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Attorney-client confidentiality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을 많이 뵙게 되는데요.

아마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법정 드라마가 유행을 하면서 여파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드라마에서 국선변호사인 여주인공은 쌍동이 살인자들 중 한명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뢰인이 계획적으로 살인에 동참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검사에게 흘려 검사와 국선변호사가 합작으로 두 명의 살인범들이 법의 망을 못 빠져 나가도록 하지요.  이게 가능한 일인지, 이런 식으로라면 외려 변호사에게 사실 그대로 말을하면 안 되는 것인지 멘붕이 오실만도 합니다.

우선 변호사와 의뢰인간에 생기는 비밀보장 관계는 한번 생기면 왠만해서는 깨질수가 없는 것이구요.  위같은 경우, 내 의뢰인이 범인인 것을 알게된 후, 도저히 내 양심상 의뢰인의 변호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될 경우, 그 사건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의뢰인의 범법행위를 까발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건 할아버지 변호사가 얘기했던대로 엄청난 징계에 처해질 수 있는 ethical violation이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런 경우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할 수 있기도 하구요.  다만 이런 경우의 예외로 볼 수 있는 건, continuing crime을 막기 위해 발설을 하는 경우 입니다.  제가 형법 전문 변호사가 아닌지라 정확한 절차는 모르겠는데요.  법대에서 원리를 배우기로는, 의뢰인과의 confidential communication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범죄행위, 또는 앞으로 일어날 범죄행위 에 대해 알게되었을 경우 (사기나 뭐 이런 금전관련 범죄 말고, 인명이 달려있을 경우), 이건 사회의 악을 막기위해 발고를 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캘리포니아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 Rule 3-100 Confidentail Information of a Client)  이또한 꼭 발고를 해야한다는 의무조항이 아니고, "할 수 있다"라는 예외의 조항이며, 발고를 하기 전에 꼭 의뢰인에게 1) 범죄계획을 진행하지 말거나 인명피해를 주지 말도록 설득의 노력을 해야하고 2) 적당한 시점에 의뢰인에게 그의 범죄계획을 발고할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살인에까지 이를 수 있는 엄청난 죄를 계획하는 분이 아니라면, 변호사와 상담하러 들어오셔서 이름 빼고 아무런 정보도 안 적을 이유가 없으시단 말씀.  왜 이혼/양육권/혼전계약/혼중계약 등에 대해 설명 들으러 오시면서 들어오셔서 작성하셔야 하는 서류에는 이름 석자 딸랑 적어주시냐 말입니다!!!  재산이 뭐가 있으신지, 빚이 뭐가 있으신지, 쌍방이 경제력 차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아이는 몇살이고 결혼은 몇년차이신지, 어떤 직종에 종사하시는지 등, 제가 뭐가 대단히 남의 가정사가 일일이 궁금하다고 이런 걸 다 적으시라고 하겠습니까.  이런 정보가 다 있어야 정확하게 이혼을 진행하실 때 어떤 이슈가 생길 수 있는지, 어떤 걸 준비하셔야 하는지, 써포트는 얼마나 받으실 수 있을지 등을 촤라락 정리해서 알려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담 intake 서류에 아무것도 안 적고 들어오셔도 어차피 제가 하나하나 여쭙고 적어 넣어야 하는 거.  상담 시간 아깝게 왜 그러시느냐 말입니다~~~ 

그리고 또 가끔 어머니나 언니, 동생, 친구분이 상담에 따라오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혼이 눈앞에 닥쳐 떨리고 정신없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도의 차이겠지요.  옆에서 손 꼭 잡아줄 가족이나 친구가 있음 든든이야 하시겠지만, 위에 말씀드린 비밀보장의 강철보호는 바로 깨지니 문제이지요.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비밀보장의 보호를 받는 내용은 변호사와 의뢰인이 "비밀리에" 즉, 상관없는 제 3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눈 정보여야 합니다.  "어? 그럼 사무실 직원들은 같이 일을 하는데?"라고 궁금해하실 똑똑한 분들을 위한 뽀나쓰: 변호사가 고용한 agent들, 즉, 사무실 직원들, 법정 통역사, 회계사, 기타 등등, 은 변호사의 비밀보장 우산 밑에서 같이 비를 피합니다.  변호사가 사건 진행을 위해 사무실 직원들과 의뢰인의 비밀정보를 공유했다고해서 이 비밀보장이 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이들은 제 3자로 쳐지지 않는 것.  그러니 상담 가셔서 친구, 친척은 밖에 계시라고 하는 거에 서운하실 것도 화내실 것도 없으시단 말씀. 

그럼, 앞으로는 씩씩하게 혼자 상담받으러 가시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