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사건은 보통 고등법원에서 끝나기 쉬운 것이 항소하는 게 절차상으로도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인데요. 보통사람들은 고등법원에서도 합의로 판결을 내지 재판을 안 가는 이유가 재판을 하기위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모든 서류들이 법원에서 누구나 뒤져볼 수 있는 공식기록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등법원의 판결은 publish (발행?)가 되지 않는데 반해, 항소법원의 판결문과 대법원의 판결문은 발행이 됩니다. 보통 판사들이나 중재자들이 양쪽에서 조금씩 열받아 하는 판결 내지는 중재를 했다면 그건 자기들이 일을 제대로 한 거라고 하는데요. 아무리 한 쪽이 더 심하게 불만족스러운 항소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항소법원에서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올라가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내는 일입니다. (웬만한 이슈에는 이미 판례가 있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감정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해서 무조건 그보다 높은 법원에 올라간다고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캘리포니아 가정법에서 이미 1970년대부터 아주 기본적으로 재산의 성격을 다룰때 혼인기간 중 증식된 재산은 공동재산이라고 정의를 했습니다만, 여러가지 예외가 있죠. 그 중 하나로 (몇 년 전에 다룬 이슈인데) transmutation, 즉 재산의 성질/성격의 변형이라는 게 있습니다. 혼인기간 중에 구입/매매를 한 재산이기 때문에 이게 성격상 공동재산의 추론이 생기는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캘리포니아 가정법 852조항에 해당되는, 문서상으로 명백하게 성격을 탈바꿈한 재산이라면 이게 둘 중 하나의 개인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80이 넘은 할아버지이시긴 하지만, 최근에 영화도 만들어졌던 유명 그룹 Jersey Boys, 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쎄시봉의 멤버.. Frankie Valli가 20여년의 결혼생활에 (3번째인지 4번째인지) 종지부를 찍은 것이 2004년. 그런데 마침 2003년에 아직은 미성년자였던 아이들과 배우자가 밸리 아저씨가 운명을 달리하신 후에도 경제적으로 쪼달리지 않도록 3백7십5만불짜리 생명보험을 구입을 했답니다. 아저씨의 목숨을 담보로 했지만 수혜자는 밸리 아줌마로 되어 있었고, 밸리 아저씨 역시 가정법원에서 증언할 때, 내가 이걸 구입할 당시 분명 난 이 보험금이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쓰여지기를 바랬다 (intent)고 증언을 했습니다. 자, 밸리 아줌마는 이 적금형 생명보험의 시장가치인 40만불이 (어디서는 60만불이라고도 하고 어디서는 40만불이라고도 하네요) 아무리 혼인기간중에 밸리 아저씨의 돈으로 산 보험이었다고 하더라도 수혜자가 명백히 본인 혼자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는 가정법 852조항에 해당하는 성격이 탈바꿈된 자신의 개인재산이라고 주자을 했고, 밸리 아저씨는 물론 내가 죽으면 아내와 아이들이 혜택을 받기를 원했던 건 사실이지만 죽지 않고 이혼하는 마당에 이건 분할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이다라고 주장을 했지요.
고등법원의 판사는 남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항소법원에서는 아내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에서는 다시 남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이슈를 가지고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사건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항소법원 차원에서는 지역에 따라 상반되는 판례들이 여러개 있었는데요. 2008년에 항소법원에서 판결 내렸던 Brooks v. Robinsons이라는 사건에서는 제 3자에게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 좀 더 나은 이자율로 융자를 받기위해 남편이 quitclaim deed에 서명을 한 것이 가정법 852조항에 해당되는 재산 성격의 변환이라고 인정이 되었었습니다. 이 판례는 남편이 자신의 재산권을 포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외압이 없이 자기가 뭘 하는건지 충분히 이해하고 인지한 상태에서 소위 말하는 부동산 관련 재산권 포기 각서에 자발적으로 서명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 이혼을 할 때 이걸 가지고 자신의 "진정한 의도"는 그거이 그거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었던 것이죠. 이 판례가 나온 후, presumption of undue influence, 즉 원래 가만~히 두었으면 자동적으로 공동재산이 될 것을 굳이 재산권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을 한 재산들에 대해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생기는 가정법 상의 룰과 의도야 어떻게 되었던간에 제 3자를 상대로는 서류상으로 서명을 해서 들어간 게 우선이라는 양반되는 추론이 대립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걸 깔끔하게 정리해 준 게 밸리 가정의 대법원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타이틀에 누구 이름이 올려져 있건간에 생명보험 수혜자란에 아내이름만 올라간 것이 현 캘리포니아 가정법상 요구되는 transmutation의 요건을 갖춘것이 아니며, 이 보험의 시장가치는 분할의 대상인 공동재산이라고 2014년 5월에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 한 것은..
겨우 오십만불도 안 되는 재산의 성격을 따지겠다고 (이미 아내는 연 50만불에 달하는 써포트를 받고 있던 상황) 수십/수백만불의 변호사 비용을 들여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2개월만에 아내가 사망하고 말았다는... 이건 남편의 생명보험을 두고 10여년을 법정분쟁을 한 거였는데 말이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어쨌든 지역마다 이 이슈를 두고 항소법원의 판례가 갈리는 바람에 우왕좌왕했던 중에 대법원에서 깔끔히 정리를 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웬지 씁쓸함이 남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능..
복잡한 컨셉이라 잘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려 밸리 사건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는 더더욱 혼인기간중에 증식된 재산은 명의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공동재산으로 분류가 되도록 못이 박혔다는 거.
그럼, 많은 분들이 이해하셨길 바라며 저는 이만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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