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혼이 단순히 가정법의 절차로 끝나지 않고, 형사와 민사의 범주를 넘나드는 경우를 봅니다.

결혼기간 내내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을 가했던 배우자가 있는가 하면, 긴 결혼기간 내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도 이혼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볼 수 있구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혼 이야기가 처음 나오면 싹싹 빌기 모드에 돌입합니다.

내가 모자랐던 거, 바람 폈던 거, 가정에 소홀했던 거, 경제적으로 가정을 돌볼 생각도 안했던 거, 다 미안하고 잘못했고, 앞으로 개선할테니 한번만 기회를 도고! 하고요.

이런 싹싹 비는 모드에 맘 약해지는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더우기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못 믿겠지만 속는셈 치고 한번 더 남편에게 기회를 주고싶은 게 엄마/아내들의 마음일 겝니다. 

하지만 오만정이 다 떨어진 분들은 남편이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죠.

그럴 때 대다수의 남편들은 화내기 모드로 돌입합니다.

내가 잘못을 했으면 뭘 그래 잘못했냐.  이 정도면 할만치 했지.  네가 이제껏 멀쩡히 살다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는 걸 보면, 네가 바람이 난 게 틀림 없다.  네 ㄴ 이나 그 놈이나 싹 다 죽여 버리겠다... =.=

뭐 눈엔 뭣 밖에 안 보이는 거겠죠.  이거 보고 공감하는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 됩니다.  정말 어이없게도 (아무리 여자분이 애들 여럿 키우고 일까지 해서 바람을 피우는 거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십중팔구 이런 소리가 나온단 말이죠.

한국 사람들이 워낙 별 뜻 없이? 죽여버린다는 소릴 잘 한다고는 하나, 이혼 얘기가 오고가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밥먹듯 뱉는 죽여버리겠다는 소리는 충분히 위협적이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합니다.  이혼 서류를 접수시키거나, 이사를 나가거나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실탄 장전된 총을 들이대며 위협을 하는 떠라이들도 있구요.  이쯤되면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이혼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가 무슨 북한도 아니고.  맘대로 이사를 나갈 자유도 없이 자기 집에 감금되어 살게 되는 거죠.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이나, 주위에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이 계신 분들은, 아래의 내용을 주의깊게 읽어 주세요.

이혼 기본 서류가 법원에 접수되는 것은 그닥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방도 법원 서류가 송달되기 전에는 이혼서류가 접수가 되었다는 것을 알 리 없구요.

우선 이혼 서류를 접수 시키시면서, Domestic Violence Protection Order 라는 것을 신청 하세요.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한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하는 절차 입니다.  더우기 상대가 총기를 소지한 사람이라던가 폭력을 행사한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걸 신청 하셔야 합니다.  모든 법적인 절차는 심리공판이 있기 전에 상대방에게 노티스를 줘야 하는데요.  이 DVPO 신청서는 상대방에게 노티스를 줬다가 외려 본인이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될 경우, 노티스를 주지 않아도, 판사에게 왜 노티스를 주지 않았는지 설명을 하면 되구요(법원 양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를 받아야 할 본인 혼자 (쁘라스 변호사) 서류를 준비해서 법원에 들어가서 당장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를 내려 달라고 하는 거지요.  총기도 뺏어 달라고 요청 하시구요.  그럼 서류만 보고 그 날 당장 임시 접근금지 명령은 내려 줍니다.  그리고 3주 후에 심리공판 날짜를 잡아 주구요.  그럼 그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는 (Temporary Restraining Order) 심리공판이 있을 3주 후까지 유효하게 됩니다.

안전을 위협한 상대에게 이 TRO를 서브하고, 이혼 서류도 함께 서브하시면 되구요.

만약 이혼서류 및 접근금지 명령 서류를 송달하자마자 상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하시다면, 본인의 해당 경찰청에 전화를 하셔서 (Civil Dispatch Unit) 상황을 설명 하시고, 서류 송달하고 짐을 싸서 나올 때 좀 지켜서 있어 달라고 하시면 경찰이 따라 나옵니다.  (오만가지 가구를 다 끌고 나오신다고 하시면 그건 안 된다고 할 꺼구요.  후딱 옷가지랑 생필품만 챙겨 나올꺼라고 하면, 나오실 때까지 지켜줄 꺼예요)

서류는 송달은 본인이 하실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경찰국에 혹시 서류 송달도 해주냐고 물어 보시고 (엘에이는 안 해줘요), 안 해준다고 하면 제 3자 성인이나 전문 process server을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임시 접근금지 명령서에서 총도 반환하라고 명령이 되어 있으면 이 때 따라간 경찰에게 총을 뺏어 달라고 요청하실 수 있구요.  

워낙 이혼 과정에서 위험한 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 관련해서 경찰이 파견되는 것이 one of the priorities라고 합니다.  더 다급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경찰 파견 요청을 한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파견 나오구요. 

그럼,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라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