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애도 없고 재산도 없고 너무도 깐딴한 이혼이라며 "싸게" 해치우자고 저희 사무실을 찾아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오셔서 얘길 해보면 결혼기간 중 쌓인 어마어마한 빚이 있는 거지요.

빚 이야기가 나오면 눈 뒤집어지는 분들 많더라구요.

그건 그 놈이 쓴 건데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하나며...

특히 사업을 말아먹었던가, 카드깡을 해서 돈 뽑아다가 헛짓거리 한 (도박 등) 배우자들이 만들어놓은 빚에 대해서는 죽어도 그 책임을 함께 질 수 없다고 억울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법적으로 결혼기간 중에 생성된 재산과 빚은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건데요.

배우자가 혼자 벌어온 돈은 부부가 같이 쓰고 누리는 게 당연하고.

배우자가 빚을 져놓았다면 그건 그 사람 혼자 독박을 써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이게 어떻게 말이 됩니까.

어떤 분은, 그럼 결혼기간 중에 빚밖에 생긴 게 없는 사람들은 (배우자가 도박을 못 끊고 계속 빚을 지고 돌아다니는 경우) 빚 나누자고 이혼을 하라는 얘기냐며 제게 역정을 내시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더 엄청난 금액의 빚을 함께 뒤집어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혼을 하시는 게 아니겠냐 말씀 드렸더니, 그 놈 혼자 쓴 돈을 함께 갚아야 한다는 법을 납득할 수 없다 하시더군요.

그래서 법이 해결해 주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고, 그런 믿을 수 없는 사람을 선택한 본인이 일정부분 책임을 안고 갈 수 밖에 없고, 이제서라도 damage control을 하실 수 밖에 없다고 말씀 드렸더니, 결국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 얘기냐고 또 역정을 내시더군요.

음...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판사가 그런 도박중독꾼과 결혼하라고 강요했습니까.  문제가 발견된 이후에도 계속 참고 살아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까.

결국 본인이 그런 사람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그 사람의 문제들에 대해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다른 사람이 강요나 강압으로 혼인관계를 성사시킨 게 아닌 이상,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제가 발견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결혼생활을 유지한 것도 본인 선택이었는데, 왜 책임은 법이 이상하다며 전가하려 하시는지 저야말로 납득이 가질 않더군요.

캘리포니아 가정법 910조에서 916조에 걸쳐 빚에 대해 다뤄지고 있는데요.  제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납득이 안 가신다고 부르짖으시니, 법조항을 올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910. (a) Except as otherwise expressly provided by statute, the community estate is liable for a debt incurred by either spouse before or during marriage, regardless of which spouse has the management and control of the property and regardless of whether one or both spouses are parties to the debt or to a judgment for the debt.

법령으로 따로 규졍되지 않은 이상, 어느 배우자가 재산의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가졌었건 관계없이, 또한 한 명이나 두 명이 채무관계에 혹은 채무판결에 당사자 이건간에 관계없이, 공동 소유권은 혼인 이전이나 혼인 기간중 둘 중 한 사람이 진 빚에 관해 책임을 진다.

       (b) "During marriage" for purposes of this section does not include the period during which the spouses are living separate and apart before a judgment of dissolution of marriage or legal separation of the parties.

이 조항을 위한 "혼인 기간 중"은 당사자들의 이혼이나 법적 별거 판결이 나오기 이전 따로 사는 별거 기간을 포함하지 않는다. 

911. (a) The earnings of a married person during marriage are not liable for a debt incurred by the person's spouse before marriage.  After the earnings of the married person are paid, they remain not liable so long as they are held in a deposit account in which the person's spouse has no right of withdrawal and are uncommingled with other property in the community estate, except property insignificant in amount.

기혼자의 결혼기간 중의 소득은 상대 배우자가 혼인 이전에 진 빚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혼자의 소득이 지불된 이후, 상대 배우자가 인출의 권리를 가지지 않는 입금 계좌에 넣어진 후 공동 소유권의 재산과 섞이지 않을 경우, 아주 소액의 재산일 경우를 제외, 이 소득은 법적 책임이 없는 상태로 유지가 된다.

       (b) As used in this section:

       (1) "Deposit account" has the meaning prescribed in paragraph (29) of usbdivision (a) of Section 9102 of the Commercial Code.

       (2) "Earnings" means compensation for personal services performed, whether as an employee or otherwise.

913. (a) The separate property of a married person is liable for a debt incurred by the person before or during marriage.

기혼자의 개인재산은 본인이 혼인 이전 또는 혼인기간 도중에 진 빚에 대해 책임을 진다.

       (b) Except as otherwise provided by statute:

       (1) The separate property of a married person is not liable for a debt incurred by the person's spouse before or during marriage.

기혼자의 개인재산은 그의 배우자가 혼인 이전 또는 혼인기간 도중에 진 빚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2) ...

이렇게 나가는데요.

결국 혼인기간 중에 누가 졌건간에 진 빚에 대해서는 공동재산에서 다 정산을 해야하고.  배우자의 혼인기간 이전의 빚마저도 공동재산에서 정산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본인이 개인재산이 있을 경우 (재산의 성격에 대해서는 칼럼이 여러개 올려져 있으니 "재산"으로 검색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개인재산은 배우자가 진 빚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거지요.

배우자가 사업을 하던 도박을 하던 로또를 사던, 대박이 터지면 본인도 그 혜택을 누리듯이.

배우자가 빚을 왕창 질 경우, 그 책임 역시 함께 져야 한다는 겁니다.

배우자가 본인은 알지도 못하게 나가서 빚을 진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하시려면, 배우자가 사업으로 대박 터져도 본인 허락을 받고 사업을 운영한 게 아니니, 혹은 본인 허락을 받고 대박 터진 로또를 산 게 아니니, 그 수익은 전혀 나누지 않겠다 하셔야 겠지요.

빚 좋아하는 사람 없습니다.  억울한 일 안 당해보고 사는 사람도 없구요.  저도 누차 말씀 드렸지만, 수십만불의 빚을 평생의 동반자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입니다.  너는 이런 처지를 안 당해봐서 하는 소리다라고 말씀 마세요.

Shit happens.  누구에게나 그 정도와 시점이 다를 뿐이지 억울퐝당한 일은 일어납니다.

다만 다른 점은, 그 일을 발견한 이후 개개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입니다.

지금 이혼해봐야 빚만 수만불 떠안으니 억울해서 이혼 못한다 하시는 분들.

5년 후에는 그 빚이 얼마로 불어있을지 걱정도 안 되시는지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라 하였습니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어찌 내일의 상황이 오늘보다 악화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못 하시는지요? 

암 세포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음식조절도 잘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내 몸에 이런 일이 생겼냐고 역정을 내시며, 암세포 잘라내는 데 너무 많은 아픔이 따르니 수술을 안 하고 버티겠다고 하시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요. 

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역정 내실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셔야 할 때이지요.

정신 바짝 차리시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화이팅.