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치 갈챠 드렸음 좀 아실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저를 찾아 오셔서 본인은 남편이 소장을 송달하면 그 때 마지못해 이혼을 하면 했지, 본인 손으로 케이스를 넣을 수는 없다, 내지는 넣기는 싫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네요.

남자는 이미 몇 년 전에 바람나 집 나가고, 생활비 주던 거 이제 끊을테니 애랑 살던말던 알아서 하라고 하고, 변호사 샀으니 소장 송달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 지 몇 개월이 지나도, 꼴랑 "나는 이혼 당한 피해자이지, 내가 이혼을 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큰소리? 칠 권리를 챙기시기 위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이혼 소장이라는 거 목 빼고 기다리시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더란 말이죠.

자, 아직도 이혼에서 "plaintiff/고소인"과 "defendant/피고소인"이라는 텀을 사용하는 주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내 거의 모든 주에서 이혼은 보통 민사에서 쓰는 "소송/law suit" 개념 보다는 "청원/Petition"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따라서 이혼 신청을 접수 시키는 개념이지, 이혼 소송을 거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지요.

남자들은 자기가 소송을 당하는 게 기분 나쁘다고 무조건 자기가 먼저 케이스를 넣겠다고 안달들인데... 왜 여자분들은 본인이 직접 케이스를 넣는 걸 그리도 꺼려 하시는지... 물론, 가정생활이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면 기다려 보시는 게 말이 되지만요.  남자가 이미 맘 떠나고, 몸 떠나고, 새살림 차리고, 생활비도 끊어버린 마당에, 이혼을 "당하는" 게 뭘 그리 큰 의미가 부여될만한 일인지, 저로서는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캘리포니아처럼 유책사유를 따지지 않는 no fault divorce state에서는 이혼 접수 자체를 "청원"으로 취급을 하고, 어차피 누가 잘못해서 이혼을 하는 건지 전혀 따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가 이혼 신청을 먼저 넣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Petition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의 결혼생활 (언제 결혼하고, 언제 별거가 시작됐고 등) 관련 정보를 기입하는 것이고, 양육권 및 양육비, 변호사 비용, 배우자 부양비, 재산분할 등, 본인이 원하는 법률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그 서류를 송달 받은 상대방 배우자는 30일 안에 Response를 넣어서 위와 똑같은 내용을 본인의 시점에서 기술하는 것이구요. 

다만, 위에 언급된대로 당장 해결해야할 금전적인 문제(써포트)나 양육권상의 문제가 있을 시엔 굳이 집 나간 사람 행방이 묘연해 질 때까지 목 놓고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말씀이죠.  심지어 남자가 집 나간지 4,5년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안 취하고 계시다가, 나중에 여러가지 이유에서 급하게 이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셨는데, 남자의 행방이 도저히 추적이 되지 않아 이혼하시는 데 애를 먹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럼 Service by publication을 통해 (사람들 많이 보는 신문에다가 이혼 서류를 publish하셔야 합니다 4주 내내 일주일에 한번씩. 네, 본인 이름, 남편이름 다 올려지구요. 세상 만민에게 남자 사라져서 이혼도 쉬이 못 하는 거라고 돈 주고 선전을 하셔야 하는거죠) 이혼절차를 밟으셔야 하는데요.  왜 그렇게 하셔야 하는건지...

이혼, 쉽게 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맞고요.

하지만 어떻게든 막을 수 없는 이혼이 있는 거지요.  본인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을 경우, 적어도 나나 내 아이의 권리가 깎아먹히지는 않게, 똑똑히 대처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두 눈 부릅뜨고 말이죠.

엘에이에도 이제 가을이 오네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단디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