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들에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합의서를 합의판결문 이랍시고 접수할 생각을 하셨냐 물으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답은 "싸우기 싫어서" "어차피 합의로 끝내려고 했었어서" "이럴 줄 몰랐으니까" 네요.  

이런 분들 못지않게 어이 쌍뺨따구 때리는 케이스는, 이주공사 같은데에다 서류대행 맡기셨다가 이혼이 된 줄 알고 중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수~~~년의 세월이 흐른 후, 흐미, 10여년 전에 이혼이 안 됐었디야~~ 하는 분들.  아니, 판결문을 받아보지도 않고, 처음 이혼신청서 접수 사본만 받고 어떻게 이혼판결이 났다고 생각하셨냐고 물으면, 한결같은 답은 "어차피 싸울 게 없어서 변호사를 안 봤고" "서류대행해준 데서 6개월만 기다리면 이혼판결 나온다고 해서" 이고요. 

정말 나눌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고 아이 문제도 없는 분이라면 변호사를 만나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알아서 법원 self-help 찾아 가시거나 관할법원 웹싸이트 올라가셔서 온라인 self-help 찾아보셔서 절차를 정확히 알아보시고 본인이 알아서 서류작업을 하셨어야 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제가 피토하며 글 올려 드렸지만, 서류대행업체는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고, 거기에서 일을 하는 분들은 찾아가는 손님 만큼이나 법에 문외한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합의판결문에 어떤 문구가 들어가야 나중에 문제가 되고 안되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변호사 간판 걸고 돈 받는 사람들 중에도 한 해에도 여러번 바뀌는 가정법에서 현행법이 뭔지 모르는 인간들이 지천에 널렸는데, 법 공부 자체를 안한 사람들이 현행법이 뭔지 알 게 무엇일까요.  적어도 본인이 영어에 문제가 없어서 법원을 찾아가던 웹싸이트를 이잡듯 뒤져서 알아내던, 정확한 법의 기본 틀과 절차를 이해한 분이라면, 서류대행업체에 서류작업을 대신 맡길 이유가 전혀 없지요.  적어도 변호사를 끼고 진행하시는 게 아니라면 본인 일은 본인이 직접 하셔야 실수 없이 끝마무리까지 서류절차를 마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본인이 본인 서류절차를 스스로 진행시킬 능력이 없는 분이라면 무조건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임금이라 변호사 상담료 100불도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법원에서 저임금 가정에게 제공하는 무료 법률 서비스도 있고, 아태재단이나 다른 비영리 단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법률 서비스도 여러가지 있습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지요.  아몰랑 다 골치 아프고 별로 나눌 것도 없고 돈도 없고 그냥 하잔대로 서명해주고 말래~ 하셨다가 이혼 이후 십여년간 아이들 문제로, 재산분할 문제로, 양육비/부양비 문제로 계속해서 머리 쥐어 뜯으면서 "아놔~~~" 하실 일은 제발 만들지 마시라는 겁니다.

이게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아닌 것이, 제 손님들 중 한 분은 정말 많이 배우셨고, 돈도 정말 많이 버는 분인데도 이혼할 때 변호사를 끼면 외려 더 싸움을 붙일 것 같아 그냥 서류대행하는 데 가서 서로 (많이 배운 분들끼리) 합의조건들을 문서화 해서 이혼을 마무리 지으셨는데요.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합의 조건과 상대편이 생각하는 합의 조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쌍방이 일케절케 합의한다고 했을 때 이게 법적으로나 합의조건 이행에 있어 차후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짚어주고, 논쟁/분쟁의 여지가 없게 합의 조건들을 깔끔하게 다듬어 주는 일을 변호사가 하는 것인데, 그런 판단이 불가능한 서류대행 업체에서는 그저 쌍방이 뱉어내는걸 그대로 타자 쳐주는 것 외엔 아무짝에 쓸모가 없었던 거지요.  이 분의 합의판결문은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커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꼼꼼하고 똑똑한 분들이라), 많은 조건들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고 완전 반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게 적혀있어 이혼 이후 5년 가까이 양쪽에서 십만불 이상의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며 거의 매해 법적 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두번째 변호사).  쉬이들 말씀하시는 "다 합의할 거"였던 사건이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진 합의판결문 때문에 외려 엄청나게 큰 후폭풍을 자아낸 경우이죠.  

또 다른 분은 이미 10여년 전에 이혼을 하셨는데 재산분할이 이제껏 안 됐던 분.  이 분도 서류대행 업체에 가셔서 너무도 느슨한 "xx는 반씩 나눈다. 합의사항대로 이행하기 위해 서로 협조한다"라고만 들어가 있고, 언제까지 이 재산을 나눠야 하는지, 팔지 않으면 재융자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팔거나 재융자 하고자 할 때 상대편이 협조를 안 하면 어떤 방법으로 처리를 할 것인지, 상대편의 비협조/계약사항 불이행으로 법적 분쟁이 불거질 경우 소송비용은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재산을 처분하기 전까지 이 재산 관리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이며, 관리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세금보고는 누가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사항은 아~~~~~무것도 없는 종이쪼가리에 서명을 하셨었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도 넘은 이 시점에서 재산을 처분하고 각각 몫을 나누자니 내가 생각하는 "판결문대로"와 상대편이 생각하는 "합의서대로"에는 무려 10만불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참 기가 막히게도 이 엉터리 판결문 때문에 파생된 가정법, 세법상의 이슈들이 한두개가 아니고, 30-40년 가정법만 하신 스페셜리스트들도 이 사건의 문제를 두고 판결의 방향에 대한 예상이 다 다르다는 거.  결국 판사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부채 도사 부채 넘어뜨리듯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응당 내 것이었어야 하는 내 몫, 그것도 10년 넘게 이자 한 푼 못 받고 이제껏 묶여있다 겨우 원금 찾는 내 재산의 거의 다를 이미 10년도 전에 연 끊은 사람에게 내어 주던지, 아니면 이견의 근원인 10만불을 두고 양쪽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2-3만불씩 써서 부채도사 앞에서 박터지게 싸워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죠.  물론 당사자는 이렇게 말씀 하시죠. "이럴 줄 알았나요~~~"  ㅠ.ㅠ

상대편이 뭐든 꼬투리 잡고 싸움을 거는 성격이라 골치 아프고 싸우기 싫어 그냥 하잔대로 해야한다는 분들.  그래서 상대편이 가져온 합의서에 서명만 하겠다는 분들.  제발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부부의 연이 끊기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그렇게 싸움을 거는 사람이, 과연 연 끊은 이후에는 협조적이고 신사적이 될까요?  더더 시시콜콜 문제 제기하고 개차반 드러눕는다에 500원 걸겠습니다.  처음 생겼을 때 알콜만 잘 발라줘도 깔끔히 나을 수 있는 상처를 귀찮다고, 골치 아프다고, 돈 없다고 방치해 곪아 터져 팔/다리에 마비가 온 후에서야 명의를 찾아 백방 헤매면 뭐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