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성격의 재산들 중 가장 흔히 가치가 논점이 되는 재산은 부동산인데요. 부동산은 당장 팔 수도 없고, 판다면 처분시 발생하는 비용도 감안해야 하고, 재산분할이 끝날 때까지 부부가 그 집에서 함께 사는 게 아닌 이상, 몰기지나 관리비, 부동산세를 누가 어떻게 얼마나 낼 것인지를 가지고 논쟁이 잦고, 재산분할 시점에서도 몰기지를 낸 사람에게 크레딧을 얼마나 돌려줘야 하는지, 또 둘 중 한 사람만 집을 썼다면 집을 쓴 부분에 대한 렌트비 명목의 정산이 이뤄져야 하는 애물단지죠. 부동산을 어제 사고 오늘 당장 이혼하는 거라면 오늘 부동산의 가치가 얼마인지 감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년, 또는 수십년 전에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하는 시점에서 부동산이 얼마의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쌍방의 합의가 이뤄져야 나머지 크레딧이나 환불등의 이슈들은 차치하고라도 가장 기본적인 재산분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인데요. 캘리포니아 증거법에 (Evidence Code) 따르면 재산의 가치는 단 3 종류의 의견을 통해서만 입증될 수 있는데, 1) 감정을 할 자격을 갖춘 전문인, 2) 재산권을 가진 사람이나 그의 배우자, 3) 재산이 기업이나 단체일 경우, 그 기업이나 단체에서 지정한 임원, 직원, 또는 파트너로서 감정할 능력이 있는 자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부동산에 대해 그것이 공동명의의 공동재산이건, 한 사람 명의의 공동재산 성격을 띈 부동산이건, 상대방의 개인재산이나 변호사 비용 청구를 위해 그 가치를 따져야 하는 경우이건간에 부동산의 주인도 그 부동산의 가치에 대해 증언을 할 수가 있고, 그의 배우자 역시 동일하게 가치를 추정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 쌍방의 추정치가 같다면 남은 몰기지 빼고 빚 빼고 개인재산 투자에 대한 환수나 양쪽 부모님께 받았던 개인재산/선물을 각각 돌려준 후 순수가치를 따져서 반씩 나눠갖으면 될 텐데요. 보통은 집이 됐건 세가 나오는 건물이 됐건, 부동산을 유지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그 가치를 낮게 후려치려고 하고, 순수가치를 따져서 반액을 현금으로 받고 빠지려는 쪽에서는 시가를 아주 높게 잡으려고 하게 되죠. 나누려는 부동산의 시가에 있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판사를 설득하는 방법은 부동산 감정 전문가를 고용해 시가를 감정받는 것입니다. 물론 감정 전문가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서 다 비슷한 자격이나 배경이 있는 건 아니겠죠. 판사들 사이에서도 정확하기로 소문이 난 감정사들이 있고, 손님이 요구하는대로 (높이 잡아달라 낮게 잡아달라 등) 감정을 널 뛰듯 잡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명망 높은 감정사를 찾는 것도 변호사의 능력일 것이고요. 

예를 들자면, 몇년 전 상점이 두 개 들어가 있는 빌딩을 한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긴 결과 이백 오십만불이라고 리포트가 나왔었습니다. 저희측에서 예상한 액수는 적어도 백만불은 더 높았기 때문에 다른 감정사에게 재감정을 의뢰했고 첫 감정 이후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새로 감정을 한 결과는 사백만불이라는 액수가 나왔습니다. 두번째 감정사는 엘에이에서 가장 유명한 (퇴임하신) 판사가 추천을 할 정도로 명망이 높은 분이었는데, 건물을 유지하려고 했던 상대편에서는 이 감정가가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었죠. 그런데 결국 재산분할 과정에서 (재감정 후 몇 달 후) 이 건물을 처분하게 되었는데요. 최종매매가가 사백십만이 약간 웃돌았습니다. 결국 두번째 감정사가 거의 정확하게 맞춘거죠. 비슷한 훈련과정을 거친 사람들이고, 비슷한 라이센스와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해도 각 감정사의 능력에 따라 그 결과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하고, 본인이 동의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감정가가 나왔다면 꼭 재감정을 해보셔야 한다는 거죠. 

또 감정이 꼭 필요한 재산 중 하나는 사업체가 되겠습니다. 사업체의 가치 역시 배우자와 내가 추정하는 액수가 비슷하다면 사업체의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감정사가 굳이 개입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업체를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쭉 운영을 할 쪽에서는 사업체의 가치를 껌값으로 부를 것이고, 가치를 따져서 반액을 현금으로 받고 사업체를 상대배우자에게 넘기고 나올 쪽에서는 가치를 어마무시하게 높여서 부르게 되겠지요. 더더우기 한쪽 배우자가 사업체 운영에 전혀 개입을 안 하고 살았다면 그 가치를 어렴풋이라도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하기 십상입니다. 이럴 경우 개입되는 전문가가 회계 감정사 인데요.  회계사들도 기본적인 자격증 외에 회계 감정을 할 수 있는 스페셜티 자격증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사업체가 매각될 때 파는 쪽이건 사는 쪽이건 양쪽에서 고용을 해서 얼마에 사업체를 팔고 사야하는지를 검토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건데요.  이 분들이 이혼 사건에서는 분할 대상인 사업체가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를 감정해주는 일을 합니다.

사업체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는지에 대해서는 일전에 간단히 설명드린 것으로 기억 하는데요. 옷가게나 식당 등 매매가 자주 이뤄지는 사업체라면 현재 시장에서 얼마쯤에서 매매가 되는지를 리써치해서 사업체의 가치를 추정하게 될 것이고, 변호사 사무실이나 의사 사무실 등 실질적으로 매매가 불가능한 사업체의 경우 매년 얼마씩의 수입이 들어왔고 (직종에 따라 지난 3년치, 또는 5년치 등 기간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검토할 수 있고요, 세금보고상으로 드러난 수입 뿐만 아니라 이 정도 규모의 이런 사업체에서는 어느 정도의 현금이 (세금보고상에는 누락된 수입) 있겠구나~~ 추정하는 것도 이분들의 일) 어떤 종류의 지출이 있었고 (개인용도의 지출은 아무리 세금보고상 디덕션을 신나게 하셨다고 하더라도 회계 감정시에는 수입으로 다시 돌려다 놔야 하니까요) 회사에 얼마의 빚이 있고 얼마의 미수금 어카운트가 있는지, 은행에는 얼마가 있고, 팔아서 돈이 될 기기와 장비등은 뭐가 얼마나 있는지를 다 검토하고 따져서 총체적인 시가 내지는 순자산가치를 따지게 되는 것이지요.  위에서 언급했듯 사업체에 대한 가치 감정은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전적으로 회계 감정사에게 일임하게 되고, 그 비용 역시 변호사 비용과는 별개로 돈이 나가게 됩니다. 

어떤 분이 저와 상담을 했을 때 꼴랑 집이랑 가게 하나 있는 걸 가지고 제가 감정사를 고용해야 하네 뭐네 하면서 만불은 들 거라고 횡설수설을 했다며 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러번 올리신 걸 봤는데요.  그러면서 그거 회계 감정사에게 일 주고 커미션을 받아 먹나보다고까지 적으셨더군요.  위에 말씀드린대로 사업체의 가치에 대해 배우자와 당사자의 의견이 동일하다면 아무리 큰 규모의 사업체인들 감정사를 고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세금보고에 누락된 현금 수입이 많은 사업체일수록, 또 가게 경영이나 재무에 전혀 정보가 없는 배우자의 경우일수록 회계 감정사를 고용하지 않고는 사업체의 가치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법적으로도 명시된, 변호사가 할 수 없는 일을, 전문가에게 의뢰하셔야 한다고 조언 드린 게 왜 욕 먹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정 전문 회계법인에 사건을 보내고 소개료를 받는 변호사는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7년여 전에 뉴욕에서 있었던 재산분할 대박사건에 대해 글을 올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재산공개시 남편이 자신이 100% 운영하던 기업 하나의 가치를 오백만불이라고 적었고, 그에 대해 아무런 반박이나 검토 없이 오백만불을 근거로 아내가 2백만불을 받는다는 재산분할 합의서에 서명을 했고, 합의판결문이 접수된지 단 3일만에 이 기업체는 오천만불에 매각이 되었던 것이죠. 아내는 남편이 사업체의 가치에 대해 자신을 속였다고 항소를 했지만, 이 기업체에 대한 자료들이 이미 아내측 변호사에게 다 넘겨져 있었고, 그걸 제대로 검토하거나 감정전문가에게 일을 맡겨 기업체의 실제 가치에 대해 더 알아보지 않은 책임은 아내에게 있는 것이지 가치를 낮게 추정한 남편이 사기를 친 게 아니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물론 감정사에게 만불을 써봐야 나눌 사업체의 가치가 만불밖에 안 된다면 적정선에서 쌍방이 합의점을 찾는 것이 맞는 거겠죠. 하지만 사업체의 가치 감정은 재산분할 뿐만 아니라 양육비와 배우자 부양비 책정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사업체에서 어느 정도의 현금 수입이 있는지, 실제 순수익이 얼마인지를 잡아내야 그에 근거해 양육비와 배우자 부양비도 정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여러가지 방면에서 전문 감정사를 고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상황인지를 신중히 검토해 보셔야 합니다.  

길고 복잡한 내용이지만, 많은 분들이 이해 되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