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상담 받으러 들어오는 분들 중 양육권 문제가 있는 분들 중 열의 두세분은 이런류의 질문을 하십니다.

제가 예전에도 이 문제 관련해서 글을 올려드린 기억이 있는데요. 엄마가 아이들 데리고 가는 게 납치면, 역으로 엄마가 애들을 못 데려가게 아빠가 막는 건 불법감금이 되어야 하는거죠.

이번엔 정말 납치가 성립된 사건을 통해 이 문제를 재조명 해볼까 합니다.

제가 한달에 한번씩 엘에이 가정법원 산하의 가정폭력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자원봉사를 나간지도 일년 반이 넘어 갑니다.  제 본 의도는 음지에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한인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이 곳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거였는데 아무래도 한국인 보다는 타인종을 돕는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요.  무시무시하게 온 몸에 멍이 들어 오는 분들도 계시고, 그저 남편이 자기에게 창녀라고 했다고 (물론 이게 아무런 문제될 게 없는 발언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만) 경찰을 부르고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받겠다고 들어오는 분들도 계시고, 저는 이 곳에서 사무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이슈들을 접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삼십대 젊은 백인 엄마의 사건이 제 책상으로 배당? 되었습니다.  많이 마르고 불안한 시선을 갖고 있었지만 평소에 많이 보는 사람들과 달리 눈빛이 초롱초롱 살아있는 사람이었지요.  사연을 들어보니 학부때 타주에서부터 사귀던 애아빠에게 타주에서 크게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지는 일을 겪고도 싹싹 빌고 잘못했다는 걸 봐주고 넘어간 이후.. 남자는 집에서 놀고 먹고 애엄마는 캘리포니아에 와서 대학원을 장학금 받고 다니면서도 이 질긴 악연을 못 끊어내고 잊을만 하면 폭행을 당하고 데리고 살다가 최근에 더 이상을 안 되겠다 마음을 먹고 맨발에 전화를 움켜쥐고 집에서 도망나와 경찰을 불러 애아빠가 현장에서 연행을 당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 되죠.

영창에 들어갔다 나온 애아빠가 (보통 24-48시간동안 감금돼 있다가 보석으로 풀려 나옴) 폭행사건 있은지 일주일만에 집에 떡하니 들어와있는 겁니다.  분명 연행될 때 키체인은 집에 있었는데 말이죠.  빨래를 접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킨더 다니는 아들을 애아빠가 데리고 나가고 있었던 거죠.  아이가 놀랄까봐 큰 소리도 못 내고, 뭐 하는 짓이냐.  아이를 놓고 나가라.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져 있는 거 모르냐.  아무리 따라가며 얘길 해도, 애아빠는 경찰에 전화 할래면 하라며, 자기가 애아빠이기 때문에 자기가 애를 데리고 나가는 걸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경찰에 전화를 해보지만, 경찰에서 하는 소리는 애아빠가 한 소리와 같죠.  애를 데리고 나간 사람이 애아빠가 맞냐?  그럼 네가 애를 키운다는 양육권 판결문이나 명령서가 있냐?  접근금지 명령서를 가지고 있냐? (알고보니 일주일 전 애아빠를 연행한 경찰이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가 발행이 됐다고 잘못 얘기를 했으나, 실제로 발행된 접근금지 명령이 없었답니다)  이도 저도 없다면 엄마나 아빠나 동등히 애를 볼 권리가 있으니 법원 들어가서 명령서를 받아올 때까지 경찰에서는 개입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이는 학교도 못 가고) 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놓고 급한 직장 업무를 해결해놓고 부랴부랴 법원으로 나서려는 찰나.  웬 경찰 두 명이 초인종을 누릅니다.  참 어이없게도 애아빠가 자기가 애랑 주말을 보내야 하는데 애엄마가 애 옷가지며 자기 옷가지며 다 안 준다고 얘길해서는 외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자기 소지품 및 아이 소지품을 챙기러 온 겁니다.  애엄마가 불과 일주일 전에 가정폭력 사태가 있었고, 그로인해 애아빠는 영창에도 다녀온 사람이고, 아이는 어제 애아빠가 주거침입 후 납치 아닌 납치를 해간 후 오늘 학교도 못 갔고, 안 그래도 지금 막 법원에 가서 양육권 명령서 신청을 급행으로 넣으려던 상황이며, 지금 애아빠가 애를 데려가면 안 된다고 조리있게 항의했으나, 돌아온 건, "너희끼리 지금 합의를 못 하면 Child Protective Services"에게 연락을 해 아이를 Foster care로 데려가라고 하겠다" 였답니다.  그러면서 주말은 애아빠가 애를 보고싶어하니 그렇게 해주고 월요일 아침에 법원에서 쌍방이 만나서 중재를 통해 양육권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자기 본분을 완전히 망각하고 판사놀이를 한 어느 무식한 경찰관 덕분에 애엄마의 삶은 겁나게 꼬이게 됩니다.    

이 이후 이틀을 문제의 경찰관처럼 개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척 하는 많은 기관의 사람들에게 뺑뺑이 돌림을 당하며 17군데를 돌고 돌아 결국 제 앞에 나타나게 된 거였습니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노릇이죠.  배운만큼 배우고 알만치 아는 사람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아이를 머나먼 타주로까지 납치를 당하도록 손 놓고 당하고만 있었다는 것이 말이죠.  

결국 가정폭력 접근금지 명령 신청서를 들어가며 이제껏 있었던 일들을 소상히 판사에게 진술서를 통해 고하고, 애엄마 뿐만 아니라 아이 둘에 대해 접근금지를 신청하고, 타주로 이미 잡혀?간 아이에 대한 임시 양육권 및 아이의 즉각적인 귀환을 요청했고, 신청서 접수 한 시간 안에 모든 요청이 승인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임시 명령서를 가지고 경찰서에 가서 타주의 경찰국에 연락을 해 바로 아이의 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수 있게 되었구요.

이 경우에는 너무도 다행히 애아빠가 돈도 없고 별달리 갈 곳이 없어 자기 부모님 댁으로 도망을 간 덕분에 아이를 금세 찾아올 수 있었지만 만약 숨을 곳이 사방에 깔린 사람이었다면 애엄마는 언제 어떻게 아이를 다시 찾아올 수 있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여러차례 설명 드렸듯 이혼 신청서가 접수가 됨과 동시에 (피상고인의 경우에는 신청서/소장이 송달됨과 동시에) 아이들을 상대방의 동의나 법원의 명령서 없이는 캘리포니아주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가 없도록 임시 금지 명령서가 발효가 되는데요.  법원에 아무런 사건 접수가 되어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양 부모가 똑같이 아이를 데리고 살/있을 권리가 있는 것이 맞고, 원하는대로 타주나 타국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된 사람처럼 폭력성이 강하고 아이를 데리고 타주로 도주할 위험이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는 꼭 법원을 통해 임시 양육권을 받아 놓으셔야 유사시에 경찰의 즉각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가 있습니다.  아니면 아무리 경찰에 도움을 청해봐야 위의 경우처럼 강건너 불구경을 하거나 아주 완전히 틀린 조언 아닌 조언을 해서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한 사태를 만들어 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해 및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