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캘리포니아 법원에서는 자발적으로 뭘 해주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예로, 한국에서는 이혼 소장을 접수하면 소장 송달을 법원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하는데요. 캘리포니아에 사건 접수하시면 접수도장 찍힌 서류는 본인이 알아서 제 3자를 써서 직접송달 하셔야 합니다. 또 한국에서는 법원이 알아서 변론기일이나 공판기일을 잡아주고 가사조사관에게 사건을 보내서 가사조사 날짜도 착착 잡아주고 한다는데요. 캘리포니아 사건은 접수 후 60일 안에 상대편에 송달을 완료 했다는 증빙서류를 접수하지 않으면 가끔 왜 아직도 송달을 안 했냐고 법원에서 불러들이는 경우가 있을 뿐 그 후에는 법원이 불러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알아서 쌍방이 재정서류 교환하고 합의협상하고, 합의가 불가능하면 법원에 들어가서 재판을 신청하던지 하고요. 영 사건 접수 후 오~~래 지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판사가 불러다가 (이것도 판사/지역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엘에이처럼 체계가 잘 서있는 법원에서는 사건을 빨리빨리 진행시키라고 압력을 넣는 편이고 시골이거나 판사가 많이 없는 법원일수록 별로 상관 안 하고 내깔려 두는 분위기가 짙죠) 합의 할거냐 말거냐 재판 갈거면 얼마나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냐 묻는 정도의 trial setting conference/case management conference라는 절차가 있을 뿐 직접적인 이슈에 대해 법원이 자체적으로 공판을 정해서 해결해 주는 일은 없습니다. 

보통 민사소송이 재판까지 가려면 최소한 일년 반은 걸린다고 보는데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혼을 합의로 마무리 짓던 재판을 통해 마무리 짓던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건 알고 계실테고. 그러면 그 유예기간 중에는 누가 아이들의 주양육자가 되어야 할지,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양육비나 배우자 부양비로 줘야할지, 어떤 스케쥴로 면접교섭권 행사를 해야할지 등 실질적인 문제들에 있어서 어떻게 해결을 해야할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최근에 Motion과 Order to Show Cause라는 두 절차를 묶어서 Request for Order이라는 심리신청 절차를 만들었는데요. 예전에는 법적인 근거만을 가지고 따질 경우에는 모션을 접수했고, 법적인 분쟁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분쟁일 경우 (주양육자나 면접교섭권 스케쥴, 써포트 금액 분쟁 등) 했었는데요. 이제는 그냥 싹 다 명령 신청이라고 부르고, 요걸 통해 재판 가기 전에 임시 명령서를 받게 됩니다. 

아이들이 있는 경우 이혼 진행하면서 누가 계속해서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양육할 것인지 누가 언제 면접교섭권 행사를 할 것인지 등을 놓고 합의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스케쥴을 부모가 서로 양보해가며 논의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게 없겠습니다만, 이건 너무 이상적인 바램이겠죠. 각자 입장이 다르고 합의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혼까지 치닫은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재판으로 양육권 판결이 나기 전까지 매일 아이들을 가운데 두고 싸움박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혼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임시로 아이들 주양육권자에 대한 명령서를 받기 위해 심리신청을 들어가시게 됩니다.  심리신청은 이혼사건 시작 이후 곧바로 들어가실 수도 있고, 보통 양육권 심리신청 들어가면서 양육비 신청도 함께 들어가게 됩니다. 

가정법원에서는 별도로 공판에서 직접 증언을 하겠다고 신청하지 않는이상 진술서를 통해 양쪽의 주장을 제출하게 됩니다. 따라서 공판에서 판사가 양쪽 주장이 너무 상반돼 누가 맞고 진실을 얘기하는지 판단이 불가능하다거나 좀 더 궁금한 게 있는 게 아닌 이상 당사자들에게 증언을 시키는 경우는 (미리 법정 증언을 하겠다거나 상대편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신청을 해놓은 게 아닌 이상) 거의 없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이미 심리신청서에, 또는 심리신청 반박 서류에, 또는 심리신청 반박의 반박 서류에 양측의 주장은 진술서를 근거로 판사에게 전달이 되어있는 상황이고, 심리공판일에는 대게 판사가 양측 변호사에게 덧붙일 사실이나 주장이 있는지를 묻고 서류검토를 통해 내린 결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공판 가는 것에 너무 긴장하거나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심리신청 접수 후 공판은 담당 판사에 따라 짧게는 4주에서 길게는 5-6개월 이후로 잡힙니다. 엘에이 중앙법원은 요즘 4주에서 7주 사이에 공판이 잡히고 있습니다. 서면상으로 증거자료와 진술을 통해 원하는 명령을 위한 심리신청을 접수하면 바로 그 날로 접수 창구에서 공판 날짜를 도장찍어 주고요 (현재 접수비는 $90 입니다). 접수도장 찍힌 심리신청 서류는 상대편에 심리공판 기일 16일 (법원 달력으로 - 휴일 및 주말은 제외됨) 전까지 송달을 해야 합니다. 그럼 그 상대편에서는 Responsive Declaration이라고 불리는 심리 반박 서류를 공판 기일 9일 전까지 (법원 달력으로) 접수하고 송달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심리신청인이 최종 변론 식으로 상대방의 반박에 대한 반박 서류를 공판 기일 5일 전까지 (법원 달력으로) 접수하고 상대편에 송달해야 합니다. 이렇게 왔다갔다 서류 전쟁을 마치고 나면 공판 당일에는 사실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직접 증언이 요구되는 가정폭력 접근금지 명령 신청 공판 등을 제외하면).

공판 당일에 (웬만하면) 판사가 임시 명령서를 내려주고, 이 임시 명령은 차후에 쌍방이 합의로 변경하거나 법원에서 새로 명령을 받지 않는한 사건이 끝날 때까지 쭉 효력을 발생하는 명령입니다. 따라서 이혼 사건 초반에 양육권이나 양육비에 대한 임시명령서를 심리신청을 통해 받아놓으시면 나중에 재판으로 이혼을 마무리 짓던 합의로 마무리 짓던 (중간에 큰 상황의 변화가 없는 이상) 처음 받은 명령대로 쭉 가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남편이 "이혼 원하면 몸만 나가라. 나는 아무것도 없다. 이혼 시작하면 난 한 푼도 안 줄거다."라고 하면 당장 아이들과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덜컥 겁이 나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공갈협박 하는 인간들은 비일비재 하고요. 자발적으로 생활비를 안 준다면 쌩돈 들여 (법원 접수비 + 변호사 비용) 법원 통해 명령서를 받는 수 밖에요. 

제가 요즘 잠이 많이 모자라고 공사가 다망하여 글에 두서가 없습니다만 이해에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벌써 3월이 다 됐네요. 엘에이에는 지독한 독감이 몇 주째 돌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