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에 작고하신 블랙 판사님은 비인간적으로 발달한 기억력으로도 유명하셨지만, 가정법 사건들 관련해 여러가지 명언을 남기신 분으로도 기억이 되는데요.  그 중 유명한 말씀이, 테레사 수녀는 히틀러와 결혼하지 않는다 "Mother Teresa doesn't marry a Hitler"는 겁니다.  동양식으로 풀이 하자면, 유유상종 이라는 거죠.

많은 분들이 이혼시 양육권 분쟁에서 상대편 부모를 아주 천하의 무관심하고 아이들에게 몹쓸 부모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봅니다.  이는 내가 아이의 주양육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판사에게 설득하는 데 있어서 상대편 부모의 허물을 최대한 많이 드러내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착각들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블랙 판사님이 늘 말씀하셨듯, 내가 백년해로 하겠다고 손가락 꼭꼭 걸고 혼인하고, 아이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 셋 주렁주렁 낳은 애들아빠가 천하의 몹쓸 사발면 색희이며 부모 자격도 없는 멍멍 베이비라고 하는 건, 그냥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하다는 것.  물론 사랑에 눈이 멀어 이런 늠인줄 모르고 결혼할 수 있죠.  하지만 10년, 15년, 20년을 함께 산 부부끼리 서로 침 뱉기 전쟁에 들어간 모습은 제 3자인 판사로서는 쉬이 납득할 수 없는 퐝당한 씨츄에이션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인간이 아니므니다 한 인간과 오랜세월 함께 살며 아이들을 키웠다는 건 당신도 인간이 아니므니다 이거나, 최소한 그 인간도 아니므니다에게서 뭐라도 얻을 게 있었으니 이제껏 참고 살았다는 결론밖에 안 나오는 것이죠. 

따라서 양육권 분쟁시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서 상대편 폄훼하시면 외려 이게 역효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니, 최대한 침착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시고, 의견을 정리해서 발표하듯 증언을 하셔야 합니다.

또 자주 듣는 엄마들의 불만은, "저 멍멍 베이비는 결혼기간 내내 애들은 안중에도 없다가 이혼하게 되니 양육비 적게 줄라고 갑자기 아빠 노릇 하려든다!" 인데요.  물론 양육비 줄여 보겠다고 아이들을 더 보겠다고 우기는 아빠들도 적잖이 봤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시면, 잡은 고기 밑밥 안 깔아주듯 집에가면 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는 건 쉽지 않지만, 이혼이 시작되고 거주지가 갈라지면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애틋해지고 시간을 내서 더 만나고자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돈 깎아보려는 파렴치한과 아이들을 정말 생각하는 아부지를 분별함에 있어서는 한 시간이라도 더 늘려서 양육비를 깎겠다고 덤비는지 아니면 양육비와 상관 없이 아이들을 더 보고싶어 하는지를 관찰해 보시면 알겠지요. 

아이들이 연결고리로 남아있는한, 이혼은 상대방과 관계의 끝이 아닙니다.  부부로서의 연은 끊어지지만 부모로서의 연은 죽을 때까지 가는 것이죠.  따라서 아이들을 사고의 중심에 두고 "무엇이 중헌디?"를 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법대로 해! 법원에서 봐!" 등의 사고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이혼하는 마당에 상대편 입장까지 입장바꿔 생각해가며 원만한 공조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어찌보면 모순일 수 있으나,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은 응당 그런 자세를 취하셔야 합니다.  말처럼, 또는 이론처럼, 쉬운일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사고는 그렇게 못 박아 두셔야 한다는 거.   

오늘은 이혼한지 10년 가까이 된 부모님들의 양육권 및 양육비 조정 심리공판에 다녀 왔는데요.  저는 몇 주 전에 처음으로 이 사건에 개입이 된 거라 상대편을 오늘 처음 봤는데, 결국 두 분 사이 miscommunication이 계속 쌓임으로 인해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고 판결문의 정확한 텀에 대해서도 이해가 어긋나 서로 판결문대로 이행을 안 하고 있다고 계속 감정싸움만 하고 계셨던 거더라구요.  두 분 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끔찍한데, 상대편을 나쁜 부모로 오해하고 계시더라는...  몇 가지 오해했던 부분을 양쪽에서 풀어드리니 양쪽이 만족해하는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었고 두 분 다 활짝 웃으시며 집에 가셨습니다.  이혼까지 한 마당에 상대편에게 나이쓰 해야하고 아이들 관련해 자주 연락해 줘야하고 묻는 질문에 다 답해줘야 하고, 뭐 법적으로 이런 요구조건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co-parenting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다소 귀찮고 기분 거시기한 상황 역시 피할 수 없겠지요.  이왕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 쪽에서는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하려는 의지를 보이시고, co-parenting을 위해 최대한 협조를 하는 모습을 보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것이 성숙한 부모의 모습이고,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잘 자라줄 것이니까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셨길 바라고, 가을맞이도 잘 하시길 바라며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