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속풀이방을 스쳐 지나가다가 이혼 문제로 법원에 나가야 하는데 옷차림을 어떻게 하고 가야 하는지를 묻는 분의 글을 봤습니다. 제가 벌써 몇 주째 글 하나 올려 드리려고 벼르고 벼르면서도 시간이 안 생겨 괴로워하던 참에, 생각난김에 이 부분에 대해 짚어드리고자 짧게 글 올려 드리려구요.
차림세.
이혼 하면서 법원에 가실 일이 생긴다면 보통은 임시 양육권이나 써포트 이슈를 해결하러 들어가시는 것일텐데요. 아이가 없는 부부가 배우자 부양비 신청을 위해 심리공판에 나가는 경우보다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임시로 양육권에 대한 결정이나 양육비, 변호사비, 배우자 부양비 등을 한꺼번에 받으러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죠.
우선 상식적으로 아이 양육권에 대한 공판에 참석하시는 거라면, 가장 "엄마다운" 복장을 하고 가시는 게 맞겠죠. 겁나게 번쩍이는 쫙 붙는 스판 드레스 뭐 이따구는 해 지면 꺼내 입으시구요. ^^ 상의는 옅은색 가디건이나 크림색 블라우스 정도가 좋다고 하구요. 하의는 카키바지나 긴 치마가 좋다고 합니다 (저도 옛날옛날에 보스에게 과외받은 내용) 정장을 입고가야 하나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장은 변호사들이 입고 오고, 그와 좀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가디건에 긴 치마 차림 정도가 "엄마" 느낌 물씬 풍길 수 있는 차림세라고 합니다.
머리는 왠만하면 노란머리 뭐 이런 거 하지 마시구요. 되도록 짙은색으로. 머리가 길다면 밑으로 빗어내려서 한 개로 단정히 묶고 가시고. 단발머리라면 가지런히 빗어서 살짝 안으로 들어가게 고대 정도 해 주시구요. 겁나게 번떡이는 크리스탈 머리핀 뭐 이런 건 자제해 주시고. (변호사도 이런 거 꼽고 오는 정신상태 의심되는 인간들이 있어서리… 농담 아님돠)
장신구는 최소화 하시고, 되도록 진주를 걸치고 가시라네요. 무슨 리써치도 있었는데요. 진주를 걸치고 있으면 여성스런 느낌이 물씬 풍길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가게 한답니다. 그렇다고 세 줄짜리 진주 목거리 둘둘 말고 가시지 마시고.. >.< 딱 꼽아지는? 작은 진주 귀고리나 짧은 진주 목걸이 하나 정도 걸쳐 주세요. 너무 쎗트로 맞춰서 걸치고 나가시면 안 되구요.
신발은 힐보다는 단화가 좋습니다. 물론 짙은색상이 좋구요.
화장은 아주 옅게 해 주세요. 키메라 화장은 해 지면 하시는 걸로..
딱 봐도, '아, 엄마다' 느낌 나게 차림세에 신경을 써주시는 걸로. 느낌 아니까~~~
명품백은 반나절만 집에 두고 가시고, 짙은색 단정한 비명품 가방을 들고가 주세요. 케이스 번호 불려서 판사 앞쪽으로 걸어 나갈 때 판사들이 다 양쪽 차림세며 태도며 주시하고 있거든요.
태도.
판사가 직접 질문을 하지 않는 이상 발언하지 마세요. 판사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 발언권 안 줬는데 마구 껴드는 거… 설사 상대편에서 본인이 얘기하고 있는데 껴들지언정, 똑같이 상대편이 얘기할 때 껴들면 안 되세요. 그리고 최대한 착한 인상과 경청하는 자세 보여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상대편에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한다고 눈 희번떡 거리면서 팔, 다리 꼬고 헐리웃 액션 하고 있음 판사가 다~~~ 보고 있습니다. 발언하는 사람도 보지만, 상대편이 어떤 자세로 듣고 있는지도 다 봐요.
법원 가서 진실만을 얘기할 것을 맹세를 하지만, 상대편에서 거짓뿌렁을 내놓을 것이라는 건 어느정도 예상을 하셔야 하구요. 어떤 어이 개차반스런 거짓말을 하던 평정심을 잃지 않고 발언권이 주어졌을 때 논리적으로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쪽에서 거짓말 한다고 바로 반박하려고 조바심 내실 것도 없어요. 핑퐁처럼 한 쪽에서 발언하면 거의 항상 이 쪽에 저 쪽에서 한 얘기에 대해 답변/반박을 할 기회를 줍니다. 그러니 차분하게 상대편 주장의 모순을 노트하시면서 반박주장 포인트 정리하고 계시다가 발언권 돌아오면 판사에게 설득력있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워낙 판사가 하루에도 십수개의 케이스를 핸들해야 하고 (그만큼 한 케이스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 상대가 헐리웃 액션의 귀재라면, 한 번의 심리공판을 통해 만족스런 명령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법원에서는 보통 한 판사에게 케이스가 배정이 된 후 쭉 그 담당판사가 우리 케이스를 핸들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리 상대가 헐리웃 액션의 귀재인들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입니다. 진실은 꼭 밝혀 진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럼, 위의 사항들을 숙지 하셔서 판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도움 되시길 바라며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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