌니가 응답서를 접수 했었습니다.  제 칼럼을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이혼 신청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후 6개월 동안 최소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안들에 대해 합의를 해서 합의판결문을 접수할 수는 있으나 6개월 쁘라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이혼 종결은 일어날 수가 없는데요.  온라인상에 흩뿌려진 기사들을 보면 캘리포니아 법절차는 개나 줘버린 것처럼 나와 있네요. =.=  또 온라인 개요 상으로는 8월 15일에 앰버가 원래 변호사 외에 공동변호를 맡을 변호사를 사건에 끌어 들였고? 16일에 뭔지 모르지만 어떤 합의서를 접수했고 17일에는 접근금지 명령 신청서를 취하했지만 9월 8일에 배우자 부양비 및 변호사비 청구 관련 잡혀있던 심리공판은 아직 그대로 잡혀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왜 다 끝났다고들 떠들어 대는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좌니뎊이 어떻게 이혼을 하던 말던 뭣이 중헌디~~ 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만, 짧은 혼인기간 이었지만 좌니뎊의 이혼에는 아주 여러가지 이슈들이 등장을 했고, 그 중 가정폭력 의혹이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는다는 캘리포니아 가정법에서 어떤 식으로 쓰여지는지 설명드리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또한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8월 6일 펜실베니아주에서 일어난 이혼 과정에 있던 한 가정의 가장이 어린 세 아이와 아내를 총으로 사살한 후 자신도 자살을 했던 끔찍한 사건과 비교해 설명 드리기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좌니뎊의 사건개요를 보면 5월 23일에 이혼 신청서를 접수했던 앰버가 6월 10일에 긴급 접근금지 명령서 신청을 들어가고 3주짜리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접근금지 관련 본 재판은 여러차례 연기가 됐다가 (정황상.. 워낙 이 사건이 부장판사와 담당판사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짧은 기간에 뭔노무 서류며 심리신청을 겁~~나게 많이 넣었는지, 온라인 사건개요만 봐서는 당췌 이것들이 뭘 해놓은 건지 헷갈릴 지경인데요) 8월 17일에 엘에이 고등법원 가정법 부장판사 앞에서 합의로 취하를 시킨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캘리포니아는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는 no fault state입니다.  그래서 똥뀐 놈이 큰소리 치며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죠.  그렇다면 앰버는 왜 이렇게 시끄럽게 좌니가 전화를 던졌네 욕을 했네 잘못을 들춰내며 이혼을 진행한 걸까요?

우선 이혼의 성립 자체는 한 쪽만 이혼을 원하면 되고, 귀책 사유 필요없이 '성격차이'만 있었다고 하면 땡입니다.  게다가 한국과는 정반대로 누가 가정파탄의 책임이 있는지는 아무도 관심도 없고, 이는 재산분할이나 배우자 부양비 책정에 있어서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또한, 여러번 말씀 드렸듯, 캘리포니아에는 위자료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 외에도 잘못 없는 사람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정폭력 의혹은 (양육권은 차치하고) 두 가지 이슈를 제기합니다.  하나는, 만약 상대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해 당사자가 경제력이 없어졌거나 떨어졌다면, 배우자 부양비를 더 긴 기간 많은 액수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때려야만 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배우자를 고립시키고 일도 못 다니게 하고 경제권도 완전히 박탈시켜 꽁꽁 묶어놨던 경우라도, 아무리 혼인 기간이 5년 이하라 판사 재량으로 배우자 부양비를 하나도 안 줄 수 있는 경우라도 이런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상당기간동안 가해자로 하여금 부양비를 주라고 판결 하기가 쉽겠죠.  또한 접근금지 명령서 신청에서 승소할 경우 거기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은 가해자측에서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비합리적으로 크지 않은 이상 - 즉, 개털 가해자를 상대로는 아무리 가정폭력 민사사건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가 없는거죠).  또 하나는 돈을 많이 버는 피해자의 가해자를 부양할 의무 관련입니다.  가정폭력 관련해 올려드린 여러개 글들 중 하나에 언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아무리 상대 배우자가 혼인기간 내내 경제활동을 안 했고 나는 돈을 대박 많이 벌어도 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고 상대 배우자가 가해자라면 법적으로 배우자 부양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011/2012년 항소법원 판례를 통해 야기되었고, 이후 가정법 조항으로 제정이 되었습니다)

앰버의 경우 혼인기간이 엄청 짧았는데다 (15개월) 아이도 없었죠.  그럼 재산분할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혼전계약서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 15개월동안 증식된 서로의 재산은 공동재산이고 빚 빼고 반으로 나누면 될 것인데, 앰버가 굳이 이렇게 시끄럽게 사건을 키운 걸 보면 아마도 혼전계약서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배우자 부양비는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하는데요.  어린 아이가 있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렇게 짧은 결혼의 끝에서 배우자 부양비를 장기간 받는 건 극히 드문 경우이니까요.  더군다나 아무리 한 쪽 수입이 더 많다고 하더라도 만약 쌍방이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배우자 부양비는 안 주는 게 현행법인데, 이혼 소송 중 법원에 접수한 수입 공개 서류를 보면 앰버가 작년에 26만불을 벌었다고 나온다니, 변호사 비용이야 양쪽의 재산이나 수입 격차가 크니 좌니에게 앰버 것까지 내주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배우자 부양비는 주라고 했을 가능성이 아주 적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쯤하면 위에 제가 설명드린대로 가정폭력 사건을 통한 "예외"의 경우를 만들어서 금전적인 이득을 챙기고 싶어할 수 있었겠다는 추측이 가능하겠지요.  정신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도 못 하게 됐다고 주장했을 수도 있고요 (원래 10년 이하의 혼인일 경우 혼인기간의 반만큼 배우자 부양비를 주는 것이 적당하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는데요.  "예외"의 경우에 못 들어간다면, 길어봐야 8개월간 생활비를 받는 것이었으니까요).  어차피 끝나는 마당에 시끄럽게 해서 대중의 관심도 끌어보고 운이 좋아 돈도 더 챙길 수 있으면 윈윈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혹"을 기억하지 "결과"는 잘 기억을 못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이야 어떻게 됐던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배우에게 "아내를 때린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만큼 위협적인 건 또 없겠지요.  따라서 이 사건은 엎어치나 메치나 법정 밖에서 합의로 마무리 지어질 사건이라는 걸 가정법 커뮤니티에서는 다 알고 있었는데요.  결국 이 의혹으로 더 이상 시끄럽게 되지 않는 것이 좌니에게는 7백만불의 가치가 있었나 봅니다.  이게 접근금지 명령 신청을 취하하는 것에 대한 대가인지, 보도된 것처럼 이혼 전반에 대한 합의금 액수인지는 명백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적은 액수는 아니죠.

제가 가정폭력 관련해 법원에서 무료 봉사도 하고 저희 사무실에서 사건을 맡기도 하고 다른 변호사들, 판사들 상대로 세미나 강의도 하고 하면서 느낀 건, 이혼 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가정폭력 의혹을 조작하는 거짓 피해자들이야말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겁니다.  양육권에서건 배우자 부양비에서건 좀 더 나은 판결을 얻겠다고 거짓으로 가정폭력 관련해 증언한 많은 사람들 때문에 가해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들이나 판사들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의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정말 급박하게 법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이차, 삼차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미씨에서도 가끔 어떻게 해야 남편에게 최대한 돈을 뜯어내고 (보통 남편의 외도로 깊은 빡침이 있으신 분들이 이런 질문을 올리시더군요) 이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성질을 긁어서 몇 대 맞고 경찰을 불러 보라는 어이없는 댓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며 진심 깊은 분노를 느꼈습니다.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주위에 이런 황당한 상상 내지는 계획을 세우는 분들 계시면, 제발 정신 차리라고 뒷통수를 쌔려 주시기 바랍니다.

펜실베니아주 5인 가족 몰살 사건은 좌니뎊 사건의 정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7월 18일에 가정폭력 사건이 있은 후, 아내는 2,5,8세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혼을 결심했고, 이미 이사 도중이었다고 합니다.  7월 18일에 경찰이 현장에 출동 했으나 피해자의 몸에 눈에 띄는 상처 등이 없어 검찰 기소는 안 됐다고 하는데, 남편은 이미 그 바로 다음날 권총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8월 5일에 남편이 세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다녀왔고, 다음날인 8월 6일에는 자택에서 세 아이와 아내를 총살하고 본인도 자살을 한 채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자살 노트가 있었다고 하고요.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말씀을 나누다 보면 가해자가 너무 무서워서, 나를 죽일 것 같아서 이혼은 상상도 못한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두려운 상황까지 어떻게 방치를 하셨냐 여쭤보면, 거의 다 처음엔 밀거나 뺨을 때리거나 등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폭력사건이 있은 후,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각서도 쓰고, 너 아니면 난 죽는다고 매달려서 그걸 '사랑'으로 오해하고 '이번 한번만' 하고 용서해 주는 것으로 시작이 되더군요.  펜실베니아 가정에서도 첫째가 8살이 되도록 살면서 지난 7월 18일의 사건이 첫 가정폭력 사건이었으리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분명히 전조가 있었을 것이고, 폭력의 강도는 세월과 함께 점점 세졌을 겁니다.  한번, 두번, 이런 저런 이유에서 덮어주고 용서해주고 하다가, 나중엔 피해자는 그냥 폭력을 당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었겠지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되듯, 폭력도 처음에만 미안해하고 시정하겠다고 의지를 보이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가해자는 미안한 마음조차 없어지기가 쉽습니다.  외려 맞을 짓을 했으니 때린다는 소리나 하고 있죠. 

어찌 결혼하고 아이들까지 함께 낳은 사람과의 관계를 말처럼 단칼에 절단낼 수 있겠습니까마는, 이런 전조가 보였을 때 그냥 참고 용서하고 넘어가는 것은 앞으로 훨씬 더 큰 참사를 불러 일으키는 일 밖에 안 된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내 한몸 아파도 참아 가정을 유지해 보자는 생각을 하실 분들, 본인의 건강이나 안녕만 위험에 처한 게 아닙니다.  아닌 건 아닌 겁니다.  그리고 폭력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바로잡지 못하면 (카운셀링을 보내건 떼라피를 보내건) 미래는 너무도 암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기정사실 입니다. 

이 쪽 일을 하면서 이혼 직전에, 도중에, 또는 직후에 상대 배우자의 손에 아이들이 몰살 당하거나 배우자가 사살 당하는 사건을 잊을만하면 한 건씩 접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모든 문제는 심각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오늘 또 넘 길게 써서 집중이 잘 안 되실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도움 필요한 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모두들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